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읽기

2023년 읽은 것(1)

타우로 2023. 5. 3. 10:10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말하고 듣는 세계’보다 ‘읽고 쓰는 세계’를 지향하며 책을 중심으로 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누구나 책을 써보자고 제안했던 소설가 장강명.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유유히)에서는 자신의 직업인 ‘소설가’가 헌신할수록 더 좋아지는 직업이라고 당당히 고백하며, 부지런히 글을 지어 먹고사는 소설가의 일상과 더불어 문학을 대하는 본심을 숨김없이 풀어놓는다. 소설가 장강명은 오후 11시 반쯤 자고 오전 6시 반 전에 일어난다. 글 쓰는 시간은 스톱워치로 재고 매일의 생산량을 엑셀에 기록한다. 앉아서 오래 일하는 직업이라 아프지 않기 위해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집에서 간단한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롤 모델은 저널리스트 출신 소설가 조지 오웰, 그와의 공통점을 하나씩 찾아가는 재미를 쌓고 있다. 전업 작가 생활의 외로움은 일과 이후 맛있는 맥주로 달랜다. 장강명은 책을 낸 뒤에는 자신의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 읽어서 즐거운 소설이 없다. 해피엔딩 애호가 장강명은 소설을 쓸 때마다 늘 후순위로 밀려난다. 소설만큼은 쓰다 보면 진지해진다. 작업을 하는 내내 ‘이걸 왜 하지?’라는 생각을 떠올리며 이유를, 의미를 찾다 보면 그렇다. 소설을 집필하다 보면 다른 소설가들은 어떻게 해왔지 하고 궁금해질 때가 있다. 실존 고유명사를 쓰고 싶은데 업계 관행에 따라 현실과 다른 고유명사를 꼭 지어야 하나? 무슨 가이드라인 같은 건 없을까? 『재수사』를 쓰면서는 실제 기관이나 지명을 쓰는 대신, 독자들이 실존 대상의 특징으로 착각할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는 이름을 바꾸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소설에서 표절의 기준은 무엇일까? (출처를 밝힐 의무가 없음에도, 작품 속 ‘작가의 말’에서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는지 시시콜콜 밝히고 있다) 발표한 작품의 주제를 묻는 사람들에게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작가 자신도 책을 내고 낸 다음에도 정확히 뭘 썼는지 모르는 건 아닐까? (소설을 쓰는 동안 ‘이 작품의 주제가 뭐지?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지?’ 하고 스스로에게 자주 물으며 답을 준비하는 편이다) 등등. 한편 소설가의 수입에 관한 궁금증도 하나씩 풀어본다. 좋은 점부터 이야기하자면 21세기 문화 강국이 된 덕분에 소설 판권이 활발히 팔리는 중이고 미디어업계에서는 소설가에게 협업 및 고용 제안도 한다. 정확히 책으로 먹고사는 건 아니지만, 2차 판권 수입은 전업 작가 생활을 유지하는 데 분명 도움을 주고 있다. 더불어 대부분의 작가들은 강연으로 돈을 번다. 단 그 강연료를 먼저 제시하지 않거나 안 주는 식으로 공연히 작가들을 속앓이하게 만드는 단체들이 많다. 또 고료 체불이나 인세 지급 누락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끝내 계약 해지까지 이른 경험을 토로하면서 장강명은 이렇게 말한다. 출판은 문화 운동이기 이전에 엄연한 비즈니스이므로, 기본을 제대로 지켜달라고. “입금, 교정, 예의 같은 것을.(241쪽)”
저자
장강명
출판
유유히
출판일
2023.02.15

1. 장강명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월급사실주의 소설가 장강명이 털어놓는 본업분투 에세이]|유유히

- <채널예스>와 <방송작가> 잡지의 연재글, 문학포럼과 작가축체의 기고문, 출판사와 언론사의 청탁 원고 등을 엮어 낸 단행본. 소설가로서 돈벌이와 밥벌이 고충에 대해 이야기. 특히 한국 문학계와 출판계에 대한 울분을 비롯해 투명한 인세 정산과 독서 생태계 조성에 대해 이야기. 그밖에 임성순, 정세랑 등 떠오르는 한국의 신예 작가에 대해서도 언급.

- 소설가라는 글작가의 수익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애하며 원고료나 책 인세보다 강연, 방송출연 등 부수입이 더 짭짤하다는 씁쓸한 현실을 토로. 그러나 소설 원작을 활용한 한국 영상물 등 미디어믹스 콘텐츠의 인기를 근거로 문학계, 소설가의 전망이 아주 암울하지 않다고 주장.

- 책 홍보와 판매를 위해 사인은 물론 낭독회, 팟캐스트,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의 활용과 상품=굿즈 제작 그리고 책 표지와 제목 선정 등 서적 마케팅에 애쓰는 작가와 출판사의 노력도 언급.

- 작가와 편집자 파트너십이 원활하고 사이좋을 때도 있지만 반대로 출판사의 입금 지연과 누락 심지어 먹튀로 인해 괴로워하는 작가의 고통도 토로. 거기에 현재 한국 도서 판매량 집계의 불투명성에 대한 불만도 곁들였다. 일단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대한출판문화협회가 각각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을 구축했다고는 한다…

- 그밖에 소설가로서의 생활습관과 인간관계, 사회문제에 대한 작가의 인식 등에 대해 얘기.

 ex1>문학관, 지자체, 민간기업 등이 지원하는 각종 문학 레지던스 프로그램 신청과 이용, 아이디어와 표절, 소설 집필방법과 구성, 소설에서 고유명사 사용 여부에 대한 의문, 건강 관리와 출판사와 편집자의 관계(에디터십&갈등), 동종 업계 사람(다른 작가)과 사교 등

 ex2>소외되는 다문화 가정, 외면받는 북한 인권에 눈길을 돌릴 것을 촉구 등

- 지은이는 그동안 한 작가 계약서를 철해 모아 놓았는데 여태 모은 계약서의 문구를 보니 판권 등 저작권과 관련 사항에 여러 변화가 있었다고. 특히 소설을 원작으로 한 다양한 미디어믹스 등의 2차저작권의 변화가 두드러진다고.

 ex>영화, TV·OTT 연속극 같은 영상물, 연극과 뮤지컬 같은 무대공연, e북과 오디오북, 만화(웹툰), CD 등의 수익 배분율 

 

 
사소한 것들이 신경 쓰입니다
정말정말 사소한 일이지만 왠지 신경이 쓰이는 이웃집의 화분 상태, 몽블랑의 내용물, 보낸 메일의 오탈자, 생일이 무슨 요일인지 등등....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여성 만화가 겸 에세이스트 마스다 미리가 자신의 일상을 소박하게 소개하는 최신 코믹 에세이. 우리는 무슨 일이든 확인을 게을리했을 때 크고 작은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세상에는 딱히 필요하지 않은 확인도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작가는 그 별로 필요 없는 확인을 하느라 꽤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고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면서 그 사소한 확인이 일상을 살아가는 큰 힘이 된다고 고백한다. 뮤지션 겸 작가 요조는 추천의 글을 통해 “마쓰다 미리의 책은 언제나 읽기 전부터 기분이 좋다”면서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다시 배운 확인이라는 단어를 자신의 평범하고 사소한 삶에 얼른 사용하고 싶다”는 감상을 밝혔다.
저자
마스다 미리
출판
소미미디어
출판일
2023.02.15

2. 마스다 미리 [사소한 것들이 신경 쓰입니다小さいコトが氣になります]|권남희 옮김|소미미디어

- 지은이가 대놓고 서문에 음식 이야기가 많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30~40% 분량 정도만 나오고 그 외 나머지는 장소 구경, TV 프로그램, 영화 관람, 물건에 얽힌 추억 등을 수록.

- 지은이가 일본인이라서 그런지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100엔숍, 무인양품 가게, 다카라즈카 가극단宝塚歌劇団(여성으로만 구성된 일본 뮤지컬 극단), 도쿄 시부야의 스크램블 교차로(횡단보도가 보통 대각선 뱡향으로 그려졌으며 모든 방향의 차량통행을 정지시킨 후, 보행자가 어느 방향으로든 건널 수 있도록 하는 방식), 데이고쿠 호텔, 도큐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 등 일본을 떠오르게 하는 요소를 많이 언급.

- 지은이는 밤이 들어간 주전부리를 좋아한다고 한다. 밤이 들어간 간식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지만 지은이가 정리정돈 책에 빠졌다는 말에 어쩐지 동질감을 느꼈다.

 

 
프랑스 전통 과자 백과사전
에클레르, 밀푀유, 시부스트 등 파티스리 과자부터 크레프, 타르트, 타탄 등의 비스트로 과자, 쿠글로프나 퀴니아망 등의 지방 과자까지! 맛있는 이 과자들은 전부 프랑스 과자랍니다. 《프랑스 전통 과자 백과사전》은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프랑스의 전통 과자들을 모두 담은 과자 도감입니다. 프랑스 과자의 역사와 유래, 과자를 고안한 장인, 과자 연표 등 국내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프랑스 전통 과자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다룹니다. 가정에서도 만들 수 있는 과자의 경우 그 레시피까지 함께 수록하여 읽을거리로도 요리서로도 여러 방면에서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책이랍니다. 《프랑스 전통 과자 백과사전》과 함께 프랑스 전통 과자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세요.
저자
야마모토 유리코
출판
참돌
출판일
2020.07.07

3. 야마모토 유리코山本ゆりこ [프랑스 전통 과자 백과사전フランス傳統菓子圖鑑 お菓子の由來と作り方 定番菓子から地方菓子まで132種を網羅した決定版]|임지인 옮김, 김상애 감수|참돌

- 지은이는 1997년부터 12년 간 파리에 체류하면서 르 꼬르동 블루 요리 학교를 거쳐 리츠 에스코피어 등 여러 호텔과 음식점, 제과점에서 경험을 쌓으며 제과 공부를 했다고 한다. 서문에서 지은이는 프랑스 과자가 고전과 창작으로 나눠진다고 하는데 최근 익히 알려진 프랑스 과자는 고전이 아닌 창작인 경우가 많으며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의 고전 과자가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 책은 크게 '파티스리(제과, 제빵), 비스트로(서민 식당), 가정식, 지방' 4가지 범주로 분류되어 컬러 사진과 함께 132가지 프랑스 과자의 기원을 비롯한 여러 설에 대해 소개. 과자이다 보니 식사용보다는 대체로 후식이나 간식 같은 디저트, 아니면 기독교 행사나 생일, 결혼 같은 의례용 위주이고 일부 과자는 조리법을 기재.

- 프랑스는 온화한 기후라서 농작이 잘 되고 낙농업도 발달해 각종 곡물이며 과일, 달걀, 유제품(버터, 치즈 등) 등의 식재료가 풍부. 그러나 근대 이전에는 식료품 보존 기술이 떨어졌던 관계로 과일 디저트는 한국의 간고등어처럼 보존식으로 이용. 책에 나온 '가정식 과자' 편에서 보존식으로서 과일 디저트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 프랑스가 유럽의 기독교 국가이다 보니 과자 이름이나 조리법에서 기독교와 다른 유럽 국가(폴란드,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스위스 등)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종교나 국적 말고 프랑스 과자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는 과자 장인이나 요리사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의외로 정치인, 특히 외교관이 영향을 많이 끼친 게 신기하다.

직업군 이름 생몰년 비고
요리사,
과자 장인
기욤 티렐Guillaume Tirel 1310~95 4세기 프랑스 샤를 5세와 6세 왕의 요리장으로 별칭은 타유방
마리 앙토냉 카렘
Marie-Antoine Carême
1784~1833 '셰프의 왕, 왕의 셰프'로 유명한 19세기의 전설적인 요리사
오귀스트 에스코피에
Georges Auguste Escoffier
1846~1935 앙토냉 카렘의 뒤를 잇는 요리의 제왕
피에르 라캉Pierre Lacam 1836~1902 유명 파티시에이자 미식 역사가
정치인 카트린 드 메디치
Caterina de' Medici
1519~89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 출신으로 프랑스 앙리 2세의 왕비
스타니스와프 보구스와프 레슈친스키 Stanisław Bogusław Leszczyński 1677~1766 프랑스 북동부 로렌 지역을 다스린 공작이자 폴란드의 왕
마리 레슈친스키
Maria Karolina Zofia Felicja Leszczyńska
1703~68 스타니스와프 레슈친슈키의 딸이자 루이 15세의 왕비
장 앙텔름 브리야 사바랭 
Jean Anthelme Brillat-Savarin
1755~1826 외교관이자 법관으로 '당신이 먹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 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란 말로 유명한 미식가. 저서로는 [미식 예찬Physiologie du gout]이 있다
탈레랑
Charles-Maurice de Talleyrand-Périgord
1753~1838 정치인이자 외교관으로 앙토냉 카렘 등의 요리사를 이용한 음식 외교로 유명

- 프랑스 과자에는 지명이나 인명(실존 인물은 물론 당대 유행한 소설, 연극, 가극의 주인공) 혹은 사물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들이 꽤 있다. 경기도를 북도와 남도를 나눌지 고민하는 한국과 달리 프랑스는 2016년 22곳이었던 지방(행정구역)을 13곳으로 통합, 재편성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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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이름의 유래 혹은 기원

과자 유래, 기원
사바랭Savarin 18세기 미식가 브리야 사바랭
살람보Salammbô 19세기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역사소설 주인공
마들렌Madeleine 17세기의 요리사 혹은 레슈친스킨 공작의 하녀
페슈 멜바Peche Melba 19세기 오스트레일리아 소프라노 가수 넬리 멜바
푸아르 벨엘렌 
Poire Belle-Helene
19세기 독일 자크 오페바흐의 오페레타 <아름다운 엘렌La belle Hélène(트로이 전쟁의 원인이었던 미녀 헬레네가 모티프)>
다르투아Dartois 18~19세기 극작가 아르망 다르투아 혹은 옛 아르투아 지방
생토노레Saint-Honore 파리 8구의 포부르 생토노레 거리
타르트 부르달루
Tarte Bourdaloue
17세기 철학자 부르달루의 이름을 딴 파리 9구의 거리
파리 브레스트
Paris-Brest
1891년 시작된 1,200km 거리의 '파리-브레스트-파리' 왕복 자전거 경주Paris–Brest–Paris bicycle race 대회
오페라Opera 파리 9구의 오페라 극장 건물
몽블랑Mont-Blanc 해발 4,807m의 알프스 산맥의 최고봉
퐁뇌프Pont-neuf 1991년 쥘리에트 비노슈Juliette Binoche 주연 영화<퐁네프의 연인들Les Amants Du Pont-Neuf>로도 유명한 파리 센 강의 다리
가토 오 쇼콜라 드 낭시Gateau au chocolat de Nancy 프랑스 북동부 그랑테스트Grand Est의 중심도시 낭시
비스퀴 로제 드 랭스
Biscuits roses de Reims
프랑스 북동부 샹파뉴Champagne의 중심도시 랭스
미를리통 드 루앙
Mirlitons de Rouen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Normandie의 중심도시 루앙
가토 브르통Gateau breton, 파르 브르통Far breton 브르통은 프랑스 북서부 브루타뉴Bretagne 지역을 가리킴
브리오슈 드 생제니
Brioche de Saint-Genix
생제니는 프랑스 중남부 오베르뉴론알프Auvergne-Rhône-Alpes 지방의 마을
아르데슈아Ardechois 프랑스 중남부 오베르뉴론알프Auvergne-Rhône-Alpes 지방의 주州
비스퀴 드 사부아
Biscuit de Savoie, 
푸아르 아 라 사부아야르Poires a la savoyarde
사부아는 론알프(現 오베른뉴론알프) 지방의 옛 명칭
가토 바스크 오 스리즈
Gateau basque aux cerise
프랑스 남서부 바스크 지방
트로페지엔
Tropezienne
로제 바딤 감독, 브리짓 바르도 주연 1956년 영화 <순진한 악녀>,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Et Dieu... Crea la Femme, ...And God Created Woman>의 배경이 된 프랑스 남동부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Provence-Alpes-Côte d'Azur 지방 바르 주의 휴양도시 생트로페

- 프랑스 과자가 주제이다 보니 본의 아니게 프랑스 단어를 공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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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단어와 뜻

단어 단어 단어
데세르Dessert (식후) 디저트 앙트르메
Entremets
'디저트'의 고급스러운 표현 구테Goûter 간식(주로 어린아이와 함께 먹는 경우)
파티스리
Pâtisserie
과자 제조(법) 파트Pâte 반죽 콩피즈리
Confiserie
단 과자, 제과점
콩포트Compote 설탕에 졸인 과일 팽Pain 가토Gâteau 케이크
베카
Wecka /Wecka
작은 빵 또는 케이크 제누아즈Génoise 스펀지 케이크 누가Nougat 과자
뷔니Bunyi/Bugni 튀김 과자 비스퀴Biscuit 비스킷 퀴Cuit 굽다, 삶다, 익히다
쇼콜라Chocolat 초콜릿 쉬크르Sucre 설탕 외프OEuf 달걀. 복수형은 우OEufs
므랑그Meringue 머랭(달걀 흰자위에 설탕을 넣어 거품 낸 것) 레Lait 우유 크렘Crème 크림
뵈루Beurre 버터 프로마주
Fromage
치즈 야우르트Yaourt 요구르트
프뤼이Fruits 과일 시트롱Citron 레몬 피그Figue 무화과
베라Bera/Beera 서양배 페슈Peche 복숭아 프레지에Fraisier 딸기나무
블레Blé 미레Millet 조, 기장 등의 잡곡 사라쟁Sarrasin 메밀
리즈Riz 아망드Amand 아몬드 페브Fève 누에콩
글랑Gland 도토리 슈Chou 양배추.  복수는 Choux 프루Four 오븐
포레Forêt 푀유Feuille 나뭇잎 뷔슈Buche 장작
로제Rose 장미 로셰Rocher 바위 튀일Tuile 기와
불Boule 공球 미루아르Miroir 거울 뤼네트Lunettes 안경
퓌이Puits 우물 바르케트
Barquette
작은 배 나베트Navette 나룻배
샤Chat 고양이 페Pet 방귀 수피르Soupir 한숨
무스Mousse 거품 에클레르Éclair 번개 네주Nneige 눈雪
아모르Aamour 사랑 디보르세Divorce 이혼 블랑Blanc 하양
누아르Noir 검정 블롱Blond 금색 브룅Brun 갈색
루Roux 적갈색 루아Rois 왕王 루아얄Royal 왕가의 것
프레지당
Président
대통령 디플로마트
Diplomate
외교관 앙바사되르
Ambassadeur
외교 대사
폴로네즈
Polonaise
폴란드인, 폴란드의 것 콩골레Congolais 콩고인, 콩고의 것 논Nonne 수녀
노엘Noel 성탄절, 크리스마스 랑그Langue 콩베르사시옹
Conversation
대화
콩코르드
Concorde
조화 도우Doux 달다 쇼Chaud 뜨거운
글라세Glacé 차가운, 언 수플레Souffle 부풀다 브륄레Brûlee 태우다
퐁당Fondant 입에서 살살 녹는 무알르Moelleux 부드러운, 푹신한 쿨랑Coulant 흘러내리는 것
브루아예Broyer 부서뜨리다 크럼블Crumble 잘게 부순 것 카늘레
Cannele/Canele
(세로)홈이 있다
나파Napper 감싸다 페르뒤Perdu 잃어버리다 밀Mille 천千(1,000)
프티Petit 작은 드De ~의    

- 드물지만 프랑스에 쌀로 만든 디저트가 있는데 바로 '리 올 레Riz au lait'다. 리Riz=쌀, 레Lait=우유를 가리키니까 한마디로 쌀에 우유를 부은 음식으로 책에서는 '쌀 푸딩'이라고 소개하는데 어쩐지 한국의 타락죽駝酪粥이 떠오른다. 트르굴Teurgoule이라고 '노르망디풍 리 올 레(쌀 푸딩)'도 있다고 한다.

책에서 프랑스는 쌀만큼이나 옥수수로 만든 디저트가 드물다고 하면서 옥수수 디저트 밀라스Millas를 언급. 쌀이나 옥수수만큼 드물지는 않지만 메밀로 만든 디저트도 흔한 것은 아닌 듯. 대표적인 메밀 디저트하면 갈레트Galette가 있는데 사실 갈레트는 디저트라기보다 식사용이다. 갈레트와 비슷하지만 식사용이 아닌 간식용으로는 크레프Crêpe라는 게 있다. 짭조름한 메밀 팬케이크인 갈레트와 달리 크레프는 달콤한 밀가루 팬케이크라고. 아, 그리고 프랑스에서는 와플을 고프르Gaufres라고 한다고.

- 원래 일본 자체가 스위츠Sweets, 디저트 문화가 강해서인지 (프랑스) 제과나 제빵을 다룬 작품, 특히 만화가 많이 있다.

 ex1>마츠모토 나츠미의 [꿈빛 파티시엘夢色パティシエール], 이자와 레이(글)&츠야마 후유(그림)의 [집사님 마음대로夢色パティシエール], 미나미 마키의 [코모모 콩피즈리], 오다 에이치로의 [원피스ワンピース] 중 '빅 맘 해적단ビッグ・マム海賊団의 토토랜드万国(トットランド) 홀케이크 아이랜드ホールケーキアイランド' EP

 cf)프랄린Praliné; 구운 견과류(헤이즐넛, 아몬드)와 캐러멜 맛이 나는 페이스트(갈거나 개어서 풀처럼 만든 소스로 잼이나 누텔라처럼 빵에 발라 먹기도 함). 벨기에도 프랑스와 철자, 발음이 비슷한 프랄린이 있는데 프랑스와 달리 페이스트가 아닌 초콜릿을 지칭.

- 지은이가 일본인이니 책에 '일본'이란 단어가 나오는 게 당연한 건대 옮긴이가 굳이 '한국'으로 과하게 변경해 문맥상 어색하다. 국명國名 대신 차라리 '우리나라'라고 표기했으면 그래도 그나마 덜 어색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설레는 오브제
《설레는 오브제》는 텍스트의 바다에서 헤매던 한 전업 번역가가 지면에서 마주친, 마음을 사로잡고 설레게 한 사물들을 수집한 기록이다. 10여 년간 출판 번역가로 일하며 50권이 넘는 책을 옮긴 저자 이재경은 번역하는 틈틈이 마주치는 사물들의 사연을 탐색하고 거기에 자신의 일상을 접붙이는 글을 썼다. 그 글들은 베테랑 번역가가 미처 지면에 다 옮기지 못한 “여러 편의 긴 역자 주석”인 동시에, 아주 사적인 취향으로 엄선한 독특한 수집품 컬렉션이기도 하다. 수집이라고 하면 보통은 소유를 전제로 하지만, 이 책에 담긴 수집품들은 다르다. 저자는 사물의 물성 대신 감성을 수집한다. 그 감성을 이루는 이야기는 두 가지 관계에서 비롯된다. 그 사물이 존재한 시간 동안 인간 세상과 맺은 관계, 그리고 그 사물을 바라보고 생각하며 맺은 저자와의 관계. 그래서 《설레는 오브제》는 사물 뒤편에 쌓인 맥락을 탐구하는 인문 에세이이자, 저자만의 내밀한 취향과 감성을 고백하는 일상 에세이이면서, 숙련된 번역가의 언어에 대한 고민과 관점을 엿볼 수 있는 번역 에세이이기도 하다.
저자
이재경
출판
갈매나무
출판일
2022.04.25

4. 이재경 [설레는 오브제-사물의 이면에는 저마다의 사연과 궁리가 있다]|갈매나무

- 서강대 불어불문과를 졸업 후 직장인으로 일하다가 전업 전문가로 전직한 지은이가 말하는 30가지 오브제(사물)와 그 명칭에 대한 이야기. 책에는 해당 오브제 관련 흑백 사진과 일러스트레이터 연어가 그린 그림이 함께 수록되어 해당 사물의 형태를 알기 쉬웠다.

- 책 소개문이나 머리말에서 이 책을 '번역가의 물건 주머니' 혹은 '여러 편의 긴 역자 주석(옮긴이 주)' 또는 '오브제 로맨스Romace(모험담)'라고 언급하며 해당 오브제와 관련한 문학, 역사, 심리, 미술 등 인문학적 배경에 대해서 소개.

- 지은이 직업이 번역가이다 보니 오브제의 언어학적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 같은 사물이라도 지역, 사회문화의 맥락에 따라 명칭이 다르거나 어형이나 뜻이 변화하는 것에 대해 소개. 클리셰Cliché, 망토Manteau, 시크Chic처럼 언어권과 문화권을 넘으며 모양과 뜻이 변하는 단어도 있고. 봉지Bag와 봉투Envelope처럼 차이가 있어 구별해서 써야 하는 단어도 있다고.

 cf)구조주의 언어학의 시조로 불리는 프랑스 언어학자 페르디낭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1857~1913)의 랑그Langue(언어의 보편적, 고정적 구조. 사전적 의미)와 빠롤Parole(언어의 개별적, 구체적 발화. 상황이나 맥락, 화자의 억양과 말투에 따라 달라지는 어감)

- 책에서 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물건인데도 이름을 모르는 사물 이야기가 나오는데 지은이가 꼽은 물건은 허니콤 볼Honeycomb ball(꽃볼, 종이 모빌, 페이퍼벌룬, 티슈페이퍼 플라워 등으로 불리기도 함)이 있다. 솔직히 허니콤 볼은 사진이나 그림을 보지 않고 이름만 들어서 잘 모르겠다. 허니콤 볼 말고도 꿀뜨개Honey dipper란 것도 이름만 들어서 어떻게 생기고 뭐에 쓰는 물건인지 잘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지은이와 달리 형태는 알아도 이름을 몰라던 사물로는 뱅커스 램프Banker's lamp가 있다. 뱅커스 램프는 황동 받침대에 쇠줄이 달렸으며 '기다란 반半 원통형 초록색 유리 갓'을 쓴 탁상 전등으로 서양의 오래되고 커다란 대학 도서관이나 20세기 이전 고풍스러운(혹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의 대저택 서재의 책상에 놓여 예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소품으로 종종 쓰인다(책에서는 19세기 배경 시대극이나 미국의 법정물 혹은 기자가 등장하는 영상물에서 자주 나온다고 하지만).

반구半球형 스테인드글라스(색유리) 갓의 탁상용 혹은 스탠드용 전등을 티파니 램프Tiffany lamp라고 칭한다. 앞서 말한 뱅커스 램프나 티파니 램프를 비롯 페이퍼백Paper bag, 갈색 봉지Brown paper bag(1971년 마거릿 나이트Margaret Night란 미국 여성이 발명), 에스프레소Espersso, 꽃시계Flower clock 등의 제품은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도 소개. 

- 팔러 체어Parlor chair의 팔러Parlor는 처음에 중세 수도사의 묵언 수행용 방이었다가 근대에서 귀족과 부유층의 응접실(살롱Salon)을 가리키다 현대 미국에서는 아이스크림과 피자 가게를 비롯 미용실, 안마시술소, 타투숍 심지어 장례식장 등의 대중 영업장소에서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미국 음반업계 최고상인 그래미Grammy 상은 축음기 그래머폰Gramophone의 별명인 그래미에서 유래했고, 텀블러Tumber는 원래 '온더록스On the rocks(유리잔에 얼음덩어리를 넣고, 거기에 위스키와 같은 주류를 넣어 마시는 방법) 술잔'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요즘은 '커피 담는 통'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지은이는 블로그&소셜 미디어 플랫폼 중 하나인 Tumblr를 떠올렸지만.

- 이름만 봐서는 지은이의 성별을 가늠하기 어려웠는데 종이 인형Paper doll, 메리제인 슈즈Mary Jane shoes(리처드 F. 아웃콜트Richard Felton outcault가 1902년부터 <뉴욕헤럴드New York Hearald>에 연재한 만화 '버스터 브라운Buster Brown'의 주인공 버스터 브라운의 여동생 메리 제인에서 유래되었으며 처음에는 남녀공용 신발에서 어느 순간 여성용 구두를 표현하는 것으로 굳어짐), 쥘부채Hand fan(접선摺扇), 깅엄체크Gingham check(=격자무늬|프랑스 소설가 프랑수아즈 사강과 배우 브리짓 바르도가 즐겨 입은 의상, 1900년 윌리엄 덴슬러William W. Denslow가 그린 [오즈의 마법사] 속 도로시의 하늘색 원피스), 화장거울Vanity Mirror, 사주침대Four-poster에서 공주니 소녀 감성이니 그리고 페미니즘을 언급하는 걸로 봐서 여성인 듯. 인터넷에서 작가 인터뷰에 실린 사진을 보니 정말 여성이기는 했다.

- 사물이라고 했지만 에스프레소나 스콘Scone 같은 음료나 빵, 아티초크Artichoke 같은 식물 그리고 플뢰르 드 리스Fleur-de-lis(양식화된 백합꽃 문양으로 서양 특히 프랑스 왕가의 문장紋章으로 주로 쓰임) 같은 기호처럼 사물과는 뭔가 조금 동떨어진 오브제도 등장.

 

 
여행하는 여성, 나혜석과 후미코
이 여행기는 여행이란 남성만이 누리던 시절, 민족과 계급이 다른 두 ‘여성’의 기록이다. ‘여성’은 한일 근대기에 형성된 하나의 계급이었다. 근대라는 새로운 시대에 태어난 새로운 여성이란 누구인가. 화가와 작가라는 자신만의 세계와 일을 가진 여성이다. 여행이 가능한 여성이다. 나혜석(1896~1948)과 하야시 후미코(1903~1951)는 똑같은 여정으로 부산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타고 중국을 통해 만주로 들어가 시베리아 열차로 파리까지 여행한다. 식민지 한국과 피식민지 일본의 근대 시기를 대표하는 여성 나혜석과 하야시 후미코는 같은 시대에 태어나 4년이라는 차이를 두고 시베리아 열차를 타고 러시아를 횡단하여 유럽을 다녀왔다. 그리고 각자 「구미여행기」와 「삼등여행기」를 남겼다. 그러나 둘의 여행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당시 식민지 여성 나혜석은 일등칸으로 다닌 반면 제국 여성 후미코는 가장 저렴한 삼등칸으로 여행을 다닌다. 때문에 만나는 사람도 보이는 풍경도 모두 다르다. 근대와 함께 탄생한 새로운 계급, 여성. 식민지와 피식민지라는 배경 안에서 펼쳐진 두 여성의 삶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1930년 전후 제국주의의 절정기, 동양 여성이 세계를 여행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저자
나혜석, 하야시 후미코
출판
정은문고
출판일
2023.02.21

5. [여행하는 여성, 나혜석과 후미코]|안은미 옮김|정은문고

- 옮긴이(+작가 이지혜)와 편집부의 개입이 좀 있기는 하지만 글 자체는 <삼천리> 잡지에 '구미유기'란 제목으로 나혜석이 9회(1932년 12월~34년 9월) 연재한 글과 1929년 <별건곤> 잡지에 실린 인터뷰, 하야시 후미코의 [삼등여행기三等旅行記]와 [나의 기행私の紀行]을 바탕. 두 사람 다 20세기 초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한 해외여행에 대해 썼다.

- '20세기 초 근대 동아시아에 살았던 예술가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나혜석(1896~1948)과 하야시 후미코林芙美子(はやしふみこ/1903~51)의 삶은 완전 극과 극이었다. 식민지 조선인이었지만 부르주아 인텔리 신여성이었던 나혜석, 식민국 일본인이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가난에 시달리며 여러 일을 전전하다 자전소설

[방랑기放浪記(가난을 팔아먹는다는 혹평을 들었지만 대공황시대 60만 부나 팔린 인기작)]를 통해 유명작가가 된 프롤레타리아 후미코.

- 여러모로 서로 대비되는 삶을 살아가던 두 사람의 해외여행 역시 많은 차이를 보였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1등칸이나 호화 여객선을 이용해 호텔이나 중산층 집 정도의 중급 이상 숙소에만 기거하던 나혜석과 달리 하야시 후미코는 저렴한 가격의 3등칸이나 우편선을 타고 좁고 시끄러운 서민 아파트에 하숙했다. 책 소개에 따르면 나혜석이 당시 썼던 여행 경비는 그때 일반 봉급자의 30년 치 급여와 맞먹었다고.

- 나혜석의 해외여행은 1927년 외교관이었던 남편 김우영이 일본 외무성이 지원하는 '해외 위로여행 포상' 대상자에 선정되면서 부부동반으로 같이 떠나게 된 거라고 한다. 한국 부산에서 출발해서 중국, 러시아, 유럽(구라파)을 거쳐 미국을 지나 귀국하는 여정이었다. 여행 기간은 1년이 넘었다고.

- 나가이 가후가 쓴 [프랑스 이야기]에 감명받은 후미코는 1931년 남편을 두고 홀로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탑승해 중국과 러시아를 경유, 파리에서 7, 8개월 정도 체류 뒤 귀국했다. 책 소개문에 따르면 후미코는 돌아올 여비도 없이 시베리아 열차 3등칸에 탑승해 사과 1개나 달걀 1알 정도 사는 데 망설일 정도라고 해서 엄청 궁상맞은 여행이구나 싶었는데 막상 후미코가 쓴 글을 읽으니 그렇게 궁상맞아 보이지는 않았다. 

뭐, 나혜석 부부의 호화 해외연수와 비교한다면 궁상맞아 보일지도 모르지만 2등칸이나 침대차에도 타고 자동차도 타고, 파리에서 불어 공부도 하고, 백화점도 돌아다니고 영국 런던에도 갔던 걸 보면 나혜석보다 저렴한 가격에 여행을 한 것뿐이다. 책을 읽다 보면  오히려 후미코의 여행이 일반 범주에 속하고 나혜석 쪽이 보통에서 벗어난 드문 경우라는 생각이 든다.

- 남편의 일과 관련해서 한 여행이다 보니 나혜석은 타국의 외교관이나 정치인, 학자, 교수, 유학생 등과 교류하거나 외교 행사나 만찬에 초대받기도 했다. 나혜석이 만남 사람 중에 영친왕 이은도 있었다고. 유한계급有閑階級과 주로 교류한 나혜석과 달리 후미코가 만난 사람들은 가난한 노동자나 부랑자, 매춘부, 열차 사환, 프랑스 고학생 등 무산계급無産階級이었다. 덧붙여 후미코가 만난 이 중 일본인 기자나 프랑스인 작가나 학자가 있기는 했다.

- 남편의 일과 별개로 유럽과 미국의 박물관, 기념관, 도서관, 예배당, 정치행정기관(궁전, 의회의사당, 관저), 오락시설(공원, 댄스홀, 활동사진 극장, 음악회 등)이나 유명인의 묘소을 둘러봤다는 나혜석의 여행은 '유한부인의 관광' 같았다. 아, 그 밖에서도 등산전차가 다니는 알프스 산맥의 융프라우나 육지보다 수면이 높은 네덜란드 등 각 나라의 특이한 지역 특성이나 지방 풍경에 대해 서술.

화가여서 그런지 나혜석은 특히 각국의 미술관은 빼먹지 않고 꼭 들러 각종 회화나 조각 감상에 심취했다고. 그중 나혜석이 많은 분량을 할애한 화가는 스페인의 고야와 그레코 그리고 네덜란드의 반 다이크. 여러 나라의 각종 건축물이나 공원만 줄줄이 언급해서 그런지 나혜석의 기행문은 어쩐지 관광안내서나 여행 가이드북 같다. 

- 관광 안내서 같은 나혜석과 달리 후미코의 기행문은 여행 에세이풍이다. 먹을거리에 대한 이야기가 별로 없는 나혜석과 달리 후미코의 얘기에는 음식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그리고 여행 경비에 대해 별말이 없던 나혜석과 달리 후미코는 적어도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우편선 이용 때 관련 비용(식사비, 경유지에서 쓴 비용 등)을 기재. 그중 돈이 가장 많이 든 것은 열차와 배의 표값이었다고.

남편이나 아랫사람이 처리한 건지 나혜석은 사환이나 짐꾼의 팁 혹은 품삯에 대해 일절 언급이 없었던 반면 후미코는 그걸 일일이 다 적어놨다. 이렇듯 두 사람의 여행에 대한 감상이나 글의 분위기가 다른 것은 그들이 처한 상황과 더불어 취향이나 성향이 서로 달랐던 점도 크게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 나혜석이나 후미코는 둘 다 파리의 에펠탑에 대해서는 스쳐가기는 해도 1번씩 꼭 언급한다. 해외여행이기 때문일까? 간혹 두 사람 다 각국의 국민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한다. 나혜석은 구미유람 중 한복을 입었을까? 후미코는 게다를 신고 파리를 돌아다녔고 파리 체류 중 돈이 부족하면 본인의 비단 기모노를 전당포에 맡겨 돈을 꾸었다고 한다. 뭐, 시베리아 열차를 타면서 만난 서양인들이 후미코의 의상에 관심을 보였다는 걸로 봐서 일본 전통복장으로 해외여행을 했었던 듯. 

- 여행 중 후미코가 서양인과 의사소통이 되는 게 신기했다. 사실 후미코가 노어나 불어를 알아서 말이 통한 건지 보디랭귀지Body language인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불어는 사전과 불어 선생을 도움을 받았던 걸로 봐서 프랑스인과는 몇몇 단어와 보디랭귀지 그리고 필담으로 소통했던 듯. 그럼 러시아는? 그러고 보니 후미코가 프랑스에서 기다란 빵을 자주 먹었다고 했는데 아마도 '바케트'인 것 같다. 정작 후미코는 이름을 몰라서 계속해서 '기다란 빵'이라고 하지만.

- 생활감 있는 여행이라서 그런가 후미코는 도쿄와 파리의 부엌을 비교했다. 엄밀히 말해 일본과 프랑스의 식문화를 비교한 거지만. 후미코는 레스토랑(음식점) 외식 문화가 발달한 프랑스는 일본처럼 부엌이 번잡하지 않고 간소해 여자들이 종일 가사노동에 묶이지 않는 점이 부럽다고 했다.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오사카에서 조금 떨어진 어느 한적한 동네의 상점가. 옛 분위기가 물씬 나는 시장을 지나면, 인적 드문 골목에 파란 차양이 눈에 띄는 서점이 하나 있다. 가게 전체가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작고, 곳곳에 우산이 걸려 있는 서점, 바로 70년간 운영되어 온 고바야시 서점이다. 고바야시 서점의 주인 유미코 씨는 부모님께 서점을 물려받은 지 약 40년이 되었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위치해 손님이 붐비지는 않지만, 그녀에게는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손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일! 그런 그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매번 서점에 찾아오는 리카, 특별한 목표 없이 취업 준비를 하다가 출판유통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이다. 그녀는 연수를 받은 서점에 도움이 되고자 몰래 베스트셀러를 배본하려다가 상사에게 크게 혼이 나고, 고바야시 서점으로 보내져 유미코 씨와 처음 만난다. 리카는 유미코 씨의 따듯한 손길과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위로를 받게 되고, 고민이 있을 때마다 고바야시 서점에 찾아간다. 고바야시 서점에서 여덟 가지 이야기를 듣는 동안 자존감이 낮았던 리카의 삶은 180도 달라진다.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는 삶에 무기력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다시 살아갈 용기를 줄 수 있는 고바야시 서점의 실제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유미코 씨는 말한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 약점도 특별한 점이 될 수 있다”라고. 살아가기 힘든 이유로 가득한 요즘, 유미코 씨가 리카에게 전하는 따듯한 위로가 이 책을 읽는 모든 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다.
저자
가와카미 데쓰야
출판
현익출판
출판일
2022.08.31

6. 가와카미 데쓰야川上徹也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仕事で大切なことはすべて尼崎の小さな本屋で學んだ]|송지현 옮김|현익출판|반지수 표지그림 

- 일본 관서지방의 효고현 아마가사키시 JR선 다치바나역에 실존하는 작은 책방 고바야시(小林)가 배경. 1957년부터 시작해 70년의 역사를 가진 고바야시 책방은 현재 고바야시 유미코와 그녀의 남편 마사히로가 (우산을 팔면서) 40년 동안 운영 중. 고바야시 책방과 유미코 부부의 이야기는 일본에서 실제로 소설뿐만 아니라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 광고대행사 카피라이터 경력의 지은이는 서점을 매우 좋아해 2012년 논픽션 책 [서점에서 정말 있었던 마음 따듯해지는 이야기本屋さんで本にあった心溫まる物語]을 집필하기 위해 일본 전역의 여러 서점을 취재했는데 그때 고바야시 책방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지은이 자신이 '논픽션 노벨'이라고 분류한 이 책은 고바야시 책방 부부의 실제 이야기에 허구의 대형 출판유통회사 신입직원의 가상 이야기 결합한 소설이다.

- 작중 주인공인 신입직원은 도쿄 토박이의 20대 여성으로 여행을 즐기지 않고 집콕하는 성향에 그저 지원한 회사 중 유일한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출판유통회사에 취직했을 뿐 책을 자주 읽는 편도 아니었다. 그런 그녀가 예상치 않게 난데없이 도쿄(간토関東)가 아닌 오사카(간사이関西) 지사 영업부로 발령받아 처음에는 무척 곤란해하다가 오사카 지사 동료와 거래처인 서점 사람들의 지원과 조언을 통해 책과 서점 그리고 출판계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느끼는 과정을 묘사.

- 책과 서점에 대한 마케팅과 홍보 관련 기획이 주이다 보니 일본 서점에서 실제로 행한 몇몇 프로젝트 행사가 언급. 작중에서 주인공의 각성(?)에 도움이 되었던 기획 행사로 일본 포플러 출판사가 2011년 10월 100권 출간으로 완결한 '백년문고白年文庫'가 있다. '백년문고' 시리즈는 각 권마다 한자 한 글자를 제목으로 정해 일본, 해외 구분 없이 단편소설을 3편씩 모아놓은 앤솔러지 시리즈다.

일본, 해외 구분이 없다고는 했지만 역시 그래도 일본 단편이 많이 등장. 일본 말고 서양의 단편이 많이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 {다야마 가타이의 <아침朝>, 이토 에노스케의 <휘파람새鶯>와 같이 '아침(朝조)'이란 제목 엮임}> 나와 신기했다.

 ex>포플러 출판사의 '백 년 문고' 시리즈; 제1권 '동경(憧동)'∋다자이 오사무의 <여학생>, 레이몽 라디게의 <드니즈 Denise>, 구사카 요코의 <몇 번인가의 최후>/제5권 '소리(音음)'∋고다 아야의 <부엌의 소리台所の音>, 가와구치 마쓰타로의 <깊은 강의 종深川の鈴>, 다카하마 교시의 <얼룩 비둘기 이야기斑鳩物語>/제14권 '책(本본)'∋시마키 겐사쿠의 <연기>, 옥타브 위장의 <시지스몽의 유산>, 사토 하루오의 <귀거래帰去來>/제23권 '열쇠(鍵건)'∋H. G. 웰즈의 <벽문>,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어떤 이별>, 후고 폰 호프만슈탈의 <672번째 밤의 동화>/제27권 '가게(店점)'∋이시자와 요이지로의 <부인화婦人靴>, 시이나 린조의 <황혼의 회상黃昏回想>, 와다 요시에의 <설녀雪女>

작중에서 주인공은 '백년문고'에 영감을 받아 '백인문고百人文庫'라는 걸 기획, 진행했다고 나오는데 백인문고는 실제로 일본 구마모토시의 '나가사키 서점'의 '라 분코ラ·ブンコ(100명이 각 1권씩 총 100권의 책을 추천)' 행사를 참고했다고 한다. 어쩐지 무라야마 사키의 소설 '오후도 서점' 시리즈와 비슷한 느낌이다.

 

 
해피엔드 에어포트
『오후도 서점 이야기』 『백화의 마법』으로 일본 서점 대상 후보에 올랐던 무라야마 사키의 신작소설 『해피엔드 에어포트』가 출간됐다. 『꼬맹이 에리』로 마이니치 동화 신인상 최우수상과 무쿠하토주 아동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작가는 빛나는 동화적 상상력으로, 신비한 공항에서 일어나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네 편의 이야기와 에필로그를 연작소설로 엮어냈다. “좋은 바람을 타지 못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바람이 불기를 기다리면 됩니다. 차분하게 포기하지 말고, 좋은 바람이 부는 날까지.” 소설은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저마다 자신만의 길을 찾아 분투하는 독자들에게 기꺼이 희망이라는 날개를 달아준다. 포기하지 않고 꿈을 향해 비행할 수 있도록, 두려움보다는 설렘으로 마음이 가뿐해질 수 있도록, 과거의 아픔에 주저앉지 않고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료지, 유메코, 메구미와 마유리, 사치코 다섯 인물이 내일에 대한 희망을 안고 떠나는 오늘은 눈물 나게 아름답다.
저자
무라야마 사키
출판
열림원
출판일
2023.04.28

7. 무라야마 사키村山早紀 [해피엔드 에어포트風の港]|이소담 옮김|열림원|제딧 표지그림

- 지은이는 이전에도 몽환적인 분위기의 가상 백화점을 무대로 한 [백화의 마법]이라는 소설을 썼는데 이번에는 공항을 무대로 신비로운 만남과 재회를 다룬 4편의 연작소설집을 썼다. 주요 등장인물은 만화가, 공항 서점 직원, 연예인, 신인 작가, 마술사 5명이지만 연예인과 신인 작가가 단짝친구라서 그 둘을 묶다 보니 이야기는 5편이 아닌 4편이 되었다. 후일담인 '에필로그'는 신인 작가의 목소리로 마무리된다.

- '작가의 말'에 따르면 보면 지은이는 일본 서남쪽 규슈섬 나가사키시에 거주해서 도쿄 출판사와 미팅으로 한두 달에 1번씩 나가사키 공항과 도쿄 하네다 공항을 왕래한다고 한다. [해피엔드 에어포트]는 어느 공항인지 명확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작가의 말에 따르면 하네다 공항을 모델로 한 것 같다. 하네다 공항은 실제로 본 적이 없지만 책에서 나오는 공항 터미널 호텔이나 모노레일, 리무진 버스 등이 어쩐지 인천국제공항을 떠오르게 한다.

- '대륙에서 바다 쪽으로 좁다랗게 돌출한 육지를 일컬으며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半島'가 한국 국토의 특징이라면 일본 국토의 특징은 '길게 줄을 지은 모양으로 늘어서 있는 여러 개의 섬을 가리키는 열도列島'다. 다른 말로 섬나라라고 할 수 있다(사실 섬나라의 다른 대표주자는 영국, 열도로 유명한 다른 나라는 인도네시아가 있지만).

열도는 여러 섬으로 이루어졌지만 일본은 본토 한정으로 크게 규슈, 홋카이도, 시코쿠, 혼슈(간토, 간사이 지방) 4개의 섬으로 구분되었다고 한다. 배를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규슈(나가사키)와 홋카이도에서 혼슈(도쿄)로 오고 가려면 비행기 탑승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듯. 책의 주요 등장인물 중 만화가는 나가사키 출신이고, 신인 작가는 홋카이도(일본 북동부)에 거주하는 설정이다 보니 혼슈와 왕래 시 교통수단으로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온다.

한국은 의외로 인천, 김포, 제주 그리고 김해(부산) 외에도 공항이 10군데가 좀 넘지만 버스나 기차 등 육로 교통이 발달해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국내 여행 시 비행기를 잘 타지 않고 섬으로 들어가는 경우는 비행기보다 배를 주로 이용한다. 일본은 커다란 섬이 4곳이나 되나 보니 한국과 달리 비행기를 탑승하는 경우가 좀 있는 듯.

작중 등장인물 중 세계를 유랑하는 마술사는 미국이 주 거주지로 뉴욕 존 F. 케네디, 하네다 그리고 도호쿠의 아오모리 공항을 들렀다고 나온다. 그런데 도호쿠는 혼슈라 굳이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고 자동차나 열차를 이용해도 됐을 텐데. 서울과 부산 정도 거리인가? 그렇다고 해도 일본은 철도가 발달해 혼슈는 기차 여행을 즐기는 줄 알았는데 의외다. 한국도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데 비행기보다 기차(KTX)를 주로 이용하는데.

- '에어포트 Air port=공항空港'는 영어이든 한자이든 한국어로 풀어쓰면 다 '하늘의 항구'라는 뜻을 지닌다. 책에서는 세계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불어나가는 장소라며 공항을 '바람의 항구風の港(일본어 원제)'라고 말한다. 

- 소설가 백영옥이 한 말인가? 아무튼 누군가 공항 구경을 하는 걸 좋아한다고 한 작가가 있었는데. 나도 공항이나 기차역, 버스터미널, 백화점 등을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실제로 즐기거나 먹지 않아도 여러 가지를 볼 수 있는 복합쇼핑몰 같은 규모가 큰 곳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간이역이나 소규모 터미널이나 공항은 그다지. 구경거리가 별로 없어서 심심하다.

 cf)공항을 배경으로 한 창작 작품

1. 소설; 백영옥의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 기욤 뮈소의 [천사의 부름L'appel de l'ange] 

2. 영상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행크스 주연 2004년 영화<터미널The Terminal>, 김하늘, 이상윤, 신성록, 장희진, 최여진 출연 2016년 KBS수목연속극 <공항 가는 길(김철규 연출, 이숙연 극복)

- 지은이는 1964년 전후 세대 출신인데 희한하게도 이전에 쓴 [백화의 마법]이나 '오후도 서점' 시리즈 그리고 이 책까지 모두 2차 세계대전(1939~1945)에 대해 언급. [백화의 마법] 자체는 아예 공습으로 폐허가 되었던 마을이 무대였기는 했지만 '오후도 서점'도 [해피엔드 에어포트]도 2차 세계대전 공습 때 가족을 잃고 폐허가 된 마을에서 살아남아 일어서는 인물이 1명씩은 꼭 등장.

그쪽에 흥미가 있는 건지 아니면 어쩌다 보니 그쪽 소재를 주로 쓰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피해자로서 면모가 부각되었기는 하지만(일제강점기 우리나라한테 일본은 명백한 가해자지만...) 자기 작품에 전쟁 피해를 빼먹지 않는 게 어쩐지 묘한 기분이다. 뭐, 근현대 전쟁사를 다룬 작품도 아니고 몽환적이기는 하지만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다루는 소설에서 2차 세계대전 이야기를 빠지지 않고 곁들이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걷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
“소설을 쓰는 한 아니, 살아 있는 한 저는 산책을 하겠지요.” 마음의 환기가 필요한 오늘, 오가와 요코가 전하는 46편의 특별한 위로 소설을 쓰다가 피곤해질 때, 기분 나쁜 일이 있었을 때, ‘아, 그래. 산책을 하면 되지’ 하고 중얼거리고는 선크림을 바르고 집을 나섭니다. 열 살 난 애견, 러브와 함께 독특한 상상력과 기품 있는 문체로 세계 문단에서 꾸준히 주목받고 있는 오가와 요코의 국내 첫 산문집이 출간됐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작가를 이번 산문집에서는 한층 더 가깝고 너르게 만나볼 수 있다. 소소한 일상의 단편을 독자적인 시선으로 포착하고 상상력을 가미해 따뜻하고 담백하게 풀어내는 작가 고유의 스타일은 에세이에서도 여전하다. 《걷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는 크게 ‘소설가로서의 글쓰기, 일상의 회복으로서의 산책, 가족을 포함한 여타 생명에 대한 사랑’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이뤄져 있는데 특히나 작가의 반려견인 래브라도 ‘러브’와의 산책이 인상적이다. 오랫동안 곁을 지킨 애견 러브와 산책하며 일상의 잔잔한 리듬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아우른다. 글쓰기나 삶의 무게가 버겁게 다가올 때 산책은 작가에게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약이 되어준다. 타박타박, 가만가만, 산책의 담담한 리듬감을 닮은 책은 요즘처럼 마음이 답답한 시기에 우리에게도 작은 위로가 되어준다. 해설을 쓴 소설가 쓰무라 기코쿠의 말마따나 “슬픔과 불안의 바다에 빠지기 전에 마음을 살며시 뭍으로 되돌리는 듯한 평온한 균형감각”이 담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흔들림 없는 나날을 이어갈 기운이 찾아온다. 책을 덮는 순간, 근심 걱정은 옅어지고 다 괜찮아질 거라는 따뜻한 위안이 마음을 채운다.
저자
오가와 요코
출판
티라미수 더북
출판일
2021.04.30

8. 오가와 요코小川洋子 [걷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소설가의 쓰는 일, 걷는 일, 사랑하는 일とにかく散步いたしましょう]|김난주 옮김|티라미스 더북

- 지은이는 [박사가 사랑한 수식博士の愛した數式]의 소설가로 이 책은 〈마이니치신문〉에 〈낙이 있으면 괴로움도 있고(あれば苦あり?)〉란 제목으로 월 1회, 4년간 연재한 46편을 엮은 수필집.

- '제목이 걷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다 보니 지은이는 자기 수필집을 '산책 문학'이라고 표현하는데 막상 읽으면 산책 문학이라는 인식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래브라도 노견 러브(40kg, 14년 6개월 동안 살다 죽음)와 산책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는데 책 분량이나 언급되는 횟수로 볼 때 책에서 러브의 이야기는 그다지 분량이 많지 않다. 책 분량의 20~30% 정도. 책 끝무렵에 지은이와 러브가 같이 찍은 흑백사진 1장이 실렸다.

- 단행본은 표지뿐이지만(솔직히 래브라도보다는 닥스훈트가 연상되는 그림이지만) 일본 신문 연재판에는 데라다 준조가 매회 그림을 그려줬던 모양이다.

- 소설가라는 직업답게 글쓰기의 어려움 그리고 마감의 고충(책에서 지은이는 마감 압박에 시달리기는 해도 마감을 어긴 적은 없다고 한다)과 취재를 비롯한 여러 만남을 이야기.

- 지은이는 와세다대학 문예부를 졸업한 소설가인데 의외로 이과랑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듯. 수학을 비롯한 생물학이나 천문학, 지질학 이야기도 많이 하고 창 던지기나 피겨 스케이팅도 간혹 언급. 특히 야구를 좋아하는지 고시엔이나 고교 야구 이야기에 설레어하고 한신 타이거스의 팬이라고 대놓고 말한다. 하긴 문과계 인간이 과학이나 스포츠를 별로 안 좋아한다는 것은 그저 개인적인 고정관념일 뿐인지만.

- 물론 다른 이의 소설이나 동화, 수필집 이야기도 많이 한다. 그중 2번 이상 언급된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안네 프랑크. 지은이는 안네 프랑크에게 관심이 많은 듯하다. 실제로 [안네 프랑크의 기억]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고.

 

 
한국 일러스트레이션의 현재
음악, 영화, 드라마, 소설 등 모든 장르에서 한국 일러스트 작가의 "그림"과 "글"의 최첨단을 만나 볼 수 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K.일러스트" 최고의 작품집. 선두주자 35인의 생생한 인터뷰 및 작품 설명 애니메이션. 웹툰학과 교수님들의 강력 추천서 글로벌 아티스트 Zipcy 특별 인터뷰 수록
저자
SASAKI Mikio
출판
한림사
출판일
2023.06.12

9. 사사키 미키오平泉康兒 [한국 일러스트레이션의 현재ILLUSTRATION SCENE OF KOREA(韓國イラストレ-ションの今)-THE TALENTS RENEWING COMMON SENSE AND MOVING GLOBAL TRENDS]|한국 현암사, 일본 SE(SHOEISHA) 출판사

- 한국 일러스트레이터 35인과 그들의 그림 작품 소개. 2, 3장에 걸쳐 작가 프로필과 코멘트, SNS(트위터, 인스타그램, 웹사이트, 이메일) 주소 그리고 주로 사용하는 작업 도구를 소개. 책 말미에 집시Zipcy 작가와 인터뷰 수록.

- 일본 출판사가 펴낸이로 기재되어 왜 그런가 했더니 글쓴이가 일본인이었다. 글쓴이가 일본인이라 일본어판이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판에서는 작가 프로필과 코멘트 그리고 작품 소개에 한글과 영어를 병기.

- 21세기라 그런지 책에 실린 작가 대부분이 물감 같은 아날로그 도구보다는 포토샵Photoshop, 클립 스튜디오Clip Studio, 프로크리에이트Procreate 등 디지털 기기나 컴퓨터 그래픽 툴을 많이 썼다. 아날로그 도구를 쓰는 작가도 있기는 했는데 한 손에 꼽을 지경이었다.

- 책에 실린 그림 작품 대부분이 작가 본인의 개인작이고 간혹 책이나 음악 앨범 재킷, 광고물, 그리고 애니메이션이나 뮤직비디오 등의 삽화로 실린 작품도 소개. 작가 프로필에서 '장화裝畵'란 낱말이 나왔는데  삽화揷畫랑 무슨 차이가 있는지 뜻을 몰라 아리송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장화란 '책 표지를 장식한 그림', 한마디로 '표지 그림'을 일컫는 말이었다. 삽화가 책 표지 말고 책의 내지 그리고 신문이나 잡지 같은 매거진, 인포그래픽, 포스터, 각종 출판물과 영상물 심지어 일기예보 기상도 등 넓은 범위에서 다양다종하게 쓰이는 그림을 가리킨다면 장화는 '책 표지'에 한정된 듯하다.

- 위의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5)], [해피엔드 에어포트(6)]의 표지 그림을 그린 반지수Banzisu, 제딧JEDIT도 실려서 신기했다. 특히 반지수는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표지 그림이 소개작으로 실렸다.

- 개인적으로 에뽈Aeppol, 비엠BM, 다이DAI, 인플릭INPLICK, 링RING, 비비노스VIVINOS, 오얏vnvnii, 유보라Yoovora, 로원ROWON의 그림체가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