감상/읽기

2017년 읽은 것(1)

타우로 2017. 7. 15. 14:58
 
시계태엽 오렌지
출간 50주년 기념 증보판. 편집자 주석, 은어 사전, 앤서니 버지스의 에필로그와 여러 편의 에세이, 미출판 인터뷰, 1961년 타자본 등과 맬컴 브래드버리, A. S. 바이엇 등 작가들의 리뷰 수록. 『시계태엽 오렌지』는 1962년 영국에서 발표된 이래 끊임없는 논란과 열광을 낳으며 20세기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다. 제목 그대로 이 소설은 외부의 힘에 의해 태엽이 감겨야 움직일 수 있는 인간상에 대한 반성을 제시한다. 폭력과 죄악에 대한 성찰 속에서 국가 권력의 억압을 비판하고 인간의 자유 의지를 옹호하는 이 작품은 당대의 속어와 신조어를 과감하게 차용하고 서술 형식에 음악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소설 기법 면에서도 일대 혁신을 이루어 냈다. 이 책은 『시계태엽 오렌지』 출간 50주년을 기념하여 2012년에 나온 증보판을 번역한 것으로, 편집자 주석, 은어 사전, 앤서니 버지스의 에필로그와 여러 편의 에세이, 미출판 인터뷰, 1961년 타자본 등과 맬컴 브래드버리, A. S. 바이엇 등 작가들의 리뷰 등을 부록으로 실어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저자
앤서니 버지스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22.04.25

1. 앤서니 버지스Anthony Burgess [시계태엽 오렌지A Clock Orange]|박시영 옮김|민음사

- 근미래 영국의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각종 범죄를 저지르다 교도소에 수용된 불량 청소년 알렉스는 조건반사에 기초한 정부의 '루도비코 요법'의 실험대상이 된다. 이 실험은 폭력적인 생각만 해도 구토가 일어나는 육체적 고통으로 나쁜 짓을 하지 못하게 하는데. 책은 아무리 악인이라고 할지라도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인해 악행을 행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 1962년 발표된 소설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1971년 영화화. 영화와 소설의 기본 줄거리는 같으나 결말이 상이.
- 하도 주인공이 알렉스가 나쁘다고 해서 굉장히 끔찍하고 무서운 책인 줄 알았는데 막상 읽어보니 그렇게 읽기 어려운 책은 아니다. 그렇다고 유쾌한 내용도 아니지만. 알렉스가 좀 바보 같다는 것과 강력범보다는 정치사상범을 더 위험하게 여기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2.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1749~1842)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박찬기 옮김|민음사
- 작가 자신이 25세 때 약혼자가 있던 샤로테 부프를 사랑했던 경험과 작가의 친구로 유부녀에게 연정을 품다 자살한 예루살렘의 이야기를 섞어 만든 소설. 1772년 출간.
- 소설 속 베르테르가 사랑한 로테의 본명도 샤로테. 소설은 1771년 5월~1772년 12월 사이에 주고 받은 편지 이야기. 편지 수신인은 주로 빌헬름이라는 친구이며 작중 로테와 그녀의 남편 알베르트에게 보낸 편지가 각각 1통 존재.
- 소설은 1, 2부로 구성되었으나 실제로 3부분으로 구성. 1번째 부분은 로테와 만나 그녀를 사랑하게 되어 몸부림치다 결국 다른 도시로 떠나버린 이야기, 2번째는 새로 간 곳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로테가 사는 곳으로 돌아온 이야기. 마지막은 로테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나 거절당하고 자살하는 이야기. 1번째와 2번째가 모두 다 편지로 구성되었다면 3번째는 편지와 함께 편자編者(책을 엮는 사람)가 등장하여 베르테르와 로테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증언과 목격담을 들려주는 형식.
- 베르테르가 즉사한 줄 알았는데 총을 맞고나서도 반나절은 살아 있었다고 한다.
- 작품 해설에 괴테의 여성편력과 여성으로부터의 도주 사례가 무려 8번이나 나오는데 어쩐지 '예술가들에게 여자가 영감의 원천'이라는 말과 함께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과 화가 파블로 피카소가 떠오른다.
- 베르테르의 자살에는 로테에 대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가장 큰 이유였겠지만 그 밖에 일(관료 업무)과 사람(신분 차이로 인한 차별대우)에 대한 불평도 있었던 것 같다.. 베르테르 자체가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하며 또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게 아닌가 짐작.
- 책에는 발하임(로테의 사는 지역)에서 부유한 미망인을 사랑하다 그녀와 결혼할 예정인 남자를 살해한 머슴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사랑의 열병에 빠진 베르테르는 그의 가엾게 여기며 변호하려고 하는데 요즘 시대에 그 모습은 데이터 폭력의 가해자일 뿐.

- 자연에 대한 목가적 성향이 있다.

 

 
연인
프랑스 현대 문학의 대표적 여성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공쿠르 상 수상작. 베트남에서의 가난한 어린 시절, 중국인 남자와의 광기 어린 사랑을 섬세하고 생생한 묘사로 되살려 낸 자전적 소설이다. 1992년 장자크 아노 감독의 동명 영화로 제작된 이 작품은, 1984년 '연인'을 초역해 국내에 소개한 김인환 교수가 다시 우리 말로 옮긴 새 번역본이다. 1929년 프랑스령 베트남. 가족과 함께 방학을 보낸 프랑스인 소녀는 기숙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나룻배를 타고 메콩 강을 건넌다. 난간에 홀로 기대서서 강물을 바라보는 소녀의 모습은 남성용 중절모와 생사 원피스, 굽 높은 구두 차림에서 풍기는 조숙하고 독특한 분위기로 같은 배에 타고 있던 부유한 중국인 남자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소녀는 남자의 제안으로 그의 독신자 아파트로 안내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욕망을 경험하고 해방감을 느낀다. 가난한 환경에 대한 절망으로 무기력해진 어머니, 마약과 노름에만 빠져 있는 난폭한 큰오빠, 그리고 늘 큰오빠에게 시달리는 나약한 작은오빠. 비정상적인 가족에 대한 혐오가 더해 갈수록 소녀는 남자와의 관계에 더욱 몰입하고, 그 관계는 점점 광적인 욕망과 공허한 사랑으로 치닫는데…. 소설은 여러 시공간을 넘나드는 짤막한 문단들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가 프랑스인 소녀와 중국인 남자와의 관계에 초점이 맞추어 순차적으로 사건을 진행시킨다면, 소설은 베트남에서의 어린 시절이, 프랑스로 귀국해 문단과 학계의 저명인사들과 교류하던 시절이, 노년에 이른 현재의 시간이 뒤섞여 있다.
저자
마르그리트 뒤라스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07.04.30

3. 마르그리트 뒤라스Marguerite Duras(1914~1996) [연인L'Amant]|김인환 옮김|민음사
- 1984년 공쿠르 상 수상작으로 1929년 프랑스 베트남령의 배경으로 가난한 가정환경에 절망한 어머니와 어머니의 편애를 독차지하며 마약과 노름에 빠진 난폭한 큰오빠, 그런 큰오빠에게 시달리는 작은 오빠와 사는 15살 프랑스 소녀의 이야기. 소녀는 메콩 강을 건너다 만난 띠동갑의 부유한 중국인 남자와 육체적 관계를 갖다.
- 소설이 특이하게 연대순이나 사건순으로 진행되기 보다는 좀 들쭉날쭉하게 진행. 또한 소녀가 자신의 '나'로 칭했다가 '소녀'로 칭하기도 하면서 자신에 대한 호칭조차 왔다 갔다 한다.
- 뒤라스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독일 사람인 줄 알았는데 프랑스 사람이었다. 이 책은 작가 자신의 자전적 소설로 실제로 그녀의 가정사가 나온다.
 
4.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1899~1961) [킬리만자로의 눈The Snows of Kilimanjaro]|정영목 옮김|문학동네|총13편
- 표제작이 킬리만자로{해발 5,895m의 아프리카 대륙 최고봉. 탄자니아 북동부 케냐와의 국경지대에 위치한 휴화산. 스와힐리어로 '번쩍이는 산'이라는 뜻. 만년설(萬年雪)에 덮여 있어 백산(白山)이라고도 함}라고 해서 등산 얘기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다. 제목과 달리 킬리만자로는 책에서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다.
- 미국 개척기를 다뤄서인지 몇몇 이야기는 좀 이해가 잘 안 된다.
- 등장인물 중 유달리 닉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많은 나온다.

 

 
범죄 캘린더(Ellery Queen Collection)(양장본 HardCover)
1월부터 12월까지 한 달에 한 건씩 펼쳐지는 엘러리 퀸과 그의 타이프라이터 니키 포터의 기상천외하고 유쾌한 모험을 담은 단편집 『범죄 캘린더』. 엘러리 퀸 형제의 전성기 시절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기발하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일품이라는 평가다. 대중적인 소재와 발랄한 분위기로 무장한 본작은 엘러리 퀸 마니아들에게는 대표작과는 다른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해주고, 무겁거나 어려울 거라는 편견으로 그간 엘러리 퀸의 작품을 접하지 못했던 이들에게는 더없이 적합한 ‘퀸 입문서’가 될 것이다.
저자
엘러리 퀸
출판
검은숲
출판일
2017.04.24

5. 엘러리 퀸 [범죄 캘린더Calender of Crime]|배지은 옮김|검은숲

- 제목 그대로 1~12월까지 일어난 사건 12개를 수록- 1939~1948년 미국 CBS에서 방송된 라디오 드라마 <엘러리 퀸의 모험The Adventure of Ellery Queen> 극본 중 12편을 골라 소설 형식으로 묶어 1952년 출간.

- 퀸을 소설 집필을 도와주는 비서이자 타이피스트 니키 포터가 한 쌍이 되어 사건을 해결.

- 미국이 배경이다 보니 미국 관련 행사가 자주 나옴. 1월은 새해맞이, 3월은 소득세 신고, 4월은 만우절, 6월은 결혼(June Bride, 6월에 결혼한 신부는 행복하다는 속설이 있다), 7월은 독립기념일, 10월은 핼러윈, 11월은 추수감사절, 12월은 크리스마스.

- 퀸이 유명인이라서 그런지 작정하고 그를 속이려는 사람들도 등장.

 

6. 정숙영 [여행자의 글쓰기-베테랑 여행작가의 비밀노트]|예담; 10년 간 여행작가로 일한 지은이의 이야기.

- 여행작가만으로 생계가 어려운가? 부업으로 번역도 한다고 책에 밝힌다.

- 지은이 본인 스스로 사진은 잘 찍지 못하는 여행작가라고 한다. 첫 여행기는 유럽으로 간 걸 블로그에 올린 건데 비속어가 좀 많아 출간하는 데 어려웠던 것 같다.


 
당신과 하루키와 음악 스페셜 세트(CD2장포함)
그동안 하루키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장소를 찾아 떠나는 여행기, 에세이 등을 통해 보여지는 그의 면모, 스타일을 분석하는 책 들이 소개된 적은 많았지만 하루키의 분신과도 같은 ‘음악’이 그 자신의 창작물 속에 어떻게 스며들고 반영되었는가를 조명한 책은 거의 없었다. 『당신과 하루키와 음악 세트』는 바로 그 사실에서 탄생된 책으로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애호가’ 하루키와 음악 이야기를 감각적인 일러스트와 함께 담은 책이다. 소설가 백영옥, 재즈평론가 황덕호, KBS 라디오 PD 정일서, 음악 칼럼니스트 류태형이 참여한 이 책은 많게 든 적게 든 하루키의 작품을 오랫동안 읽어 왔으며, 대체로 음악을 동지 삼아 인생을 걸어온 이들의 각기 다른 하루키와 음악 이야기는 비교해 가며 읽는 재미를 제공함과 동시에 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하루키 문학과 하루키가 들려주는 음악의 정수를 맛보게 할 기회를 선사한다.
저자
백영옥, 황덕호, 정일서, 류태형
출판
그책
출판일
2015.07.27

7. [당신과 하루키와 음악]|백영옥(소설가), 황덕호(재즈평론가), 정일서(라디오 PD), 류태형(음악 칼럼니스트)|그책;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과 그 작품에 언급된 음악과 관련한 이야기.

- 책 제목인 [당신과 하루키와 음악]은 스탠더드 재즈의 고전 <You and The Night and The Music>에서 차용. 이는 하루키의 소설 작명법 따랐다. 하루키의 많은 책이 이러한 방식으로 지어졌다고. 대표적인 게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 이 제목은 비틀즈의 노래에서 따옴(원래는 '노르웨이의 숲'이 아니라 '노르웨이산 가구'가 맞다고 함)

- 백영옥을 제외한 3명은 모두 하루키 작품(소설, 수필집)에 등장한 음악에 대해 언급. 황덕호는 재즈, 정일서는 팝송, 류태형은 클래식 위주.

- 하루키의 소설 [스푸트니크의 연인スプ-トニクの戀人]과 관련한 모차르트의 가곡 <제비꽃Das Veilchen>이 기억에 남는다. [스푸트니크의 연인]에 나오는 스미레(すみれ)는 일본어로 제비꽃을 의미. 야코네의 잡지 <이리스> 2호(1775년 3월)에 수록된 징슈필(Singspiel, 독일어로 '노래의 연극'을 뜻함) <에르빈과 에밀레Erwin und elmire>이 비스마르크의 <제비꽃에 부쳐>를 거쳐 괴테의 시로 발전. 모차르트의 가곡은 괴테의 시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함. 노랫말을 들으면 어쩐지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이 연상.


 
글이 돈이 되는 기적
‘글’만으로 삶을 유지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저자는『글이 돈이 되는 기적』을 통해 자신의 체험을 들려준다. 근 20년간 이어진 글쓰기 인생에서 글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건 선택받은 소수를 제외하고는 ‘지옥’의 다른 말임을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글에 인생을 걸었다면 남들이 말하는 ‘성공’과는 거리가 있을지라도 최소한 인생에 후회는 없었을지 모른다는 진솔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글 이외의 다른 걸로 생계를 꾸릴 생각이 없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지점에서 평범한 우리에게도 ‘글이 돈이 되는 기적’에 도전하는 일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
이성주
출판
생각비행
출판일
2016.03.02

8. 이성주 [글이 돈이 되는 기적]|생각비행

- 온갖 글로 4인 가족의 생계를 꾸린 지은이 이야기. 지은이 스스로는 작가라기보다 '글자판기'라고 한다. 많은 글을 빨리 써내고 어느 정도 품질도 보장된다고.

- 영화판에서 작가는 3D를 넘어 거의 호구 직종인 듯. 글을 쓰며 수정 3번은 기본이고(3고), 심하면 50고까지 할 때도 있다고 한다. 문제는 그런데도 배우와 제작자 마음에 들지 않으면 촬영조차 할 수 없고 심지어 글값도 제대로 못 받는다고. 오죽하면 영화판에서는 잔고는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고 한다. 그게 또 당연한 듯하고. [나 이재익, 크리에이터]의 지은이 이재익도 영화판에서 시나리오 집필하다가 꽤나 고생한 듯.

- 영화보다 드라마가 작가 대우가 더 좋은 듯하다.

- 대필을 자주 한 건지 아니면 그게 기억에 가장 남았는지 따로 장을 할애하여 거기에 대해 자세히 다룬다. 자서전과 논문 대필을 주로 이야기했다.

- 주로 잡문으로 생계를 유지한 듯. 질은 둘째치고 양으로는 조정래의 [태백산맥]에 버금간다고.

- [7년의 밤] 정유정 작가를 언급하면 이 같은 작가가 제대로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보통 사람의 글쓰기
‘보통 사람’ 이준기 작가가 보통 사람을 위한 글쓰기 책 『보통 사람의 글쓰기』를 들고 찾아왔다. 10여 년 가까이 《중대신문》에서 일하며 석사 학위도 준비했던 저자가, 전문적 글쓰기가 아닌 보통 사람을 위한 글쓰기 책을 내놓은 이유는 무얼까. 이제 갓 국어국문학과 석사 학위를 따고 보통 사람의 세상에 발을 들여놓았기 때문이겠다. 세상을 지배하는 여러 상식과 통념이 글쓰기에도 존재한다. 저자는 보통 사람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 호기롭게 도전하며 쓴소리를 던진다. 말하듯 글을 쓰는 데 익숙한 우리들에게 ‘글은 글답게’ 써야 한다고 못을 박고, 글쓰기는 예술이 아니라 그저 기술이라며 편견을 버리면 누구나 좋을 글을 쓸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루에 문장 한 줄 쓰지 않으면서 작문 이론을 배우거나 책을 읽는 일로 글쓰기 훈련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이들에게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되고자 부단히 써야함을 호통 친다. 저자는 글에 정수가 정확성에 있다고 말한다. 좋은 글은 정확해야 하고 정확해야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추리고, 정돈하고, 매만져 정확한 언어로 밝혀 적는다면 글쓰기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더 이상 정확하게 쓸 수 없을 만큼 정확한 문장은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저자
이준기
출판
아시아
출판일
2016.08.19

9. [보통 사람의 글쓰기]|이준기 글, 박준이 그림|아시아


 
은교
존재의 내밀한 욕망과 그 근원을 들여다본 박범신의 신작 장편소설『은교』. 위대한 시인이라고 칭송받던 이적요가 죽은 지 일 년, Q변호사는 유언에 따라 그가 남긴 노트를 공개하기로 한다. 하지만 노트에는 이적요가 열일곱 소녀인 한은교를 사랑했으며, 제자였던 베스트셀러 '심장'의 작가 서지우를 죽였고, '심장'을 비롯한 서지우의 모든 작품을 이적요가 썼다는 충격적인 고백이 담겨 있었다. 이적요 기념관 설립이 한창인 시점에서 공개를 망설이던 Q변호사는 은교를 만나고, 서지우 역시 기록을 남겼다는 사실을 듣는다. 은교에게서 서지우의 디스켓을 받은 Q변호사는 이적요와 서지우의 기록을 통해 그들에게 벌어졌던 일들을 알게 되는데...
저자
박범신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15.08.10

10. 박범신 [은교]|문학동네; [촐라체], [고산자]와 더불어 지은이의 '갈망 3부작' 중 하나라고.

- 2010년 1월 8일 작가의 네이버 개인 블로그에 연재. 연재 당시 제목은 '살인당나귀(당나귀는 작중 시인 이적요가 모는 15년 된 코란도 자동차)'

- 소설 속 소녀 한은교와 이적요의 나이는 무려 50살 차. 이적요의 나이는 거의 칠십에 가까웠고, 은교는 고등학생.

- 소설은 이적요 시인의 노트, 서지우의 일기 그리고 Q변호사의 얘기로 구성. 은교를 사이에 둔 두 남자의 욕망과 열등감을 그려냈다.

- 소설을 읽으면 이적요, 서지우, 한은교는 서로에 대해 일부만 알고 일부는 잘 모르는 혹은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고고한 필명의 이적요는 생각보다 그리 고고하지 않고 이적요가 멍청하다고 구박하는 서지우 역시 그리 멍청하지는 않다. 그저 문학적 재능이 부족할 뿐. 이적요가 순수하고 순진하다고 여기는 은교는 어느 부분에서 맞지만 그의 생각처럼 마냥 새하얗게 깨끗한 느낌은 아니다. 하얗게 깨끗하다면 수긍하겠지만. 한은교가 천진난만은 하지만.

- 2012년 정지우 감독이 실사 영화{박해일(이적요 역), 김무열(서지우 역), 김고은(한은교 역)}가 개봉했는데 영화와 소설의 내용이 미묘하게 다르다고 한다.

 

 
나만의 여행책 만들기
의외로 나만의 여행을 하나의 결과물로 정리하기란 어렵지 않다. 특히 나의 이야기를 온전히 담고 싶다면 여행글을 기고해서 돈을 버는 전문 여행작가가 되어야 할 필요도 없다. 여행작가이자 독립서점 ‘부비책방’의 주인, 그리고 ‘나만의 여행책 만들기 6주 과정’의 강사인 저자가 나 홀로 여행책 만들기에 처음 도전하는 이들을 위해 나섰다. 『나만의 여행책 만들기』는 여행 기획부터 글쓰기, 사진 찍기, 직접 디자인하고 인쇄하기 등 여행책 만드는 모든 과정을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했다. 실제로 나만의 여행책을 만들어낸 작가들의 생생한 경험담도 담았다.
저자
홍유진
출판
생각정거장
출판일
2016.08.10

11. 홍유진 [나만의 여행책 만들기-계획에서 출간까지 6주 만에 완성하는]|생각정거장

- 단순히 여행작가 관련 글쓰기나 사진 찍기뿐만 아니라 기획, 제작, 디자인, 인쇄, 서점 입고, 홍보 같은 독립출판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 작가가 직접 책 제목과 같은 강좌도 운영. 수업을 들은 수강생 중 3명의 인터뷰가 부록으로 책 뒤에 실렸는데 이 중 2명이 인쇄가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호밀밭의 파수꾼
2023년 새로 출간하는 『호밀밭의 파수꾼』은 옮긴이 정영목 교수가 주인공 홀든 콜필드의 개성을 한층 더 생생히 표현하기 위해 원작의 문체와 문형에 가장 가까운 한국어 문장을 고심하며 저작권자의 자문과 검수를 거쳐 완성한 텍스트이다. 뿐만 아니라, 2020년대 한국 독자들의 생생한 문화적 문학적 감수성에도 부합하는 동시에 원작의 문장들이 갖는 리듬과 호흡, 맥락과 의미까지 고스란히 살리기 위한 어휘의 선별은 물론, 쉼표와 말줄임표 등 문장 부호의 쓰임에 이르기까지 세심히 검토하여 우리말로 옮겼다.
저자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23.01.17

12. J. D. 샐린저(Salinger)[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공경희 옮김|민음사

- 한때 금서로 지정될 정도라고 해서 굉장히 충격적인 내용인 줄 알았는데 막상 읽으니 그렇게 큰 충격은 아니다. 방황하는 청소년의 이야기 정도. 아니면 마음이 건조해진 건가?

- 추운 겨울 4번째 퇴학을 당하고 뉴욕을 배회하는 소년 홀든 콜필드의 이야기. 홀든은 속물적이고 세속적인 것을 경멸하고 비난하면서도 그것을 완전히 끊거나 외면하지 못한다.

- 개인적으로 충격이었던 건 콜필드 부인과 피비(홀든의 여동생)의 대화. 딸에게 담배 피웠냐고 물으며 혼내지 않는 엄마나 엄마에게 한 모금 피웠다고 대답하는 딸이라니. 모녀 사이가 쿨하거나 개방적이다고 볼 수도 있지만 피비의 나이는 고작 10살이다.

- 읽은 책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보통 전집 표지에 작가 사진이나 작품과 관련한 사진이나 그림을 싣는데 이 책은 그런 게 없다. 정말 글자(제목, 지은이, 옮긴이, 출판사)만 딱 실려 있다. 또한 책 뒤에는 작품해설이 실리는 게 보통인데 그런 것도 없다. 정말 '샐린저의 소설'만 실었다. 게다가 작가의 사진(초상화)이나 생애가 실리는 앞날개도 너무 짧다. 사진이 없는 건 둘째치고 언제 어디에서 태어나고 어떻게 자랐다는 얘기 대신 샐린저의 작품 목록만 실렸다. 실린 작품 수도 고작 5개(6줄). 샐린저가 은둔의 작가를 대표하지만 작가에 대해서 이렇게 잘 쓰지 않는 경우도 참 드문데.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2003년 한국 문단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며 등단한 이후, 늘 새로운 상상력과 실험정신으로 주목받아온 소설가 박민규의 신작 장편소설. 2008년 12월부터 2009년 5월까지 6개월 동안 온라인서점 예스24 블로그에 연재되었던 작품으로, 연재 초기부터 ‘박민규의 색다른 연애소설’로 회자되며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특히나 최근 몇 년간 실험적이고 장르적인 소재에 천착해온 작가에게 내심 현실의 중력에 발을 디딘 박민규식 서사를 기대하고 있던 독자들이라면 더욱 반가운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소설은 박민규 비블리오그래피 중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계보를 잇는다는 관점에서 더욱 특별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저자
박민규
출판
예담
출판일
2009.07.20

13. 박민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예담

- 1985~1986년 켄터키 치킨이 있던 시대를 배경으로 이름은 알 수 없는 20살의 나와 그녀 그리고 요한의 이야기. 주제는 '못생긴 여자를 과연 사랑할 수 있을까?'

- 책 제목은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Joseph Maurice Ravel의 피아노 연주곡 <Pavane pour une infante défunte>에서 따왔다. 라벨은 1899년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스페인 화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라스 메니나스Las Meninas/사실 이 그림에는 여러 이름이 붙음)'에서 영감을 얻어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작곡했다고 한다.

- 원래 공주는 그림 속에서 그림 한가운데 있는 마르가리타 공주이지만 소설에서는 우측 전경의 나이 든 난쟁이 여인 마리바르볼라Maribárbola에 초점을 맞췄다. 벨라스케스의 그림을 차용한 책 표지는 마르가리타 공주가 아닌 마리바르볼라가 확대되어 나왔다. 또한 마리바르볼라를 제외한 그림의 다른 인물과 배경은 전부 회색.

- 작가가 문장을 줄 단위로 끊어 씀. 남자의 말은 파란색, 여자의 말은 분홍색 글씨로 구분.

- 액자소설 형식으로 결말이 2개. 개인적으로 첫 번째 결말이 마음에 든다.

 

14. 김남희 [조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미래엔|全4권

 1)국토종주 편   2)스페인 산티아고   3)중국, 라오스, 미얀마   4)네팔 트래킹

- 여행 순서는 1)국토종주->2)중국->3)네팔->4)산티아고 순인 듯.

- 30대 무렵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도보여행가로서의 삶을 시작. 시작은 어째 한비야와 비슷.

- 국토종주 당시 인터넷 매체 <오마이뉴스>에 자신의 여행기를 연재.

- 네팔에는 히말라야Himalayas 산맥이 있는데 거기에는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Everest 산(해발 8,848m로 인도 북동쪽, 네팔과 중국(티베트) 국경에 위치)뿐만 아니라 안나푸르나(8,091m)도 위치. 초보자는 에베레스트보다는 안나푸르나 등산이 더 쉽다고 저자는 평한다.

- 에베레스트의 다른 이름은 '초모룽마Chomo Lungma' 세계의 여신, 모신神이란 의미. 안나푸르나도 산스크리트어로 '수확의 여신'이란 뜻이 있다

- 산티아고는 스탬프 투어처럼 해당 지점마다 각각 다른 도장을 찍었다. 산티아고 순례자 전용 숙소 '알베르게Albergue'가 있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곳 말고 사설 알베르게도 있는데 그쪽 요금이 더 비싸다고 한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1999년 4월, 미국 콜럼바인고등학교의 졸업반 학생 두 명이 특별한 이유 없이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같은 학교 학생과 교사 13명을 죽이고 24명에게 부상을 입힌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인 이 총격 사건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아이들이었기에 사회적인 파장이 더욱 컸으며, 그 후로 이 사건을 모방한 사건들이 계속해서 발생할 정도로 영향이 컸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는 사건 발생 17년 후 가해자 중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 수 클리볼드가 쓴 책으로, 딜런 클리볼드가 태어나서 사건을 벌이기까지의 17년, 또 사건 발생 후 17년, 총 34년간의 일을 정리하고 있다. 사건의 발생 이유, 사건을 벌인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가해자 가족들이 겪은 생각과 감정들이 솔직하게 정리되어 있다. 책은 아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것이 아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근원적인 폭력성과 마주한 인간이 그것을 이해하고 설명하고 또 예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쓴 책이다. 인간의 폭력성에 대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차갑게 고발하는 여타의 책과 달리, 바탕에 부정할 수 없는 ‘사랑’을 깔고 있는 ‘어머니’가 써내려간 글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독특하고 설득력 있다.
저자
수 클리볼드
출판
반비
출판일
2016.07.15

15. 수 클리볼드Sue Klebold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A Mother's Reckoning: Living in the Aftermath of Tragedy]|홍한별 옮김|반비

- 1999년 4월 20일 13명의 사상자와 24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미국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격사건의 범인의 어머니가 쓴 글.

- 그 당시 범인으로 2명으로 에릭 해리스와  딜런 클리볼드로 성(姓)을 봐서 알겠지만 저자는 딜런의 어머니.

- 비교적 평탄하고 멀쩡하다고 여겨지던 한 가정의 붕괴와 고통을 그렸다. 클리볼드 가족은 이로 인해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피해자 유족에게 소송을 당하면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 이 책은 미국에서도 사건 후 16년 뒤 출간. 자신의 아이였지만 그 아이에 대해 모를 수도 있었다는 사실이 저자를 괴롭다고 토로. 딜런은 따돌림과 괴롭힘으로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사건 후 지은이는 외상성 스트레스와 공황장애에 시달렸고 42년 간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혼 후 저자는 자살방지 활동에 나섰다.

- 정신질환을 뇌질환으로 여김. 뇌의 문제인가?

- 틸다 스위튼 주연의 영화 <케빈에 대하여We Need to Talk About Kevin(감독 린 램지)>가 연상.

- 이 책에 따르면 콜로바인은 버지니아 공대와 샌디훅 총격 사건에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