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음산책 출판사의 '직업 이야기' 시리즈

 
읽는 직업
14년간 꾸준히 굵직한 인문서 목록을 쌓아온 출판사,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출판사, 좋은 책을 많이 내는 출판사. 글항아리 출판사를 수식하는 말들에는 독자들의 신뢰와 지지가 깔려 있다. 글항아리의 편집장인 저자 이은혜는 그 시작부터 고락을 함께했다. 열렬한 독서가이면서 유능한 편집자, 마침내 저자로 거듭난 그에게 책을 읽고 만들고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읽는 직업』은 편집자 이은혜가 오랜 시간 골몰해온 출판과 편집에 관한 고민, 태도를 숨김없이 진솔하게 써내려간 책으로, 풍부한 편집 경험에서 우러난 베테랑 편집자의 날카로운 시각과 깊은 통찰력이 돋보인다. 편집자의 일을 실무에 기초한 매뉴얼식으로 나열하지 않고 다양한 실제 사례를 들어가며 보여줌으로써 편집의 세계를 명료하고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편집자는 자신이 만든 책을 얼마간 따라가고, 책은 만드는 편집자를 반영한다. 주제나 내용뿐만이 아니라 교정하는 습관부터 목차를 구성하는 방식까지 책에는 편집자의 취향이 구석구석 스며든다. 그렇다면 원고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한 권의 책을 장악하기 위해 편집자는 무엇을 할까. 이 책의 저자는 편집 과정 중 무엇 하나 허투루 하는 법이 없다. 수많은 참고도서를 읽는 것은 물론, 때로는 활자 밖으로 나가 지방 곳곳을 답사하고 박물관을 돌아다니며 자료를 모으기도 한다. 그러나 독자는 책에 들어간 시간과 공력을 알기 힘들고, 대개 오탈자를 통해 편집자의 존재를 인식한다. 저자 이은혜는 몇 달간 책에 매달려도 기어코 발생하는 오탈자로 인해 껴안게 되는 오욕을, 성찰하는 마음을 담아 털어놓는다.
저자
이은혜
출판
마음산책
출판일
2020.09.25

 1)이은혜 [읽는 직업-독자, 저자, 그리고 편집자의 삶]

- 마음산책의 '읽고 쓰는 삶'과 '직업 이야기' 시리물 중 하나인 듯. 지은이는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 후 학술 기자로 3년 6개월 간 일하다가 인문출판사 글항아리 편집장 일한 15여 년 경력의 편집자. 인문학·과학·사회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섭렵하며 편집자와 저자 그리고 독자로서 작가와 책에 대해 이야기. 특히 지은이는 '불평등, 죽음, 노년, 가난'이란 주제에 관심이 많아 이와 관련한 책을 기획, 출간했다고.

- 지은이가 쓴 책 머리말에 "거의 책대로 살게 된다."라는 말이 있다. 이 책의 출판사 소개문에서도 '편집자는 자신이 만든 책을 얼마간 따라가고, 책은 만드는 편집자를 반영한다.'는 말이 나온다. 한마디로 책을 만드는 일이란 집필한 저자는 물론 해당 책을 편집한 편집자의 삶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자수책을 만들 때 자수를 하고 요리책을 만들 때 요리를 하거나 혹은 맛집 탐방에 나서는 것처럼.

- 인문출판사의 특성인지 아니면 지은이만의 특질인지는 모르겠으나 지은이는 책 편집을 위해 여러 경험을 축적하고자 지방 답사에 나서거나 박물관 전시를 관람, 비싼 도록을 구매하기도 한다고. 사실 직접 경험보다는 2차 저작물(영문·한문 원서의 번역본이나 원서 관련 연구서 등의 참고문헌 같은 2차 저작물, 원서를 각색한 공연, 영화 등)을 경유한 간접 경험 위주라고.

- 기획도 우수하고 글도 좋고, 지은이 자신의 마음에도 들지만 수익성이 낮아서 혹은 국내 현실과 접점이 없어서, 너무 전문적이어서 때로는 글이 어려워서 등의 이유로 퇴짜 놓은 투고 원고(계속 미출간 되기도 하지만 지은이 출판사가 아닌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되기도 한다고)에 대한 아쉬움과 좋은 원고라 출간했지만 생소한 분야라 두꺼워서(최소 700쪽 이상 때로는 1권 분량이 2,500쪽 가까이 되기도 함) 외면받거나 천 권만 겨우 팔리는 양서良書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

- 보도자료(마케팅)를 쓰기 위해 지은이 자신의 성향이나 취향, 가치관과 맞지 않거나 현재 시대 흐름과 어긋나는 책이나 작가에 대해 찬양(?)해야 하는 고충, 글은 나쁘지 않지만 작가가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거나 책의 소재나 주제, 어조에 논란의 요소가 다분해 마주해야 할 법적 문제(자기 표절, 명예훼손 등)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인해 애써 판권을 손에 넣은 출간 직전의 책을 폐기했어야 했던 아쉬움을 언급. 덧붙여 편집자의 편집 영역과 범위에 대해서도 고민.

 ex>저자의 원고에 손을 댈 것인가, 말 것인가? 손을 댄다면 어느 부분, 어디까지 댈 것인가? 교정교열은 몇 번(1~3교 혹은 그 이상) 할 것인가? 교정교열을 언제까지 할 것인가? 등

- 지은이는 자사 출판사의 전체 출간 종서 중 50% 이상이 외서外書(글항아리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권 외서 기획자=북 헌터가 상시 존재하고 독일어나 프랑스어권 기획자는 있다가 없다가를 반복한다고)가 차지하는 것에 대해 아쉬워했다. 외서가 국내서 종수를 웃도는 것은 해당 출판사가 국내 저자 발굴에 소홀하거나 무능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문서에 대한 한국인의 흥미가 낮고 편향적인 점도 문제라고 지적. 거기가 가격을 높게만 책정하고 조금도 낮춰주지 않는 외서 관련자(저자나 원서 출판사, 저자의 에이전시)의 행보도 문제라고.

- 그 밖에도 절판된 책의 복간, 책의 사실관계 오류를 바로잡는 팩트체커에 대해서도 언급. 팩트체커는 얼핏 보면 특정 분야의 전문번역가나 감수자 혹은 교정교열자랑 비슷한 것 같지만 이들과는 좀 다르다고. 팩트체커는 어느 특정 분야에만 치우치지 않고 또한 원 저자의 문체에 관여하지 않으며 인명, 지명, 숫자(생몰년, 연대, 수치 등) 등의 '사실관계 오류'를 발견해 고치는 데 집중.

책에서 지은이는 팩트체커의 자질로 지성과 전문성, 근면성과 인내심 그리고 무엇보다 광적인 결벽성을 지녀야 한다고 주장. 거기다 외국어 실력이 좋아야 한다고{외국어 회화 실력이 별로더라도 전 세계 외래어 표기법에는 숙달되어야 한다고. 글항아리의 팩트체커 황치영(1944년~) 씨는 수준급의 영어와 중국어 실력자이고 한국과 중국의 연호, 간지, 연도 그리고 주요 사건에 대해 잘 안다고 한다}.

 cf)미국 <뉴요커>의 팩트체커 지원 자격;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를 말할 수 있고, 고전 그리스어를 읽을 수 있으며(...) 오만의 술탄과 카타르의 아미르가 누구인지 곧바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책 뒤편에는 학자(철학자, 법학자, 의대 교수, 미래학자), 의사, 기자, 출판인(북클럽 대표, 단행본 편집장) 소설가 김훈 등의 여러 명의 추천사가 실렸다. 개중에는 대만의 편집자이자 문화비평가 탕누어唐諾의 추천사도 있는데 그저 1문장 혹은 1단락 정도 되는 추천사를 쓴 다른 이들과 달리 탕누어의 추천사는 3쪽 분량으로 길다.

 
한눈파는 직업
“끝없이 한눈팔며 별걸 다 파고드는 나는, 계속해서 그럴 예정이다. 한쪽 눈은 광고에 팔고, 다른 눈은 세상에 팔고. 할 수 있는 한 오래오래, 내가 파고들 숫자를 한없이 늘려가면서.” 광고 AE 김혜경의 『한눈파는 직업』이 출간되었다. 광고 일과 글쓰기 둘 다 ‘아웃풋’이 있으려면 ‘인풋’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는, ‘파는’ 일의 여러 가지 해석을 통해 그 모든 과정을 이해한다. 글쓰기는 나만의 생각을 ‘파는’ 일이며, 광고는 나뿐만 아니라 남의 아이디어까지 ‘파는’ 일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나 자신을 ‘파내는’ 일이기도 하다. 금세 동나는 나를 채우기 위해 저자는 끊임없이 한눈을 ‘판다’. 한눈파는 와중 다시금 채워지는 것들이 있다. 괴식이라 불리는 음식들에서 떠올리는 이색적인 것들의 조합,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면서 생각하는 찰나의 정교함, 작업실을 구하다가 만난 부동산 중개인의 최선을 다한 사탕발림에서 그는 광고와의 연관성을 발견한다. ‘넘어져도 계속되는’ 운동인 주짓수에서 다정한 면을 발견하기도 하고, 기술 중 하나인 ‘안고 쓰러지기’를 통해 직장에서의 안쓰러운 일화를 기억한다. 그 외에도 좋아하는 술, 병차(餠茶), 명상과 달리기, 낯선 곳으로의 랜덤 여행, 타투, 강아지 똘멩이와 함께하는 삶 전부 저자에게는 세상을 무궁무진한 가능성으로 채우는 일이며, 모두를 파고들어간 흔적인 이 책은 인간 ‘김혜경’의 존재를 증명해줄 또 다른 지금이 된다.
저자
김혜경
출판
마음산책
출판일
2022.06.30

 2)김혜경 [한눈파는 직업-별걸 다 파고드는 광고 AE의 다중생활]

- 마음산책 '직업 이야기' 시리즈의 5번째 책. 제일기획에 입사해 광고회사 AE로 10여 년 가까이 일한 지은이가 직장인, 30대 기혼 여성 그리고 작가, 팟캐스터로서 겪었던 경험과 대우에 대해 이야기. 입사가 빨라서인지 지은이는 자기보다 나이 많은 사람을 후배로 맞이하기도 했고 30대 초반 무렵에는 차장 직함을 달았다고. 

- 보통 기획자로 풀어쓰는 AE(Account Executive)는 거래처(광고주)와 광고대행사 사이의 연락을 담당하며 광고주를 위한 광고를 기획, 계획하고 그와 관련한 광고 제작 활동을 지휘하는 업무라고 한다.

- 어린 시절 영화를 많이 본 영향으로 처음에는 영화일을 하고 싶어 했던 지은이에게 광고란 '예고편'이자 상품을 포장해 '파는' 일이라고. 독서를 좋아하고 애주가인 지은이는 남편(동종 업계의 같은 회사에 다니는 카피라이터)과 같이 <시시(詩)알콜>이라는 팟캐스터 DJ로 활동. 일명 '주酒류 문학 페어링', 시 읽으며 술 마시는 팟캐스트 방송이라고.

- 그밖에 조금 우울했던 가정사(떠나버린 엄마, 어색했던 새엄마, 가난) 출산을 강요(?)하는 사회의 압박, 자기소개서(자소서)에 얽힌 기억, 세대차이가 있던 회식을 비롯한 직장 문화, 반려견으로 인해 관심을 갖게 된 동물의 권리와 대우 그리고 노래방, 주짓수, 치킨, 평양냉면 등에 대해 이야기.

- 신문사, 출판사, 패션회사 그리고 법조계 등 어느 업계에서만 통용되는 업계 용어(?)가 광고회사에도 있다고. 광고사 업계 용어와는 상관없지만 '감사합니다'가 한자어이고, '고맙습니다'가 순우리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느낌상 고맙습니다보다 감사합니다가 왜 더 격식 있고 정중해 보일까? 사실 고맙습니다와 감사합니다는 동격의 말인데.

 
쓰는 직업
『공부의 위로』 『매 순간 흔들려도 매일 우아하게』 등을 통해 일하는 여성의 삶과 불안을 솔직하게 써온 곽아람의 신작 산문 『쓰는 직업』이 출간되었다. 마음산책 직업 이야기 여덟 번째 책이기도 한 『쓰는 직업』은 저자가 사회부 수습기자 시절 경찰서에서 먹고 자며 사건을 취재하던 경험부터 신문사 첫 여성 출판팀장이 되어 노벨문학상 특집을 위해 밤새도록 독서한 경험까지 다양하고 현실감 넘치는 직장 생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르한 파묵, 키라 나이틀리, 크리스토 자바체프 등 유명 예술가를 인터뷰한 후일담뿐 아니라 여성으로서, 나이가 어리고 직급이 낮은 사회인으로서 겪었던 모멸의 순간들까지 면밀하게 보여준다. 회사에서 부침을 겪을 때마다 저자는 온전한 ‘나’의 글쓰기로 자아를 회복했다. 규격에 맞춘 기사를 작성해야 하는 신문기자의 정체성에서 벗어나 주말엔 에세이스트로서 자유롭게 글을 쓰며 일에 대한 거리감을 확보했다. 그러한 노력 끝에 삶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었고 진심으로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저자가 사회생활에 힘겨워 방황하면서도 어떻게 한 회사에서 20년을 버틸 수 있었는지를 진솔한 어조로 전한다. 한때 일에 치여 ‘나’를 잃을 뻔했던 모든 이에게 자신을 지켜나갈 수 있는 용기를 북돋워준다. 이 책은 일이 싫어 울고, 힘들어서 비명 지르고, 버거워 도망가면서도 순간순간 찾아오는 보람과 성장의 기쁨에 중독돼 20년을 버틴 나의 이야기다. 보고, 듣고, 읽고, 느끼고, 결국은 쓰는 일로 귀결되는 나의 일. 기자記者, 즉 ‘쓰는 사람’이란 뜻을 가진 이 직업과 눈물과 웃음을 섞어가며 지지고 볶은 이야기. 그러므로 결국, 이 이야기는 러브 스토리다. _「책머리에」에서
저자
곽아람
출판
마음산책
출판일
2022.12.14

 3)곽아람 [쓰는 직업-20년 차 신문기자의 읽고 쓰는 삶]

- 이 책은 마음산책 출판사의 '직업 이야기' 관련 8번째 책으로 지은이는 자신을 주중에는 기사, 주말엔 책을 쓰는 ‘선데이 라이터Sunday Writer’라 칭한다. 선데이 라이팅Writing을 통해 지은이는 객관성을 중시하고 사적 감정을 배제하며 규격에 맞춰 작성해야 하는 기사문(단호, 명료, 정확+신속)과 반대로 자유로운 글쓰기를 통해 지친 삶의 균형을 되찾고 자아를 회복하며 자신의 직업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일과 글쓰기를 계속할 수 있는 동력을 얻는다고 한다.

- 2003년 23살의 나이로 조선일보 신문사에 입사해 사회부 수습기자와 몇몇 부서를 거쳐 문화부에 안착해 신문사의 첫 여성 출판팀장이 된 40대의 지은이는 기자+여성, '여기자'라는 이름으로 맞닥트린 여러 가지 어려움(성차별, 성희롱, 유리천장, 기레기 취급, 기사에 대한 악플과 협박 그리고 법적 문제, 정시 퇴근과 주말 휴식이 어려운 워라밸에서 벗어난 생활 패턴 등)에 대해서 토로.

- 서울대학교 인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 후 같은 과 미술사 석사학위, 미술경영협동과정 박사과정을 수료 후 뉴욕대학교 IFA(The Institute of Fine Arts) 방문연구원으로 지내면서 크리스티 에듀케이션 뉴욕의 아트비즈니스 서티피컷 과정을 거친 지은이는 전공이 전공이라 그런지 미술 분야에 흥미가 많았다. 또한 6년 간 종합일간지 문화부(시나 소설 같은 문학뿐만 아니라 학술저서, 인문서, 실용서 등 출판 관련 분야도 담당) 기자로 일해서 그런지 책에 대해 관심도 높았다.

- 다만 지은이는 미술과 책에 대한 관심과 흥미는 많았지만 영화나 음악, 공연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그래서 영화배우 인터뷰나 대중음악(BTS 노래는 기사 쓰기 전에 1번도 안 들어 봤다고) 관련 기사를 쓰게 되면 관심이나 전문 분야가 아니라서 곤란했다고. 기자의 기사문은 '팩트Fact(사실)'가 중요한데 팩트에 어긋난 잘못된 정보나 지식을 줄까 봐서 두렵다고.

- 책의 한 장章은 지은이한테 인상 깊었던 특별한 인터뷰이Interviewee(인터뷰받는 사람)와 관련한 추억을 기재.

 ex>신지식申智植(1930~2020/고등학교 국어 교사이자 소설가, 아동문학가. 1999년 말 한국에 [빨간 머리 앤]을 처음 소개한 작가로 유명한 여성),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1928~2018/미국 현대미술가로 'LOVE(1966)'란 글자 조형물이 대표작. 인디애나가 'LOVE'를 조각할 당시 저작권 개념이 희박해 그의 'LOVE'를 무단 도용하는 사례가 많았고, 이로 인해 상처받은 인디애나는 1978년 뉴욕을 떠나 미국 메인주 바이널헤이븐섬에서 은둔생활을 했다. 이 책의 지은이가 인디애나를 인터뷰한 장소 역시 바이널헤븐섬이었다}, 크리스토 자바체프Христо Явашев{1935~2020/불가리아 출신 대지大地 미술가. 작업방식은 오브제, 건축물, 자연을 다양한 재료로 포장(Wrap)하는 기법.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나 프랑스 파리 퐁네프 다리 등을 천으로 감쌌다}, 오르한 파묵Orhan Ferit Pamuk(1952~/[내 이름은 빨강]으로 유명한 튀르키예 소설가로 노벨문학상 수상자), 키이라 나이틀리Keira Christina Knightley(1985生~/영국 출신 영화배우|사실 지은이에게 인상 깊었던 것은 나이틀리란 사람이 아니고 그녀를 취재해야 했던 당시 상황이었다고.) 

- 여담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때마다 벌어지는 신문 문화부의 고뇌도 수록. 문화부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너무 유명한 작가가 노벨상을 받는 것도 별로고 그렇다고 한국에 번역서조차 없는 인지도가 매우 낮은 작가가 상을 받아도 곤란하다고 한다. 문화부에서 생각하는 '노벨문학상 맞춤형 수상자'는 국내에서 너무 유명하지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어 번역서가 출간되고 이름을 알아들을 수 있는 작가라고.

지은이를 비롯한 문화부 기자들은 매년 스웨덴 한림원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이름을 발표할 때 촉각을 곤두세우지만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작가의 이름이 나올 때는 도대체 무슨 기사를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해서 좌절한다고. 그나마 2022년 수상자인 프랑스의 아니 에르노Annie Thérèse Blanche Ernaux(1940~)는 문화부 기자들에게 맞춤형 노벨상 작가였다고. 다만 지은이 본인은 에르노의 삶과 작품 성향이 맞지 않아 기사  쓰는 게 난감했다고 회고.

- 그밖에 업계 용어=기자어에 대한 생각과 종합일간지와 패션지 기자 사이의 간극 그리고 같은 종합일간지지만 정치사회, 산업경제 그리고 문화 부서와의 인식 차이에 대해서도 언급.

 

 
수집가의 철학
3차, 4차 정보혁명을 목도하며 어느덧 70대가 된 여주시립 폰박물관 관장 이병철이 폰 수집에 얽힌 에피소드부터 쉽고 재미있는 전화기의 역사까지, 휴대전화 컬렉터가 세계 유일의 폰박물관을 만들기까지, 늘 우리 손에 붙어있는 폰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들려주는 『수집가의 철학』. 1, 2, 3장은 테마 에세이로서 유선전화, 휴대전화, 박물관 이야기와 함께 지은이가 휴대전화를 수집해 폰박물관을 세우고 나라에 기증한 사연을 담았고, 4, 5, 6장은 폰박물관 전시 유물 3천여 점 중 37점을 가려 뽑아 이동통신의 역사를 연대순으로 구성하면서 기기 하나하나의 얘기를 다뤘다. 휴대전화의 문명사적 위상과 거기에 얽힌 과학기술 이야기, 수집한 뒷이야기, 일상에서의 추억 위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
이병철
출판
천년의상상
출판일
2019.08.05

2. 이병철 [수집가의 철학-휴대전화 컬렉터가 세계 유일의 폰박물관을 만들기까지]|천년의 상상

경기 '여주시립 폰박물관World First & Only Mobile Museum THE PHONE' 창립자이자 관장 그리고 휴대전화 컬렉터인 지은이가 2017년에 쓴 38편과 2008년에 쓴 14편의 글을 엮어낸 책. 여러 통신기기 수집에 얽힌 비화와 박물관 설립과 기증 그리고 전화기에 얽힌 지은이 개인의 일화에 대해 이야기.

- 폰박물관에 전시된 3천여 점의 물품 중 37점을 가려 뽑아 160장의 컬러사진과 같이 해당 폰의 문명사적 위상과 과학기술 같은 이동통신의 발달과 역사를 연대순으로 소개. 그밖에 통신업체나 휴대전화 제조사의 마케팅과 디자인 변천사(캔디, 바, 플립, 폴더 형태/검정과 하양 일색→알록달록 총천연색/패션명품회사와 협업 등)에 대해서도 언급.

- 지은이는 책에서 자기 인생에서 인류가 산업혁명을 2번이나 겪는 것을 목도했다고 하는데 하나는 1980년대에 컴퓨터와 인터넷이 주도한 지식정보혁명(3차 산업혁명)이고 다른 하나는 AIㆍSW+빅데이터ㆍ사물인터넷ㆍ클라우드가 대표하는 지능정보혁명(4차 산업혁명)이라고.

- 기나긴 인류의 역사와 비교하면 정보통신과 전화기의 역사는 120년 정도에 불과한 짧은 기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보존되지 못하고 방치되었다가 아예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근현대 산업문화유산에 대해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느낀 지은이는 갖가지 경로와 여러 방식을 통해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다양한 통신기기를 모으고 2008년 이를 바탕으로 한 사립기념관을 개설.

지은이는 자신의 사설 폰박물관을 여주시에 기증해 시립박물관(본래는 '휴대전화' 박물관을 개설하고자 했으나 휴대전화만으로 박물관 등록에 필수인 '유물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 긴가민가해서 100년 넘은 유선전화기와 일반 골동품도 같이 수집했다고)으로 만들고 나중에 여주시립 폰박물관 관장 공채에 응모해 다시 관장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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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발달 연대기; 정보통신의 역사는 대략 120년(=아날로그 90년+디지털 30년)

연대 주요사건
1845 유선통신. 미국 새뮤얼 모스samuel Finley Breesse Morse(1791~1872)의 모스 부호
1901 이탈리아 굴리엘모 마르코니Guglielmo Marconi(1874~1937)의 '스파크 갭Spark-gap'→무선통신
1910/1921 전파를 이용한 최초의 목소리 전송.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Alexander Graham Bell(1847~1922)의 유선전화/이동통신의 발달
1938/1941 배낭형 군용 이동 통신기 워키토키Walkie-Takie/휴대용 군용 이동 통신기 핸디토키Handie-Talkie
1980년대 셀룰러Cellular 통신 방식(서비스 지역을 세포 형태로 나누고 소형 기지국을 설치해 전파를 릴레이 형식으로 주고 받을 수 있게 한 통신망) →통화권을 전 세계로 확대. 아날로그 차량전화와 휴대전화
1992 디지털 시대의 도래. 목소리뿐만 아니라 문자메시지SMS, 데이터, 영상 전송이 가능
1994 융합. 스마트폰{모바일(휴대용) 만능기계}←PDA(Personal Digital Assistants)폰=휴대전화+컴퓨터
모바일 컨버전스Mobile Convergence(=휴대전화+카메라, MP3, TV 등 통신 외 분야와 결합 ),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디지털 광대역 통신 네트워크 기반 상호 융합)

- 지은이는 박물관 이름을 '휴대폰', '휴대전화', '핸드폰' 등 여러 가지를 생각했으나 그나마 '폰Phone'이란 명칭이 인상도 강렬하고 발음도 쉽고 무엇보다 쉽게 바뀔 명칭이 아니라서 '전화'나 '통신수단'이 아닌 '폰박물관'이라고 명명.

폰박물관에는 휴대전화뿐만 유무선전화, 무전기, 삐삐 그리고 한때 짧게나마 한 시대를 풍미하고 강타했던, 혹은 그렇게 유명하지 않더라도 세계 최초란 수식어가 붙은 통신기를 찾아 수집해 전시.

 ex1>한국 삼성의 애니콜(모델명 SHC, SHW, SM 시리즈), LG 초콜릿폰(SV590, KV5900, LP5900)과 프라다폰(SB310, LB3100, SU130, SU540, KU5400, LU5400), 핀란드 노키아NOKIA, 미국 모토로라MOTOROLA의 레이저폰(MS500/V3), 캐나다 블랙베리Blackberry, 스웨덴 에릭슨Ericsson(블루투스Bluetooth) 등

 ex2>교환기, 교환원, 청색전화, 백색전화, 자석식 전화기, 공전식 전화기, 다이얼 전화기, 차량전화Car Phone, 무선호출기=삐삐=페이저Pager=비퍼Beeper, 벽걸이 전화기, 시계형 전화기, 듀얼Duel(카메라, 렌즈, 폴더, 주파수 등), 쿼티QWERT 자판 체계, 휴대전화 허가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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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 통신기술

부호분할다중접속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시분할다중접속TDMA(Time Division Multiple Access)
유럽의 아날로그 주파수분할다중접속FDMA(Frequency Division Multiple Access)와 디지털 이동통신GSM(G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
광대역 코드분할 다중접속WCDMA(Wideband Code Division Multille Access)

- 디지털 시대의 도래도 목소리로 통화가 아닌 문자로 대화하는 경우가 많이 늘어났는데 개중 이와 관련한 키패드, 자판(문자판, 숫자판)에 대한 한중일 문자 입력방식이 흥미로웠다. 약간 상이할 뿐인 로마자 알파벳 문화권(북미와 유럽)과 달리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고 같은 한자문화권이지만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키패드 배열과 문자 입력방식은 서로 굉장히 상이했다.

한자의 발생국인 중국(전체 한자 수는 5만~8만 자 혹은 그 이상이나 상용한자는 3천 자 가량, 일본과 한국의 상용한자 수는 2천 자 내외)은 말할 필요도 없고, 가나仮名(かな)라는 별도의 문자 체계가 있는 일본은 히라가나와 가타가나를 입력하는데 휴대전화 버튼을 계속 몇 번씩 번거롭게 눌러야 한다고.

그래서 지은이는 중국인은 '음성-문자 변환(음성 인식 기술을 이용해 사람의 말을 글자로 바꿈)' 기술을 애용하고, 일본에서는 줄임말, 약어 문화가 발달했다고 말하며 한국의 한글이 휴대전화 키패드에 가장 적합한 문자라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한자문화권인 한중일은 어쨌든 각자의 방식으로 휴대전화 키패드에 문자를 배열해 이용하는데 그럼 아랍 문자는? 아랍 문자도 서양의 로마자 같은 26자(한글은 24자)라는데 자주 접하지 않은 않은 생소한 문자라서 그런가 로마자와 달리 아랍 문자의 휴대전화 키패드의 배열은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 30년 간 언론인(기자)으로도 일했다는 지은이는 책 집필을 시작했던 2010년대 후반에 고희古稀, 70대를 바라보았다고 하는데 나이 때문인지 한자를 쓰거나 한시를 자주 인용. 다만 책 서문에 적은 사람의 한자 이름에 한글 음音과 병기하지 않고 '한자'만 적은 게 조금 아쉬웠다. 사실 한자를 잘 알면 한글 음이 없어도 그리 아쉽지 않을 테니 이는 이는 한자만 쓴 지은이보다 그걸 읽지 못하는 쪽이 문제지.

- 어쩐지 오드리 햅번, 게리 쿠퍼 주연 1957년 흑백영화 <하오의 연정Love in the afternoon(빌리 와일더 감독)> 속 전화기와 20세기 초반을 배경으로 한 영국 ITV연속극 <다운튼 애비Downton Abbey> 속에 잠깐 나온 전화기가 떠오른다.

- 통신망 구축은 초반에 대규모 투자가 선행되는 만큼 국가 주도 공기업이나 자금력이 막강한 대기업 위주라서 통신사의 이름은 종종 들어 꽤 익숙하다. 한국의 통신 3사는 SK텔레콤, LG유플러스, KT, 미국 한정이지만 AT&T도 1번쯤은 들어봤다.

푸른 바다Blue Ocean를 유영하는 통신사와 달리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휴대전화 제조회사는 핏빛 바다Red Ocean라서 수많은 제조사가 우후죽순으로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앞서 말한 노키아, 모토로라, 블랙베리도 한때 세상을 주름잡던 휴대전화 제조사였지만 이제는 이름만 남거나 혹은 LG처럼 휴대전화 제조 부문에서 손을 떼는 경우도 있다. 지금 휴대전화 제조 판도는 미국 애플, 한국 삼성 그리고 중국 샤오미가 대세다. 이중 어떤 회사가 치고 오를지 혹은 사라질지는 알 수 없지만.

 

 
여기는 커스터드, 특별한 도시락을 팝니다
어긋난 관계로 생긴 자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공허한 나날을 보내던 세 사람 앞에 나타난 도시락 가게의 주인 히나타. 난데없이 포인트 카드가 꽉 찼다며 경품을 건네준다. 처음에는 하찮은 내용물에 실망하지만 점차 과거의 기억들이 되살아난다. 절교를 선언했던 하굣길, 엄마에게 화를 냈던 겨울날, 길고양이를 두고 도망쳤던 공원. 작은 인연 하나가 전부였던 시절이다. 사소한 엇갈림에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고 더 이상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여겼다. 과연 히나타의 선물은 ‘후회’를 ‘기적’으로 만들어줄 수 있을까?
저자
가토 겐
출판
필름(Feelm)
출판일
2022.07.15

3. 가토 켄加藤元 [여기는 커스터드, 특별한 도시락을 팝니다カスタ-ド]|양지윤 옮김|Feelm필름|반지수 표지그림 반지수

- 가게 이름은 '커스터드'지만 양과자가 아닌 소박한 가정 도시락을 파는 도쿄의 3층짜리 협소 목조 상가주택(1층은 매장 겸 조리실, 2층은 거실 겸 부엌의 살림공간, 3층은 침실)이 배경. 옛일을 후회하며 살아가던  4명의 손님과 도시락 가게 주인이 하루 동안 겪는 소소하지만 신기한 기적을 다룬 5편의 소설. 

- 판타지 요소가 조금 있는데 유령이 등장하거나 망자의 사후 메시지가 전달되는 등 약간 불가사의한 사건이 일어나기는 한다. 도시락 가게의 주인인 기쓰 부녀는 일본 헤이안平安(794~1185) 시대의 유명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安倍晴明(921~1005)의 방계 혈통(아베노 세이메이의 모친은 둔갑한 여우였다는 설이 있는데 일본어로 여우는 '기쓰네キツネ.' 이 소설에서 기쓰 가문은 세이메이 여동생의 후손이라는 설정)으로 기묘한 힘을 지녔다고 주장. 

- 귀족을 대상으로 한 세이메이와 달리 기쓰 집안은 서민파 점사占辭라서 그런가? 엄청난 신통력을 지닌 것은 아니라서 백발백중의 예지를 선보이거나 혹은 강한 영감을 지녀 귀신을 보거나 소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그저 사람들의 기분을 잘 헤아려 그들에게 맞는 물건을 전해줄 수 있을 뿐이라고 한다.

기쓰 부녀가 손님에게 주는 물건도 사실 굉장히 비싸거나 희귀한 것이 아닌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사소한 물품이다. 하지만 소설에서 해당 물건은 건네받은 손님에게는 굉장히 뜻깊은, 후회를 만회하거나 털어버릴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책 표어가 "인생에서 길을 잃을 때면 이곳으로 오세요."다.

 

 
독립출판 작가와 일러스트 작가의 작업 안내서
‘상업출판’과 ‘독립출판’ 사이에서 고민 중이라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디자인 회사와 출판사를 거쳐 1인 그래픽 스튜디오와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dung LEE와 취미로 그리던 그림이 직업이 된 일러스트 작가 EGOn. 각기 방향성이 다른 두 작가가 창작의 모든 과정에 대해 솔직하게 적었다. 콘티부터 디자인까지 창작의 전 과정뿐만 아니라 외주, 전시, 행사, 워크숍 등 작가로서 겪었던 다양한 경험, 그리고 멘탈 관리와 SNS 홍보, 금전 관리 등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얻은 작업 노하우를 소개한다. 두 작가가 자신의 작업에 대해 풀어놓은 솔직한 이야기 이 책은 『독립출판 작가와 일러스트 작가의 작업 이야기』(2019) 개정판으로, 초판 출판 당시 ‘솔직한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다‘는 리뷰가 많았다. 당시 독립서점에서 ‘독립출판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으로 소개된 바 있다. 2019년 초판 이후 4년간의 작업 경험을 더했다. 두 작가가 솔직하게 적은 시행착오들이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두 작가의 풍성한 작업 이야기 이 책은 작가가 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정표를 제공한다. 일러스트레이터, 그림책 작가, 기획자, 웹툰 작가, 독립출판 작가, 실용서 작가, 북디자이너, 워크숍 강사, 일인출판 대표, 일인스튜디오 대표 등 다양한 직함을 가진 두 사람이 작업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팁을 담았다.
저자
dung LEE, EGOn
출판
곰곰출판
출판일
2023.07.31

4. dung LEE(本名 이보현) , EGOn이곤 [독립출판 작가와 일러스트 작가의 작업안내서-작가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모든 이야기]|곰곰출판

- 이 책의 지은이는 둘로 EGOn은 동물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이고, dung LEE는 이 책을 펴낸 곰곰출판이라는 독립출판사의 대표이자 북디자이너다. dung LEE와 EGOn 두 사람 다 그림 그리고 책을 써냈지만 일러스트레이터와 북디자이너로서의 입장과 관점의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dung LEE는 판형이나 종이 재질, 조판, 후가공, 인쇄, 발주 등 책 제작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고 EGOn은 그림체나 색감 등에 대해서 많이 한다. 그리고 두 사람 다 행사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dung LEE가 도서전이나 북페어 그리고 독립출판지원 행사에 대해 많이 얘기한다면 EGOn은 일러스트레이션 행사나 개인이나 공동으로 한 그림 전시에 대해 이야기한다.

- '창작자를 위한 인터뷰' 시리즈 1탄인 이 책은 2019년에 나온 초판을 2023년 개정해 출간. 개정증보판인가 했는데 내용을 추가한 것도 있지만 삭제한 것도 있다고. 2023년 추가한 내용으로는 '연재, 장비, 재인쇄, 독립서점, 협업, 자기 홍보, 출판사 창업, 지원사업, 금전관리, 세금신고, 번아웃, 마음먹기, 실패극복기, 뜻밖의 성공’이라고 한다.

- 초판을 보지 못했지만, 초판과 개정판의 큰 차이는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닐까 싶다. 지은이들은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에 오프라인 전시나 행사를 많이 했다는데 코로나가 창궐하고 나서 몇몇 전시는 온라인으로 변경되거나 잠정 휴업 상태라고 한다.

책이라는 요소 외에 두 사람이 공통으로 언급한 행사는 서울일러스트레이션 페어THE SEOUL ILLUSTRATION FAIR 일명 '서일페'다. 1년에 2번, 여름과 겨울 서울 강남 삼성 코엑스에서 개최하는 서일페에는 여러 작가의 그림은 물론 그 그림을 적용한 스티커, 엽서, 손거울, 달력 등 상품=굿즈를 판매한다.

서일페 말고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되는 부산일러스트레이션 페어(그럼 여기는 '부일페'인가?)도 있다. 참고로 서일페이든 부일페이든 관람객들은 구경하려면 입장료를 내야 하지만 여기에 그림을 출품하는 일러스트레이터도 참가비를 내야 한다고. 일러스트레이션 페어는 관람객, 작가 양쪽한테 다 돈을 걷는다.

 

5. 발라baalaa(本名 고운정) [빵의 위로-일상의 설렘 한 스푼]|콜라보

- 한국외국어대학에서 인도어를 전공 후 디자인 회사의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며 힌디어로 '어린 여자아이'란 뜻의 발라를 작가명으로 쓰는 지은이가 파스텔 풍의 부드러운 분위기의 그림으로 그린 93개의 빵과 과자에 대한 소회와 감상을 담은 그림책.

- 지은이가 빵을 좋아하는지 네이버 그라폴리오(2023년 12월 27일 서비스 종료. 추후 오지큐 그라폴리오 서비스로 변경)에 '어제의 빵'을 연재 중. 어쩌면 이 책은 그라폴리오에 연재한 '어제의 빵'을 엮어낸 걸지도.

- 그간 봐온 빵 소개나 이야기는 서양이나 일본 위주였는데 그래도 한국 사람이 쓰고 그린 거라 그런지 한국빵이 나온다. 몇몇 개는 어쩐지 일본 빵 느낌이 나지만.

 ex>술빵, 꿀빵, 깨찰빵, 찹쌀 도넛(도나스), 붕어빵, 샐러드(사라다)빵, 초코파이, 마가레트, 해태제과 오예스, 삼립 호빵&크림빵(크리미빵), 델리만쥬 등

- 사족이지만 지은이 집은 과수원을 했다며 몸에 좋은 건강빵으로 과일빵과 채소빵을 소개했다. 개중에는 당근케이크, 애플파이, 블루베리무스, 밤식빵, 옥수수빵, 고구마케이크처럼 낯익은 것도 있었지만 완두 앙금 빵이나 병아리콩식빵처럼 의외의 빵도 있었다. 이상하게 콩이 든 빵은 낯설다.

- 대만의 유명 과자 펑리수鳳梨酥가 파인애플 빵이라고 한다. 정확히는 파인애플 잼이 들어간 빵이지만. 드문 파인애플 잼이 들어가서 유명한 건가? 연유는 일반 우유를 농축해 일반 우유보다 달고 진하며 끈적하다고 한다. 일전에 연유 커피를 마신 적이 있지만 솔직히 카페라테와 차이는 모르겠다. 크림치즈는 크림이랑 우유를 섞은 치즈로 일반 치즈보다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다고. 카야Kaya잼은 코코넛과 달걀 그리고 펀딘 잎을 섞어 만든 잼으로 간단히 코코넛달걀잼이라고 한다.

그리고 책에 따르면 한국&일본, 미국의 시판 팬케이크 믹스는 맛이 다르다고 한다. 한일 팬케이크 믹스가 달달한 반면 미국 믹스는 별로 안 달다고 그래서 북미에서 팬케이크를 먹을 때 메이플 시럽처럼 달달한 걸 뿌렸던 건가?

- 프랑스의 바케트Baguette가 지팡이나 막대기처럼 길쭉한 것을 가리킨다면 캄파뉴Campagne는 '시골'이나 '농촌'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그리고 치즈를 얹은 프랑스 햄샌드위치 크로크무슈Croque-monsieur는 '바싹한 아저씨'를 뜻하고 크로크무슈와 친척(?)인 치즈 대신 달걀을 얹는 크로크마담Croque-madame도 있다는데. 그럼 크로크마담은 '바싹한 아줌마'인가? 크로크무슈나 크로크마담 외에도 변형된 크로크 샌드위치는 꽤 있다.

- 지은이가 빵과 곁들여 자신이 본 영화 이야기도 했는데 그중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かもめ食堂(2007년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해피 해피 브레드しあわせのパン(2011년 미시마 유키코 감독)>, <리틀 포레스트 2: 겨울과 봄リトル・フォレスト 冬/春(2015년 모리 준이치 감독)> 그리고 <초콜릿Chocolat(2001년 줄리엣 비노쉬 주연)>,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Attila Marcel(2013년 실뱅 쇼메 감독)>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발라 작가의 블로그. 그런데 연결이 잘 안 된다. 폐쇄됐나?  http://www.baalaa.blog.me

 

 
문학을 홀린 음식들
문학을 사랑하는 푸주한의 매력적이고 짜릿하며 군침이 도는 책과 음식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의 푸줏간에서 책을 읽던 책벌레 카라 니콜레티는 책과 음식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생기를 불어넣는지를 일찍이 깨달았다. 뉴욕대학교에서 문학을 전공한 후 푸주한이자 요리사이며 작가가 된 그녀는 문학 속의 음식을 포착해서, 음식과 책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그 모든 마법적이고 유혹적인 방법들을 잡아낸다. 사랑하는 책들에서 영감 받은 이야기들과 요리법들에는 그녀의 삶과 개성이 멋지게 담겨 있고, 본문에 들어있는 일러스트는 훌륭한 음식과 훌륭한 책에 대한 식욕을 더없이 자극한다. 복숭아, 아보카도, 컵케이크가 너무 맛있어 보여서 배가 고파질 정도로..
저자
카라 니콜레티
출판
뮤진트리
출판일
2017.11.28

6. 카라 니콜레티Cara Nicoletti [문학을 홀린 음식들-굶주린 독서가가 책 속의 음식을 요리하다Voracious]|정은지 옮김|뮤진트리|매리언 볼로네시Marion Bolognesi 삽화

- 뉴욕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전직 페이스트리(제과제빵) 요리사이자 푸주한(=정육사. 소, 돼지 등 고기를 잡아서 파는 직업. 정육점=푸줏간을 주인을 떠올리면 됨)인 지은이가 2008년 뉴욕의 비좁은 아파트에서 친구들과 시작한 ‘문학 속 저녁식사’ 모임이 ‘냠냠 북스Yummy Books’라는 블로그로 발전했고, 블로그에 올린 문학 속 요리법을 개발, 기재해 나간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라고.

- 영어 원제인 Voracious는 어학사전에서 '(음식에 대해) 게걸스러운' 혹은 '(새로운 정보·지식을) 열렬히 탐하는'이란 의미를 지녔다고 나온다. 어쩌면 지은이는 이런 중의적 의미를 노리고 책 제목을 Voracious라고 썼던 걸지도. 뭐, 아닐 수도 있지만.

- 책은 지은이가 읽은 50권의 책(소설뿐만 아니라 수필집 포함) 중 그와 관련해 나오는 50가지 음식을 매리언 볼로네시의 채색 삽화(간혹 음식이 아닌 다른 사물 그림도 있다) 같이 소개. 그러고 보면 볼로네시는 음식 그림뿐만 아니라 해당 책의 제목과 음식 이름 글씨도 적어(그려) 넣은 듯. 그림을 제외하고 이 책은 지은이 니콜레티의 책에 대한 감상과 일화 그리고 해당 음식의 요리법을 기재.

- 책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의 작품도 나오지만 반대로 굉장히 생소한 작가와 작품도 나온다. 지은이가 책의 줄거리를 간략적으로 말하기는 하는데 정말 너무 간략적이라 책 내용이 무엇인지 어림짐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책 보다 지은이 본인의 신변잡기 이야기가 내용이 더 많고 풍부하기는 하다.

전국급(전 세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역(미국)에서는 꽤 유명한 작품일지도. 21세기 이전 작품뿐만 아니라 길리언 플린Gillian Flynn의 소설 [사라진 그녀Gone girl(벤 애플렉, 로자먼드 파이크 주연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2014년 영화 <나를 찾아줘>의 원작)] 같은 현대물도 나온다.

- 그나저나 마블이나 DC 같은 미국의 슈퍼히어로물 만화책 회사나 저작권을 작가가 아닌 출판사가 갖는 줄 알았는데 몇몇 미국 아동문학 시리즈의 경우는 마블이나 DC처럼 작가가 아닌 출판사가 저작권을 소유하는 모양이다.

한국도 예림당의 'Why', 미래엔의 '내일은', 북이십일의 '마법천자문' 시리즈처럼 여럿 작가가 공동작업을 하는 만화책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학습만화인데. 만화도 아닌 일반 소설의 저작권이 작가가 아닌 출판사에 있는 게 신기하다. 즉, 미국의 몇몇 아동청소년 문학소설은 해리 포터 시리즈로 예를 들자면 저작권이 작가 조앤 롤링이 아닌 영국 블룸즈버리 출판사에 귀속된 처지라고 볼 수 있다.

-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서 굴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음식인 듯.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석영중 교수의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예담)]와 김지현의 [생강빵과 진저브레드(비채)]에서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식사 장면이 나온다. 앞의 세 책에 모두 등장한 식사 장면은 오블론스키ОблонскийS(안나 카레니나Анна Каренина의 오빠)와 오블론스키의 친구이자 [안나 카레니나]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도 여겨지는 레빈Лёвин이 함께하는 식사다.

석영중 교수는 굴보다는 러시아와 프랑스 문화의 차이(톨스토이는 프랑스 문화를 혐오했다고), 김지현은 값비싼 플렌스부르크Flensburg(덴마크와 국경을 마주한 독일 북부 도시)의 양식 굴에 대한 서양인들의 기호嗜好(즐기고 좋아함)에 대해 언급. 한국과 달리 유럽, 북미 등 서양에서 굴은 귀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육식과 채식에 대해 언급.

지은이 본인의 직업은 물론 외가가 푸주한 집안이어서 그런지 정육 과정과 육식에 대해 약간 번민하는 기색이 있다. 이런 지은이의 고민이 뚜렷하게 드러난 장章이 앞서 말한 [안나 카레니나]와 E. B. 화이트의 [샬롯의 거미줄]이다.

- 책에 나온 요리법을 보면 미국이니까 오븐이며 소스팬이 나오는 것은 별로 안 이상한데 전기 믹서나 푸드 프로세서, 블렌더 같은 게 많이 나오는 게 어쩐지 묘하다. 대부분이 음식을 분쇄해 섞어 혼합물을 만드는 데 쓰이는 조리도구라서 그럴 걸까? 소시지나 베이컨 같은 가공육을 만드는 푸주한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페이스트리 요리사(파티셰Patissier)라는 이력 때문인지 혹은 둘 다인지 책에 나오는 지은이 요리법에는 음식 재료를 섞어 만드는 게 많다.

그리고 간혹 얼음탕이라는 도구도 나오는데 것도 묘하다. 보통은 재료를 가열하거나 아니면 냉장고 냉동실에 넣어 차게 만드는 방식을 많이 소개하는데 이 책은 아예 조리 시작부터 얼음탕이라는 그릇에 재료를 넣으라고 말한다.

 

7. 혼다 사오리本多さおり; 지은이는 일반인에게 정리수납 컨설팅을 서비스하는 정리수납 전문가로 이와 관련한 정리수납 책들을 집필,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 그나저나 일본에는 정리수납 관련 자격증이 있는 건가? 지은이의 약력을 보면 2010년 정리수납 어드바이저 1급, 2011년 정리수납 컨설턴트 자격을 취득했다고 나온다.

- 1), 2)는 지은이가 결혼 후 남편과 둘만 살 때 기준으로 집필한 책인데 2)를 집필할 무렵에는 지은이가 임신 중이었다고. 출산 후 지은이는 [아기와 함께 미니멀라이프赤ちゃんと暮らす 收納.家事.スペ-スづくり.モノ選び]라는 책을 집필. 1), 2)가 정리수납, 살림법 위주라면 [아기와 함께 미니멀라이프]는 육아 위주.

 
물건은 좋아하지만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
[물건은 좋아하지만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는 옷, 그릇, 소품도 자신에게 필요한 종류와 개수가 따로 있다고 말하는 저자가 물건과 생활의 연결고리를 찾아 자신에게 꼭 필요한 물건을 찾아주고, 일상을 깔끔하게 정돈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한 책이다. 저자인 그녀도 몇 년 전까지 쇼핑 마니아였지만 가뜩이나 좁은 집이 더 좁아져 스트레스가 심해지자 자신을 진지하게 되돌아보게 됐다고 한다. 물건과 소유에 대한 태도를 바꾼 후 생활에도 엄청난 변화가 찾아왔다. 책에는 충동구매에서 벗어나는 법, 좋은 물건 구입 노하우, 불필요한 물건 처분하는 법, 보기 좋고 쓰기 편한 수납정리법까지 일상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생활 정보들로 가득하다.
저자
혼다 사오리
출판
심플라이프
출판일
2016.05.31

 1)[물건은 좋아하지만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적게 소유하고 가볍게 사는 법モノは好き,でも身輕に生きたい]|박재현 옮김|심플라이프

- 타인의 집이나 책상, 가방, 지갑, 필통 안을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왓츠 인 마이백What's in my Bag'이나 '왓츠인마이데스크What's in my Desk' 같은 걸 볼 때가 있는데 왓츠인마이백은 계속 보다 보면 조금 지루하다. 필기구나 수첩, 문구류 보는 걸 좋아하는데 대부분의 왓츠인마이백은 대체로 건강식품이나 미용용품 등이 주로 나와서 재미가 덜하다. 개인적으로 타인의 집에서는 업무공간, 서재, 공부방 그리고 책상이나 필통 안을 구경하는 게 재미있다.

- 책은 지은이의 하루 일과와 더불어 가방 안의 물건, 집안살림에 대해서 언급. 지은이 말고 5인의 가방 안 물건을 보는 재미가 있다. 5인 말고도 일본 기업 3곳을 인터뷰한 글을 수록. 3곳 중 1곳은 그 유명한 무인양품이고, 나머지 2곳은 잘 모르는 곳이었다.

- 지은이는 물욕이 많지만 물건을 많이 모으기보다 시간을 들여 엄선한 물건을 선택하는 걸 즐기게 되었다고 한다. 지은이도 사람인지라 구입하고 잘 쓰지 않는 물건을 두고 후회한 적이 있다고 하고. 백화점을 구경하다가 눈에 띄는 물건을 보면 바로 사기보다 그냥 1번 지나쳤다가 사고 싶은 마음이 사그라들거나 잊어버리면 안 산다고. 백화점에서 아무것도 안 사고 나올 때의 허한 마음은 백화점 식품매장에서 단팥빵 하나를 사서 위로한다고 한다.

- 역시 물건은 현재시점으로 다용도로 쓸 수 게 좋은 듯. 일본의 또 다른 정리 컨설턴트 Emi 역시 다용도 물건에 대해서 예찬. 심플라이프 출판사는 정리수납 관련 책을 많이 내는 듯하다. 책 뒷날개에 혼다 사오리 말고도 Emi가 집필한 책 목록이 있었다.

 
혼다 사오리의 행복해지는 살림법
『혼다 사오리의 행복해지는 살림법』은 일본 최고의 살림 전문가이자 정리 수납 컨설턴트 혼다 사오리가 직접 만난 ‘7인의 살림 고수들’의 집안일 노하우가 모두 들어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청소, 세탁, 취사, 정리 수납 등 가정생활에 꼭 필요한 살림 방법을 모두 공개했다. 살림 고수 7인의 공통적인 특징은 ‘기분 좋게 집안일을 하기 위한 비결’이 있다. 그것은 집안일을 하는 사람이 편하게 일하기 위해 세수하는 동안에 비누로 세면대를 닦거나, 욕실용 매트 대신에 사용한 수건을 반으로 접어서 재사용 한다거나, 세탁물을 가져다 놓을 장소에서 바로 빨래를 널어두는 것 등이다. 혹시 귀찮아서 미루고 있었던 집안일이나 쌓아 두기만 하고 엄두가 나지 않아 시작도 못한 집안일이 있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부터 보기 바란다. 책장을 넘기면서 “어! 이거 괜찮은 아이디어인데?” 혹은 “어쩌면 이렇게 아기자기하고 예쁠까?”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집에 시도해 보면 어느덧 소소한 변화가 집안일에 즐거움을 줄 것이다.
저자
혼다 사오리
출판
이덴슬리벨
출판일
2017.04.24

 2)[혼다 사오리의 행복해지는 살림법-みんなの家事ブック 本多さおりの「家事がしやすい」部屋探訪]|윤지희 옮김|이덴슬리벨(비전비앤피)

- 1)이 지은이 중심의 책이었다면 2)는 지은이가 아닌 7가구의 살림법을 인터뷰한 책. 지은이의 집을 비롯한 총 8집의 평면도와 지은이 외 7가구의 아침 일상을 다뤘다. 아침 일상표를 보면 남편과 자녀가 도와주기는 하지만 집안일은 주로 여성(아내, 엄마)이 더 많이 하는 느낌이다.

- 전부 다는 아니지만 개중에는 집안일을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명백하게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고 여겨 집안일에 우선순위를 두어 자신이 꼭 해야 하는 일은 하고, 그렇지 않은 일은 기계나 업체한테 맡겨버린다고 한다.

- 지은이는 물론 책에 나오는 이 중 많은 사람이 요리하기 전날 저녁 재료를 미리 준비한다고 한다. 다음날 요리할 재료를 미리 씻고 잘라 소분화해서 보관했다가 다음날 아침 바로 요리 준비를 하면 덜 번거롭다고. 청소는 바로바로 할 수 있는 자잘한 것은 매일 하고 좀 더 품이 드는 것은 월간, 계간으로 기간을 두어(월에 1번, 계절마다)을 정리한다고.

- 출산 전 지은이는 42㎡의 2K 집에서 살다가 출산 후남편 전근 때문에 50 1LDK 집으로 이사했다고 한다. 지은이의 두 집 평면도를 보면 2K나 1LDK나 별 차이 없어 보이던데. 뭐, 평수나 공간 구조보다 더 중요한 것은 42㎡의 2K 집은 지은 지 47년 된 오래된 곳이고 50 1LDK는 3년 정도 되는 신축이라고.

지은이는 새 집을 구할 때 채광이며 환기 등 여러 조건을 따지기는 했지만 오래된 옛집은 지진에 버틸 수 있는지 걱정이었다고 했다. 아직은 아이가 하나이고 유아라서 그렇지 초등학교 들어갈 나이쯤 되면 아이만의 독립공간은 마련해 두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걸작의 공간(양장본 HardCover)
작가의 집에 대한 인간적인 기록『걸작의 공간』. 이 책은 저자가 19세기 미국 대표 작가 21명의 집을 찾아간 것으로, 대표작을 집필했던 집을 찾아 떠나는 여행의 기록이다. <작은 아씨들>이 태어난 루이자 메이 올컷의 오차드 하우스에서부터,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탄생한 마크 트웨인 하우스, <모비 딕>이 탄생한 허먼 멜빌의 애로헤드까지, 작가들의 집을 살펴보다 보면 작가의 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으며, 그 작품들이 탄생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또한 실제로 인용된 수많은 글을 비롯해, 작가의 집과 인생과 작품을 관통하는 예일대 교수의 풍부한 해설은 책에 깊이를 더했으며, 작가의 존재와 생생하게 만나는 체험을 제공한다.
저자
J D 매클라치
출판
마음산책
출판일
2011.07.25

8. J. D. 매클라치J. D. McClatchy [걸작의 공간-작가의 집에 대한 인간적인 기록American writers at home]|김현경 옮김|마음산책|에리카 레너드 사진

- 19~20세기 미국의 유명 문학가 21명이 작품을 실제로 집필했던 집을 찾아 방문하고 사진을 찍어 소개. 서문에서 지은이는 글을 쓰는 데에는 고독과 사생활(프라이버시) 보호가 중요하며 작가한테 집이란 꿈을 꿀 수 있는 안식처라고 한다. 책 뒷부분 부록에 2011년 7월 기준으로 작가들의 집주소와 방문 가능 기간이 수록(단, 시인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 집은 구경할 수 없다).

-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영국과 미국은 같은 언어권 국가로 묶인다. 단순히 인도유럽어나 알타이어처럼 같은 계통의 어족으로 묶인 게 아니라 영어권이라는 범주로 말이다. 엄밀히 말하면 어족은 대분류, 언어권은 중분류라 할 수 있지만.

몽골어, 한국어, 일본어는 같은 알타이어족이지만 알다시피 서로 말도 글도 통하지 않아 통역이나 번역이 필요하고, 라틴어 문자권으로 서로 쓰는 글자는 비슷하지만 역시 뜻이 통하지 않는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같은 인도유럽어족과 달리 미국과 영국 그리고 캐나다와 호주는 별다른 통역이나 번역 없이 말과 글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미국 백인의 뿌리가 영국(청교도와 아일랜드)이다 보니 보통 미국과 영국을 '영미문학'이라는 한 범주에 같이 넣어 하나로 묶는 게 보통인데 이 책의 지은이는 이에 반발한다. 서문에서 지은이는 미국과 유럽의 문학( 영국 포함)은 같지 않다고 주장.

지은이는 씨족들이 모여 사는 유럽(구세계)과 달리 광활한 신천지를 접한 미국인은 유럽인처럼 모여 살기보다 널리 흩어져 사는 사는 기질이며, 또한 미국은 은둔자들이 스스로 세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고립된 사람들의 나라라고 말한다. 미국과 유럽 문학의 차이를 주장하는 지은이는 영국과는 또 다른, 오롯이 '미국 문학'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 미국 중서부는 천재 작가들이 많이 나고 자란 곳이지만 그들이 실제로 활약한 곳은 동부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이러한 지은이의 주장은 어쩌면 지은이 본인의 성장과정과 이력 때문일지도... 저자 소개를 보면 지은이는 미국 펜실베니아 주에서 태어나 코네팃컷 주의 예일대와 워싱턴 D.C의 조지타운대에서 수학 후 예일대 영문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재 코네티컷 주 스토닝턴에 거주 중이라고 한다. 미국 땅이 넓기는 하지만 앞서 말한 펜실베니아, 코네티컷, 워싱턴 D.C는 모두 미국 동부(정확히는 북동부)에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웨스턴 무비Western Movie라고 해서 서부 개척시대를 다룬 영화 장르가 따로 있지만 사실 할리우드 영화의 배경으로 많이 나오는 지역은 대부분 미국 동부다. 히어로 무비에서 와장창 부서지는 고층건물이 즐비한 뉴욕도 엄청난 지진해일이 덮치거나 혹은 툭하면 폭탄이 터지고 각종 음모와 계략이 판치는 백악관이나 국회의사당 그리고 연방대법원이 있는 워싱턴 D.C도 심지어 디즈니 월드가 있는 플로리다도 다 동부에 있다.

지은이가 중서부의 미국인이 동부로 오는 이유 중 하나로 꼽은 게 바로 학업이다. 지은이가 다닌 예일대를 포함한 아이비리그Ivy League{버드, 프린스턴, 컬럼비아, 펜실베니아 등이 포진한 명문 사립대학군(群)}는 동부에 위치. 이 책에 나온 작가 중 몇몇은 하버드대학에 재학했거나 혹은 교수로 재직했다. 

- 매사추세츠Massachusetts 주(주도 보스턴Boston)는 책은 나온 작가진의 3분의 1인 7명의 거주지로 나왔. 위 6번의 카라 니콜레티도 매사추세츠 태생으로 뉴욕대NYU(아이비리그에는 속하지 않지만 나름 유명한 사립대) 출신이라는데 뉴욕대는 물론 매사추세츠도 동부에 있다...

지은이가 초월주의Transcendentalism(19세기 미국 사상가들의 사상개혁운동으로 직관적 지식과 인간과 자연에 내재하는 선함 및 인간이 양도할 수 없는 가치에 대한 믿음을 망라하는 이상주의 관념론의 하나) 문학에 관심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 책에는 매사추세츠 콩코드Concord의 초월주의자 문학 모임 관련 인물이 많이 등장한다.

초월주의의 효시인 랠프 월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1803~82/[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스승)을 비롯 브론슨 올컷Amos Bronson Alcott{1799~1888/[작은 아씨들]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 Louisa May Alcott(1832~88)의 아버지}, 너대니얼 호손Nathaniel Hawthorne(1804~64/[주홍글씨]의 소설가) 등이 콩코드에 거주하는 초월주의 모임 멤버였다.

- 콩코드 모임과 별개의 작가군이 매사추세츠에 살았는데 바로 [순수의 시대 he Age of Innocence ]의 이디스 워튼(1862~1937/최초의 여성 퓰리처상 수상자), 시인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1830~86), 사상가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Henry Wadsworth Longfellow(1807~82), [모비 딕]의 작가 허먼 멜빌Herman Melvill(1819~91)이다.

책에 나오는 작가들이 19~20세기 미국으로 한정되어서 그런지 매사추세츠 콩코드의 초월주의 모임뿐만 책에 나오는 다른 작가들끼리 어느 정도 연결고리를 가진다. 호손은 멜빌과 친구였으며 롱펠로와는 동창이었다. 롱펠로는 워싱턴 어빙Washington Irving(1783~1859/단편소설 〈립 반 윙클Rip Van Winkle>, 장편소설 [알함브라 전설 Tales of the Alhambra]를 집필)의 영향을 받았고, 워튼이 첫 책을 출간할 수 있도록 격려했다. 워튼은 친구 헨리 제임스Henry James(1843~1916)과 같이 시인 월트 휘트먼Walt Whitman(1819~92)을 좋아했다.

- 동부 매사추세츠 모임과 별개로 미시시피와 조지아에 거주한 남부 문학가 사이에도 나름 접점이 있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1897~1962), 유도라 웰티Eudora Welty(1909~2001), 플래너리 오코너Flannery O'Connor(1925~64)가 교류한 흔적이 있었다. 여담으로 지은이 매클라치는 오코너의 낭독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고 한다. 

- 동부, 남부와 별개로 서부의 로빈슨 제퍼스Robinson Jeffers(1887~1962)과 북동부의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Edna St. Vincent Millay(1892~1950)는 서로 만나 같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제퍼스는 자기 집을 직접 시공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 책에 나온 많은 작가들의 집에 특정 이름이 붙였는데 한국어로 번역하면 '과수원 집, 화살촉 집, 양지陽地 집' 등이 있다.

- 19~20세기 미국에 영향을 끼친 엄청난 사건은 독립전쟁과 남북전쟁이다. 전쟁을 실제로 겪지 않은 전후세대 작가들도 있지만 그런 그들도 전쟁을 겪은 이들의 후손이라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았다. 책에 나오는 작가 중 1명만 빼고 모두 백인이며 유일한 흑인 작가는 노예 출신으로 노예제 폐지에 앞장선 프레더릭 더글라스Frederick Douglass(1818~95) 1명이다. 더글라스와 더불어 인종차별에 대해 언급한 이는 유도라 웰티다. 그녀는 인종차별에 적극적으로 항변하지는 않았지만 그에 불만을 품어 KKK단에 표적이 될 수 있을 만큼 강렬한 기고문을 쓴 적이 있다고 한다.

- 유명인의 생가, 집을 보존하는 데 있어 미국도 갈등을 꽤 겪는 듯. 이 책에서는 본격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에덴의 동쪽East of Eden]으로 유명한 소설가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1902~68)의 예를 들어 그가 성장한 셀레나스의 집은 식당으로 변모했고, 스타인벡의 대표작 중 하나인 [분노의 포도The Grapes of Wrath]가 집필된 몬테세레노의 새 집주인은 그저 집이 마음에 들어서 샀을 뿐 스타인벡에 대해서는 별로 감흥도 관심이 없었다고. 몬테세레노의 새 집주인은 시에서 집의 대규모 보수공사를 허가하지 않자 이에 반발, 보존법을 폐지하고자 시의회 의원으로 진출, 당선되었으며 이에 몬테세레노의 역사위원회 위원 중 몇 명이 불쾌한 심정을 내비치며 사퇴했다고 한다.

지은이는 유명 작가의 생가나 집이 보존되지 못하고 파괴되고 무시당하는 것에 안타까워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죽은 사람보다 산 사람이 더 중요하지 않나 싶다. 각종 건축기술의 집대성이거나 아니면 얼마 남지 않은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이거나 혹은 건축물 그 자체로서 무척 아름답거나 거시사에서 중요하다면 모를까. 유명한 개인의 집이라는 이유로 그 집에 실제 거주하는 사람의 편의를 무시하는 것은 좀 그렇다. 물론 유명 문학작가의 집필도구나 글을 쓴 장소가 보존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들이 유명세는 도구나 집이 아닌 그들이 쓴 글, 책에 있다고 본다.

- 서양 작가와 관련해서 벽난로, 타자기, 스탠드업 책상, 딥펜이 딸려 나오는 것 이상하지 않는데. 많은 작가의 집에 고급 피아노 회사인 스타인웨인Steinway 피아노가 종종 등장하는 게 신기했다. 남성 작가의 집에도 많이 등장했는데 주로 아내나 딸들이 쳤던 모양이다. 어쩌면 남성 작가 본인이 쳤을 수도 있고. 옛날에 피아노는 고급 악기라 부富의 상징을 여겨졌는데. 

 

 
작가의 방
욕실에서 추리소설 아이디어를 떠올린 ‘아가사 크리스티’, 책상으로 변신하는 여행 가방을 들고 다닌 ‘아서 코넌 도일’, 자메이카의 별장에서 제임스 본드를 탄생시킨 ‘이언 플레밍’, 노트와 커피만 있으면 어디서든 쓰는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 함께 살고 함께 쓸 때 가장 행복했던 ‘브론테 자매’ 등 모든 작가에게는 그들만의 창작 공간과 루틴이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오래도록 사랑한 작가와 작품이 탄생한 순간을 바로 곁에서 목격한 증인, 작가의 ‘공간’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어떤 방해도 받지 않는 완벽한 은신처부터 창조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습관과 집필 도구까지, 50인의 작가들이 찾아낸 최적의 글쓰기 조건을 갖춘 그들의 방을 엿본다. 버지니아 울프의 오두막에 앉아 보고, 제인 오스틴의 문구함을 열어 보는 이 특별한 여행이 책을 좋아하는 이들과 책을 쓰고 싶은 이들 모두에게 신선한 영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저자
알렉스 존슨
출판
부키
출판일
2022.10.06

9. 알렉스 존슨Alex Johnson 글, 제임스 오시스James Oses 그림 [작가의 방Rooms of Their Own]|이현주 옮김|부키

- 글쓴이 알렉스 존슨은 영국 저널리스트이자 블로거로 음식, 미술, 음악을 포함한 다양한 주제의 글을 쓰는 프리랜서 작가다. 애서가인 존슨은 책뿐만 아니라 서가 디자인과 오두막 꾸미기에도 진심이라 이 책은 그의 관심사를 반영했다고 한다. 버지니아 울프, 비타 색빌웨스트, 오노레 드 발자크, 안톤 체호프, 빅토르 위고, 아가사 크리스티, 아서 코넌 도일, 조지 오웰, J. K. 롤링, 무라카미 하루키 등 50인의 작가의 작업공간과 집필 도구 그리고 루틴에 대해 이야기. 

- 8과 달리 문학 집필 도구가 좀 많이 나온다.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 조지 바이런, 새뮤얼 존슨 등의 18세기 서양 작가들이 애용한 문구함(현대의 서랍식 문구함과 달리 라이트 박스Light box와 비슷한 형태로 뚜껑을 여닫을 수 있는 상자. 라이트 박스와 달리 상자 안에는 전등 대신 종이와 잉크 등 문구류를 넣고, 뚜껑을 닫으면 글을 쓸 수 있게 경사진 받침대로 변함)을 비롯해 코난 도일이 문구함 대신 썼다는 집필용 트렁크( 타자기와 책꽂이, 서랍까지 갖추어 휴대용 책상으로 변함. 프랑스 트렁크 제작사 고야드Goyard가 만듦)가 언급.

18~20세기 서양을 다룬 영상물에 문구함은 그다지 나오지 않지만 상자형 문구함처럼 가구 자체의 뚜껑을 여닫을 수 있는 책장이 나온다. 그중 하나가 코난 도일이 싫어했다는 롤탑 데스크Roll top desk다. 롤탑 데스크는 따로 그림이 없어서 처음에는 뷔로Bureau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찾아보니 롤탑 데스크와 뷔로는 좀 다르다. 셔터처럼 뚜껑을 위아래로 밀어 여닫는 롤탑 데스크와 달리 뷔로는 선반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접이식 형태로 둘 사이의 차이를 좀 더 말하자면 롤탑 데스크는 바닥 면적(공간)의 변화가 없는 반면 뷔로는 있다.

- 그밖에 타자기, 연필과 잉크, 종이 그리고 의자에 대해서도 언급.  또한 21세기에도 연필과 펜, 타자기로 글을 쓰거나 혹은 컴퓨터로 글을 써도 아예 인터넷을 연결하지 않거나 아니면 인터넷 연결 시간을 제한하는 현대 작가들에 대해도 언급. 

 ex>타자기 제조사; 미국의 레밍턴Remington, 스미스-코러나Smith-Corona, 언더우드Underwood, 이탈리아의 올리베티Olivetti, 스위스의 에르메스Hermes(프랑스 패션회사 에르메스Hermès가 아님), 그리고 바락Bar-rock의 No. 1(미국 소설가 잭 런던이 썼다던 비非 쿼티QWERT 자판 타자기) 등

- 이외에 작가들의 새해다짐{건강을 위해 운동하기, 하루에 쓸 글의 분량(200~1,000 자 사이) 정하기}, 글을 쓰는 자세(와식臥式, 좌식坐式, 입식立式) 그리고 작가를 위로한 반려동물과 커피에 대해서도 언급. 

- 작가들의 의외의 버릇도 소개. 미국의 커트 보니것Kurt Vonnegut(1922~2007)과 잭 런던Jack London(1876~1916)은 자기 작품을 거절한 출판사의 거절 편지를 보관했고. 존 스타인벡이나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1899~1961)은 글 쓰기 전에 연필 몇 자루를 깎는 의식을 행했다고 한다.

지은이는 이 중 가장 유별한 작가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소설가 마거릿 미첼Margaret Mitchell(1900~49)을 꼽았다. 미첼은 맨 마지막 장章을 먼저 쓰고 또 거기서 뒷부분부터 거꾸로 글을 쓰는 방식으로 작품을 썼다고 한다. 질필 방식만큼 특이한 미첼의 버릇으로는 그녀는 자기가 쓴 글을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도록 한 장, 챕터Chapter 완성하면 곧바로 서류 봉투에 넣어 집안 곳곳에 숨겼다고 한다.

글을 쓴 종이를 여러 곳에 쪼개어 분산한 것은 둘째치고 미첼이 숨긴 서류 봉투나 챕터에 번호를 매기지 않아 편집자가 그녀에게 받은 작품 중구난방의 원고 뭉치의 줄거리를 짜 맞추는 데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

사족으로 미첼이 나고 자란 곳은 조지아주(8번 [걸작의 공간]에 나온 플래너리 오코너와 같은 동네) 애틀랜타이며 어린 시절에는 꽤 부유했는지 대저택에서 거주했다고 한다.

- 미국의 마야 안젤루Maya Angelou(1928~2014/흑인 여성 작가), 영국의 주디스 커Judith Ker(1923~2019/그림책 작가)와 로알드 달Roald Dahl(1916~90) 그리고 마거릿 애트우드Margaret Atwood(1939~)가 기억에 남는다. 사족으로 마크 트웨인Mark Twain(1835~1910)의 당구대나(8번 [걸작의 공간]이나 E. B. 화이트나 스티븐 킹의 작업실은(질 클레멘츠의 [작가의 책상], 위즈덤하우스)  다른 책에서도 중복 등장.

- 책 뒷부분에 8번처럼 작가들의 집필 공간에 관한 관람이나 방문에 대한 정보 수록. 다만 몇몇 공간은 사유지라 관람이나 방문이 불가능하고 어떤 곳은 사유지이지만 집주지의 허락 하에 제한적으로나마 구경이 가능한 곳도 있다. 그리고 또 어떤 것은 다른 것으로 바뀌거나 철거되기도 했다. 개중에는 아예 에어비앤비airbnb 같은 곳을 통해 임대 신청을 해서 사용할 수 있는 곳도 있다.

8번에서 유명인의 생가, 거주지를 '미국 역사 지표구'라고 지정했다면 영국에는 '블루 플라크Blue plaque'가 있다. 이름처럼 파란색으로 칠해진 작은 명판에 짧은 인물 소개와 함께 ‘OO가 여기에 살았다’라고 표시하는 이 명판은 잉글리시 헤리티지English Heritage가 주관하는 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하며 생후 100년 혹은 사후 20년이 지난 유명 인사를 대상으로 한다고 한다. 글쓴이가 영국인이라서 그런지 영국 몇몇 집 중 블루 플라크를 단 곳도 소개.

- 책의 한국어판 추천사는 80만 명의 구독자를 둔 인기 유튜버 이연이 썼다는데 처음에는 이연을 겨울서점의 김겨울이라는 다른 유튜버로 착각했다. 아마 이연이 그림 위주이고, 김겨울을 정말 책 위주의 크리에이터라서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오시스의 그림은 취향과 좀 어긋난다. 선이나 형체가 명확한 그림이 좋은데 형체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는 아닌데 아스라이 뭉개져 보기 불편하다.

 

 
내 식탁 위의 책들
‘푸드 포르노 중독자’ 정은지가 전하는 종이 위의 음식들『내 식탁 위의 책들』. 오랫동안 모은 그릇들을 마음껏 늘어놓고 혼자만을 위한 상을 차려두고 마지막 순간 서가로 가 수백 번 읽어서 이미 외운 지 오래인 책을 골라 음식을 먹으며 독서를 즐기는 저자가 종이 위의 음식들에게서 느낀 흥분과 위로를 나누는 책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간 머리 앤>, 구로야나기 데쓰코의 <창가의 토토>,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 스티븐 킹의 <스탠 바이 미>, 권정생의 <슬픈 나막신> 등 다양한 책에 담긴 음식 이야기와 자신의 사연을 소개한다. 이와 함께 조지 오웰이 이야기한 맛좋은 홍차를 만들기 위한 열한 가지 황금률, 일본 최초의 과자가 햇볕에 말린 쌀과자였다는 것, 파스타의 다양한 종류들에 대해 알아보는 등 음식에 대한 지식을 제공해 책을 맛보는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다.
저자
정은지
출판
앨리스
출판일
2012.04.27

10. 정은지 [내 식탁 위의 책들-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종이 위의 음식들]|앨리스(아트북스)|박경연 그림

- 그림책과 아트북 전문 서점에서 일하며 책과 쇼핑, 게임에 대한 글을 써서 연재한 문필가이자 번역가인 지은이는 본인 스스로를 '푸드 포르노 중독자'라고 부른다. 1990년대 중반 만들어졌다는 ‘푸드 포르노’는 “섹스 대신 음식이 욕망의 대상이 되어, 성욕 대신 침샘과 위장을 자극하는 글이나 사진, 영상에 탐닉하는 것."을 뜻한다고. 푸드 포르노 중독자라는 자신을 말을 증명하듯  6번 카라 니콜레티의 [문학을 홀린 음식들]은 지은이가 번역한 책 중 하나다.

- 책은 소설뿐만 아니라 자서전, 여행서, 탐사보도문 등 25권의 책(때때로 역자와 출판사)과 작가 그리고 책에서 언급한 음식 혹은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아도 간접적으로 연관된 다른 음식을 소개. 또한 6번처럼 작가+작품+채색 삽화에 덧붙여 해당 음식과 관련한 책 속 구절을 인용한 형식으로 구성.

- 6번에 나온 책이 낯선 것도 있었지만 책 줄거리나 작가에 대한 설명보다는 니콜레티 개인의 감상과 일화 위주였던 점도 있어 책에 대한 내용을 읽는 사람이 혼자 추측해야 하는 게 많았다. 그나마 이 책은 6번과 달리 지은이 위주의 이야기가 아니라 해당 책과 작가 그리고 책에 언급한 음식에 대한 설명 위주라 좀 더 이해하기 수월. 니콜레티가 요리사라서 그런지 6번에서는 매 장마다 조리법이 나왔지만 이 책은 그런 것은 없다. 조리법이 따로 필요하지 않은 간편식이나 시판 음식을 소개.

 ex>죽, 부채과자(센베이煎餅|せんべい), 기내식, 커리Curry(카레), 잼, 달걀 요리 등 

 cf)2019년 2월 12월 방송한 EBS <다큐프라임> 카레 2부작 中 2부 '카레의 모험'; 영국 식민지 시절 인도인을 따라 영국에 흘러 들어와 전 세계로 퍼진 카레. 그리고 영국 커리 상권의 흥망성쇠

- 지은이가 한국인이다 보니 25권 중 박경리의 [토지], 권정생의 [슬픈 나막신]처럼 한국 작가의 작품이 2권 있었다. 지은이가 소개한 책 중 일부는 절판이 되어서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거나 도서관에서도 찾지 못한 자료는 인터넷을 통해 겨우 접했다고. 25권 중 23권은 번역서로 개중에는 중역을 한 경우도 있어서 원문과 표현이 달라져 원작에 나온 본래 음식과 아예 다른 음식으로 오해하거나 혹은 문장 자체가 아예 사라져 버리는 바람에 새롭게 알게 되는 음식도도 있었다고.

- 지은이가 여성이라 그런가? 소녀들의 판타지와 성장, 여성들의 좌절과 현실적응에 대해서 많이 언급. 또한 지은이 개인은 '어린이 고생물'이 취향이라고.

 ex1>소녀들의 판타지&성장, 여성들의 좌절과 현실적응; 호주 파멜라 린든 트래버스Pamela Lyndon Travers(1899~1996)의 [우산 타고 날아온 메리 포핀스Mary Poppins ], 스웨덴 마리아 그리페Maria Gripe(1923~2007)의 [내 작은 친구(원제는 '우고와 조세핀Hugo och Josefin')], 미국 루이자 메이 올콧Louisa May Alcott(1832~88)의 [작은 아씨들Little Women], 진 웹스터Jean Webster(1876~1916)의 [키다리 아저씨Daddy Long Legs], V. C. 앤드루스Cleo Virginia Andrews(1923~86)의 [헤븐Heaven], E. L. 코닉스버그Elaine Lobl Konigsburg(1930~2013)의 [내 친구가 마녀래요(원제는 '제니퍼, 헤카테, 맥베스, 윌리엄 맥킨리, 그리고 나,  엘리자베스Jennifer, Hecate, Macbeth, William McKinley, and Me, Elizabeth')]

 ex2>어린이 고생물; 영국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의 [올리버 트위스트Oliver Twist], 프랑스 엑토르 말로Hector Malot(1830~1907)의 [집 없는 소년Sans Famille], 미국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Frances Hodgson Burnett(1849~1924)의 [소공녀Sara Crewe or What Happened at Miss Minchin's(또는 A Little Princess)]

 

 
미우라 씨의 친구
〈수짱 시리즈〉를 비롯한 다양한 만화와 에세이로 여성 독자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은 베스트셀러 작가 마스다 미리가 ‘만화 데뷔 20주년’ 기념작 『미우라 씨의 친구』로 찾아왔다. 평범한 일상에서 생기는 잔잔한 마음의 파동을 섬세하게 그려온 그녀는 이번 신작에서 어른이 될수록 더욱 어려워지기만 하는 관계, 마음과 달리 멀어져가는 ‘친구’에 대해 고민하는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내 또 한번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다.
저자
마스다 미리
출판
이봄
출판일
2023.10.31

11. 마스다 미리益田ミリ [미우라 씨의 친구ミウラさんの友達]|박정임 옮김|이봄

- 지은이의 만화 데뷔 20주년 기념작이라고 하는 이 책은 현실감 있게 구현된 지은이의 여타 만화와 달리 환상성, 판타지가 가미되었다.

- 책의 '친구'는 좀 특별한데 사람이 아닌 인간형 로봇이다. 그런데 로봇치고는 기능은 별로다. 힘이 세서 무거운 짐을 번쩍번쩍 들어 옮기지도 못하고, 가사에 능숙해 요리, 청소, 빨래 등을 살림을 도맡아 하지도 않으며, 연산이나 검색 능력이 뛰어나 물어보는 것에 척척 대답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챗GPT처럼 엉뚱하기는 해도 대화가 가능한 것도 아니다. 책 속 로봇 친구는 1회 충전에 20km 보행이 가능하고 할 수 있는 말도 딱 5마디뿐이고 구입 비용은 100만 엔(한화 1천만 원)이나 된다.

- 다만 지은이의 만화는 애초에 첨단과학이나 판타지 계열이 아닌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과 희로애락을 그리는 쪽이다 보니 책에서도 중점을 '로봇'이 아닌 '친구'라는 (인간)관계에 중점을 두고 보면 위화감을 덜하다.

 

 
그림 속 드레스 이야기
패션은 문명을 비추는 거울이다. 이 책은 극적이고 아름답고 때로는 실수라고 느껴질 만큼 기괴하고 민망한 패션과 그 속에 담긴 시대의 문화와 인간사를 살펴보는 책이다. 그림을 통해 과거의 패션과 거기에 담긴 당시 사회의 담론을 엿보는 것은 꽤 흥미로운 일이다. 어떤 그림은 지름길로 안내하지만 어떤 그림은 일부러 먼 길을 에둘러 돌게 만들기도 했다.
저자
이정아
출판
디지털북스
출판일
2018.12.26

12. 이정아 [그림 속 드레스 이야기-명화들이 말해주는]|J&jj제이 앤 제이제이

- 의상이나 소품 관련해서 고대 이집트나 아시리아, 중세 유럽의 이야기도 나오지만 그림은 주로 14세기 이후 특히 18~20세기 무렵 서양 회화가 많이 나온다. 유명 화가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관점의 미술 감상에서 그다지 중요하게 언급되지 않는 서양 화가들의 그림을 28개의 주제별로 엮어 서양 패션의 변천사를 소개. 책 제목에 '드레스Dress'만 나와서 여성복만 나올 것 같지만 여성복뿐만 아닌 남성복도 꽤 비중을 차지한다.

 cf)네덜란드의 얀 반 에이크Jan Van Eyck(1395?~1441), 독일의 한스 홀바인Hans Holbein der Ältere 부자{大 홀바인(1465?~1514), 小 홀바인(1497~1543)}, 프랑스의 프랑수아 부셰François Boucher(1703~70)와 에드가 드가Edgar De Gas, Hilaire Germain(1834~1917) 그리고 제임스 티소James Tissot(1836~1902)와 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1841~1919),영국의 제임스 휘슬러James Abbott McNeill Whistler(1834~1903) 등

- 동서양을 막론하고 패션의 유행이나 변화는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자의식과 차별성에서 비롯되었다. 왕족이든 귀족이든 성직자이든 혹은 부르주아이든 서민이든 또는 매춘부이든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패션은 자신이 지닌 어떠한 것을 드러내는 표현 수단을 하나로 종종 사용.

 ex1>권력자의 부富와 권력, 부르주아의 검소와 근면성실 그리고 고귀함과 아름다움 등

패션 변천사의 주축인 차별성에는 희한하게도 우월의식과 통제성뿐만 아니라 그와 반대되는 저항의식도 포함되었다. 왕족과 귀족 그리고 성직자와 갈등을 빚은 부르주아와 서민, 남성우월주의 가부장제에 불만을 품은 여성들이 패션을 통해 자신과 대립하는 계층에 반항하는 의사표시의 수단으로 패션을 이용했다. 

 ex2>우월의식∋코드피스Codpiece(중세 시대 남자의 성기 보호를 목적으로 솜 따위를 넣어서 만들었던 일종의 낭심 보호대), Décolleté(가슴, 어깨, 등을 드러낸 네크라인), 헤드 드레스Head dress(머리에 붙이는 천으로 된 장신구), 가발(프랑스의 루이 14세,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코르셋Corset(미용을 목적으로 허리를 조이는 복대) 등

 ex3>저항의식모던걸=플래퍼Flapper(1920년 재즈 시대의 자유분방한 미국의 젊은 여성)=가르손느Garçonne(프랑스 작가 빅토르 마르그리트Victor Marguertte가 1922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라 가르손느La Garconne]에서 유래. '사내아이 같은 여성'이란 뜻으로 1925~30년 사이 유행한 단발 보브컷, 직선 실루엣, 바지, 기장이 짧은 치마 등 보이시 스타일 여성 패션/야외활동, 담배, 브래지어 등), 부르주아의 단색 계열 옷차림(검은 모자와 어두운 색 계열의 프록코트Frock coat 등) 등

- 부르주아 남성은 검소와 근면성실을 자신들의 취향이자 가치관으로 내세우며 귀족의 허례허식과 사치를 멸시하면서 또한 동경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부르주아 남성 자신들은 장식이나 꾸밈이 덜한 단색 계열의 단순하고 간소한 옷차림을 주로 했지만, 자신의 소유물 혹은 장신구로 여겼던  아내와 딸(혹은 정부情婦) 같은 부르주아 여성한테는 귀족 취향의 화려한 옷차림새로 꾸며 이를 통해 자신들이 가진 재력이나 권력을 과시하려고 했다.

 ex>장갑 착용의 예절, 부채 언어, 애완동물, 숄, 오페라 망원경Opera glass 등

덧붙여 부르주아 남성의 차림새가 단순하고 간소하기는 했지만 그들이 썼던 옷이나 단추 같은 의상 소품의 재질은 절대로 수수하지 않았다. 부르주아 남성들이 썼던 옷감은 어두운 단색 계열이 많았지만 옷감이나 소품은 구하기 힘든 비싼 것들이었다.

- 패션은 때때로 동물과 사람의 잔혹사에 한몫했다. 희귀한 옷감, 모피와 깃털장식 그리고 동물 박제품 등을 얻기 위해 시베리아 담비, 북미 비버 등 수많은 동물과 새가 멸종되거나 멸종 위기에 처했었다. 또한 희귀 동물의 가죽과 털을 얻고자 하는 서구인의 탐욕으로 인해 시베리아 원주민과 북미 인디언 같은 토착민은 서구인에게 협박받거나 학대를 당하고 심지어 살해되는 등 핍박을 받았다.

- 한때 서양에는 동방 문화가 유행했다. 17~18세기에는 중국적인 취향 시누아즈리Chinoiserie(중국 도자기와 무늬, 중국 옷깃 등), 19~20세기에는 서양 미술 전반에 나타난 일본 미술의 영향인 자포니즘Japonism(기모노의 직선 실루엣과 채색 판화 우키요에) 그리고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이집트와 몽골 그리고 페르시아와 터키 같은 이슬람(=아랍)의 터번Turban(머리에 둘러 감는 수건)과 통이 넓은 바지, 초핀Chopines(여성 하이힐의 원형이 되는 굽 높은 신발) 등}이 서양 패션에 영향을 끼쳤다.

- '탐미, 기묘한 매혹, 욕망, 아이콘' 4부분으로 구성된 책의 마지막 장章인 4장은 서양 패션의 아이콘 6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6명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16세기 프랑스 왕 앙리 2세Henri II(1519~59)의 왕비 카트린 드 메디치Caterina de' Medici(1519~89)와 애첩 디안 드 푸아티에Diane de Poitiers(1499~1566) 그리고 루이 14세Louis XIV(1638~1715), 영국 왕 헨리 8세Henry VIII(1497~1591)도 인상 깊었다.

 ex>엘리자베스 1세Elizabeth I(1533~1603/헨리 8세의 딸), 헨리에타 마리아Henriette Marie de France(1609~69/영국 찰스 1세의 왕비), 마담 퐁파두르Madame de Pompadour(1721~64/프랑스 루이 15세의 애첩), 외제니 황후Eugénie de Montijo(1826~1920/프랑스 나폴레옹 3세의 부인) 그리고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폴 푸아레Paul Poiret(1879~1944)와 코코 샤넬Coco Gabrielle Chanel(1883~1971)

- 어쩌다 보니 현대 웨딩드레스의 색은 흰색으로 고정되었는데 책에서 웨딩드레스, 신부의 결혼 예복은 본래 흰색이 아니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는 빨강(카네이션 꽃), 고대 로마는 주황색(임신과 출산의 여신 주노의 상징색) 베일을 신부 예복의 색으로 썼으며, 흰색은 고대에서는 결혼식 하객의 색이었고, 중세에서 죽음과 애도의 상징으로 수도사나 귀족 미망인이 썼다고 한다.

5세기 이후 유럽의 신부 예복은 빨강, 초록, 파랑 등 다양한 색을 썼다. 다만 신분에 따라 어느 정도 제한을 두어 왕족이나 귀족 같은 상층 계급은 선명한 색채, 하층 계급은 탁하고 흐린 색을 써야 했다고. 17세기 독일을 예로 들면 왕족과 귀족 같은 제1신분은 빨강, 제2신분은 어두운 빨강과 선명한 초록, 제3신분은 어두운 초록, 갈색, 회색, 검푸른색, 검정(스페인&네덜란드)을 예복의 색으로 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밖에 결혼 예복의 색으로는 살구, 연노랑, 은색 등을 활용했다고.

흰색이 웨딩드레스의 색으로 굳어진 것은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여왕 때문이라고. 빅토리아 여왕이 결혼식 때 하얀 드레스를 입자 낙수 효과처럼 다른 상류층도 따라 하고 상류층이 하니 중산층도 따라 하고 중산층이 하니 하류층도 따라 해서 사회 전반에 웨딩드레스의 색은 하양이라는 인식이 굳어졌다고. 참고로 상복喪服은 검은색이라는 인식도 빅토리아 여왕 때문이라고 한다.

 

 
창작형 인간의 하루
우리는 일터에서, 또 일상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고 빛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나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다 보면 새로운 영감과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데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사랑해마지 않는 콘텐츠들의 스토리에서 그 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창작형 인간의 하루》는 정서경, 정지인, 정세랑, 김보라, 백현진, 이은규, 변승민 등 이 시대 최고의 크리에이터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그들이 어떻게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갔는지 노하우를 소개한다. 이 책은 단순한 인터뷰집이 아니다. 창작자들이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꼭 지키는 루틴은 무엇인지,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기 위한 기록이나 수집법이 있는지, 몰입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불안하고 무기력한 시기는 어떻게 빠져나오는지,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내는지 등 크리에이티브와 관련된 주제에만 포커스 맞춰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창작형 인간’이 되려면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큰 울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임수연
출판
빅피시
출판일
2023.09.06

 

13. 임수연 [창작형 인간의 하루-찰나의 영감이 최고의 콘텐츠가 되기까지 필요한 습관]|빅피시Big Fish

- 잡지 씨네 21의 기자인 지은이가 PD(드라마, 시사교양 다큐멘터리), 작가(극작가, 소설가), 영화감독, 제작자, 예술가(배우, 음악가, 미술가) 등 창작자, 크리에이터 7인의 인터뷰를 엮어 낸 책.

- 주관이지만 지은이가 여성인가? 7명 중 5명이 여성이고 2명이 남성. 아무튼 7명의 일상생활 루틴과 작업 사이클, 작업 공간, 작업 방식, 영감을 주는 것, 인맥 관리(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 등에 대해 언급.

- 지은이 본인이 영화, TV나 OTT 연속극 관련 잡지에서 일하고 또한 인터뷰이Interviewee 7인이 영상 제작 관련자이다 보니 (사전) 기획과 제작, 프리 프로덕션Pre-production(드라마나 영화 따위를 제작할 때, 대본이나 시나리오가 완성된 후 촬영을 준비하는 일로 제작진 구성, 배역 확정, 각종 장비 준비, 스토리보드ㆍ콘티 작성 따위의 작업을 통틀어 이름), 푸티지Ffootage(영화나 영상 제작 시 미편집 원본) 영상 등의 용어가 나온다.

- 개인적으로 작업 관련 메모 도구가 인상이 깊었다. 어떤 사람은 스마트폰,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만을 사용하고 또 어떤 사람은 종이 수첩, 리갈 패드 등 아날로그를 애용하고 또 어떤 사람은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병용했다.

 

14. 비타 색빌웨스트Vita Sackville-west(1892~1962)와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1882~1942); 20세기 영국의 유명 문인이면서 동시에 강한 교감을 나누었던 비타와 버지니아, 두 여성에 대한 이야기. 비타와 버지니아는 둘 다 유부녀였지만 두 사람의 애정은 친구로서 우정뿐만 아니라 연인으로서 사랑도 있었다고. 지금이야 버지니아의 문학 작품이 더 유명하지만 버지니아와 비타가 살았던 시기에는 비타도 버지니아 못지않게 유명한 작가였다고 한다. 비타가 쓴 책 몇 권은 울프 부부가 운영한 호가스 프레스Hogarth Press 출판사에서 출간되기도 했다.

- 비타는 버지니아의 대표작 중 하나인 소설 [올랜도Orlando]의 주인공에 영감을 준 모델이기도 하다. 비타의 차남 나이절 니컬슨Nigel Nicolson은 [올랜도]를 "문학사상 가장 길고 매력적인 러브 레터."라고 평했다. 비타는 [올랜도]에 대한 답례로 [에드워드 7세 시대의 사람들The Edwardians(혹은 '에드워디언즈')]를 집필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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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와 버지니아의 삶과 가계

  버지니아 울프Aceline Virginia Woolf/1882~1942 비타 색빌웨스트Vita Sackville-west/1892~1962
시대상황 20세기 영국에서 여성이 대학에 들어가는 일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일'만큼 매우 어려웠고 또한 남성 위주 '한사상속限嗣相屬{혹은 '한정상속恨定相屬'; 가문의 모든 재산(토지와 저택 등 부동산과 작위 등)을 아들(주로 장남)에게 물려주며, 집안에 아들이 없으면 주변의 가장 가까운 남자 친척이 물려받음}' 제도로 인해 여성에게 여러모로 불리
본명
(결혼 전 이름)
애들린 버지니아 스티븐
Adeline Virginia Stephen
빅토리아 메리 색빌웨스트
Victoria Mary Sackville-west
가계1 -레슬리 스티븐Leslie Stephen(1832~1904)과 줄리아Julia(1846~95) 사이에서 태어난 2남 2녀 중 하나
-아버지 레슬리는 영국 인명사전을 편찬한 저명한 문필가이자 철학자이고 어머니 줄리아의 모계는 예술로 유명한 패틀 7자매의 혈통
-외모가 아름다웠다는 줄리아는 패틀 7자매 중 1명이자 자신의 이모인 사진작가 줄리아 캐머런Julia Margaret Cameron(1815~79)과 라파엘 전파 화가들의 모델로도 활동
-지식인 아버지와 예술가 집안의 어머니의 혈통을 이어받은 덕분인지 버지니아는 소설가, 버지니아의 동부동모同父同母 언니인 바네사 벨Vanessa Bell(1879~1961)은 화가로 활약
-비타의 본명이 모친과 같은 '빅토리아 메리Victoria Mary'라 주변에서는 모친과 구별하기 위해서인지 그녀를 본명 대신 비타Vita라는 애칭으로 주로 부름
-비타의 모친 빅토리아는 2대 색빌웨스트 남작과 스페인 혈통 무희이자 내연녀인 페피타 사이 다섯 사생아 중 1명(후에 빅토리아의 동복형제이자 비타의 외삼촌이 3대 색빌 남작가家에 재산 상속에 대한 소송 제기)
-빅토리아와 결혼한 3대 색빌 남작 라이어널은 2대 색빌 남작의 조카이자 빅토리아와는 사촌. 그러므로 2대 색빌 남작은 비타의 외조부이자 동시에 종조부從祖父가 됨
-출산의 고통에 대한 두려움으로 빅토리아는 비타 이외에는 더 이상 아이를 낳는 것을 거부. 비타 탄생 후 비타의 부모는 각각 다른 사람과 연애(불륜)
성性적 성향 -버지니아의 부모는 둘 다 재혼으로 버지니아는 동부동모同父同母 형제자매 4명 외에도 이복異腹·이부異父 형제자매가 여럿 있었음
-어린 시절 이부오빠인 덕워스Duckworth 형제에게 당한 성추행 때문에 버지니아는 이성異性관계를 불편하게 여기고 동성同性을 편하게 느꼈다고 함
-180cm의 장신인 비타는 짧은 웨이브 단발에 바지를 종종 입고 돌아다님
-빅토리아는 딸인 비타를 애정했으나 자신이 원하던 여성적인 사교계의 귀부인의 틀에서 어긋나 남자처럼 꾸미고 돌아다니던 비타의 옷차림과 행위를 질색해 매섭게 꾸짖었다고 함
-비타를 새피스트Sapphist(고대 그리스의 시인 사포Σαπφώ의 이름에서 유래한 여성동성애자, 즉 레즈비언을 가리킴)로 여기기도 하지만 사실 비타는 양성애자. 비타는 버지니아를 비롯한 많은 여성과 연인 관계를 맺기도 했지만 동시에 여러 남성과도 교제하며 염문을 뿌림
영향을 준 것 ◇블룸즈버리 그룹Bloomsbury group
-20세기 초 런던 블룸즈버리 지역에서 열린 비공식 토론회를 개최하던 지식인, 예술가, 작가, 철학자의 모임
-그룹의 남구성원은 케임브리지 대학(버지니아의 동복同腹 형제인 토비Thoby와 에드리안Adrian도 수학) 출신이고 여성은 킹스 칼리지 런던에서 수학
-구성원은 대체로 서로 친인척이거나 친구 혹은 연인 사이. 버지니아를 비롯 스티븐 4남매뿐만 아니라 버지니아의 남편과 형부 클라이브 벨(바네사의 남편)도 멤버였음
-다른 구성원으로는 버네사의 정부情夫였던 던컨 그랜트Duncan Grant(1885~1978/버네사의 막내딸 앤젤리카 벨의 친부)과 로저 프라이Roger Fry(1866~1934/미술평론가) 그 외에 작가 E. M. 포스터Edward Morgan Forster(1879~1970)과 리턴 스트레이치 그리고 경제학자 존 케인즈John Maynard Keynes(1883~1946) 등이 있었음
-멤버끼리 다자연애와 동성애를 즐겼던 블룸즈버리 그룹에 대해 도로시 파커는 "그들은 광장에서(정사각형에서in squares) 살았으며, 그룹끼리(원 안에서in circles) 그림을 그렸으며, 삼각관계의(삼각형에서in triagles) 사랑을 했다'라고 발언
-빅토리아 시대의 형식적인 관습에서 벗어나 페미니즘Feminism, 평화주의 등 혁신적이고 개방적이며 개성이 강한 근대 사상을 공유하며 자유롭고 창조적인 예술 지상주의를 지향했던 이들은 후에 각기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이루었고, 20세기 모더니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침
◇놀 하우스Knel house
-영국 잉글랜드 남동부 켄트주 세븐오스크에 위치한 대저택으로 365개의 방이 있음
-원래 16세기 캔터베리 대주교였던 토마스 부부의 저택이었으나 국왕 헨리 8세가 강탈해 증축. 후에 헨리 8세의 딸인 엘리자베스 1세가 자신의 사촌인 토마스 색빌에게 하사한 이후 쭉 색빌 가문이 소유
-19~20세기 영국은 남성 위주 한사상속제도를 실행. 이에 3대 색빌 남작의 무남독녀였던 비타는 코앞에서 눈뜨고 자신이 나고 자라 애정이 각별했던 놀을 4대 남작 작위와 함께 색빌 가문의 다른 남자 친척(숙부 혹은 사촌 또는 조카)한테 넘어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음
◇시싱허스트 캐슬Sissinghurst castle
-놀 하우스 근처에 위치한 16세기 튜더 양식 건축물(엘리자베스 1세도 방문)로 비타의 유명세와 더불어 비타 부부가 정성 들여 가꾼 정원으로도 유명
-'시싱허스트 캐슬 가든Sissinghurst castle garden'은 한 해 20만 명의 방문객이 찾아오는 관광명소
※생전 비타는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에 양가감정을 지님. 내셔널 트러스트의 활동과 지원에는 고마움을 느꼈으나 자신이 사랑하는 놀과 시싱허스트가 내셔널 트러스트의 관리를 받는 것에는 부정적. 비타 사후 놀과 시싱허스트는 내셔널 트러스트가 관리하게 됨
가계2 -버지니아는 처음에 블룸즈버리 그룹의 리턴 스트레이치Giles Lytton Strachey(1880~1932)와 약혼해다가 파혼. 버지니아와 리턴 둘 다 연애감정은 아니고, 필요에 의해 약혼한 듯
-리턴과 파혼 후 버지니아는 육체관계를 맺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상호합의 하에 블룸즈버리 그룹의 또 다른 멤버이자 유대인 사회주의자 레너드 울프Leonard Woolf(1885~1949)와 결혼
-울프 부부는 호가스 프레스Hogarth Press란 출판사를 운영하며 여러 지인의 책을 편집, 출간
-버지니아의 조카이자 버네사의 아들 쿠엔틴 벨이 버지니아의 전기를 집필
-비타는 외교관이자 정치가, 작가인 해럴드 니컬슨Harold George Nicolson(1886~1968)과 결혼. 두 사람은 50년 간 해로했는데 비타처럼 양성애자였던 해럴드는 수많은 동성 혹은 이성 애인을 둠
-비타는 해럴드와 사이에서 장남 베네틱트Benedict(애칭 벤Ben)와 차남 나이젤Nigel(어머니 비타와 그녀의 동성 애인 바이올렛 트레퓨시스Violet Tresusis의 연애편지를 보고 [어느 결혼의 초상Portrait of a Marriage]란 책을 집필, 출간)을 낳음
-비타를 비롯한 비타의 모친 빅토리아 그리고 장남 벤이 버지니아의 팬이었던 듯
저서 단편 <큐 가든Kew Gardens>|소설집 [월요일 혹은 화요일Monday or uesday]|산문집 [지난 날의 스케치Sketch of the past], [3 기니Three Guineas], [자기만의 방A Room of One's Own(페미니즘 대표작)]|소설 [출항The Voyage Out(데뷔작)], [밤과 낮Night and Day], [댈러웨이 부인Mrs. Dalloway(의식의 흐름 기법)], [등대로To the Lighthouse], [플러쉬Flushh], [파도Wave], [세월The Years], [제이콥의 방Jacob's Room], [막간Between the Acts(유작)] 등 -시집 [동서양의 시Pomes of West and East(첫 책)], [대지(혹은 '땅')The Land(호손든상 수상작)], 장편시 <고독Solitude>|소설 [유산(혹은 '세습재산')Heritage], [에콰도르의 유혹자Seducers in Ecuador], [다크 아일랜드Dark Island], [사라진 모든 열정(혹은 '모든 정열이 다하다')All passion Spent], [에드워드 7세 시대의 사람들(혹은 '에드워디언즈')The Edwardians(울프의 [올란도]의 답례작)], [그랜드 캐니언Grand Canyon], 소설집 [상속인The Heir] 등
-기타; 전기 [페피타Pepita(페피타는 비타의 외조모로 비타 모계 3대 이야기)]와 [몽팡시에 공주Daguhter of france: the life of Anne Marie Louise d'Oréans, duchesse de Montpensier, 1627~1693, La Grande Mademoiselle(프랑스 왕 루이 14세의 사촌)], 여행서 [테헤란으로 가는 여행자Passenger to Teheran]와 [열이틀Twelve Days] 그 외  [놀과 색빌 가문Knole and the Sackvilles], [시싱허스트: 정원의 창조Sissinghurts: The Creation of Garden] 등
※[올랜도Orlando: A Biography]; 비타를 모델로 한 소설. 16세기 엘리자베스 1세의 명으로 아름다움을 유지한 채 남성과 여성을 오가며 수백 년을 산 귀족 올랜도의 이야기. 
-비타를 모델로 해서 그런지 올랜도의 외모는 비타와 흡사하고, 비타가 그토록 원했던 놀 하우스와 비타의 연인 중 하나인 바이올렛 트레퓨시스를 모델로 한 저택과 인물이 등장
-비타의 차남 나이절 니컬슨은 [올랜도]를 "문학사상 가장 길고 매력적인 러브레터."라고 평함
-1992년 샐리 포터 감독이 틸다 스윈튼을 주연으로 영화화

◎기타 참고 서적

1. 엘로이즈 밀러Eloise Millar, 샘 조디스Sam Jordison [문학의 도시, 런던Literary London]|이정아 옮김|올댓북스|中 13章 블룸스버리와 험담꾼들; 버지니아의 가족과 친인척(그녀의 형제자매, 남편, 형부) 그리고 친구가 몸담았던 블룸스버리 클럽에 대해 언급

2. 무라카미 리코村上リコ [영국 귀족의 영애圖說英國貴族の令]|문상호 옮김|AK Trvia Book에이케이 트리비아 북|제1장 영국 귀족과 계승 제도 中 영애와 상속 문제, 색빌 남작 가의 경우&제4장 영애의 '로맨스' 中 혼약으로 가는 먼 길-비타의 경우'; 3대 색빌 웨스트 남작 가문을 둘러싼 2차례의 유산 상속 분쟁. 1차는 2대 색빌 남자의 사생아(빅토리아의 동복형제이자 비타의 외삼촌), 2차는 존 마리 스코트 경{애칭 '실리'. 비타의 모친 빅토리아와 각별한 관계로 실리는 사후 자기 재산(당시 현금 15만 파운드+가구와 미술품 평가액 35만 파운드)을 비혈연인 빅토리아에게 물려주려고 함}의 유족과 소송

 
비타와 버지니아
비타 색빌-웨스트. 20세기 초 영국의 작가이자 시싱허스트라는 대단한 정원을 만든 사람, 버지니아 울프와 짧지만 열렬한 사랑을 나누었고 그녀의 소설 《올랜도》의 모델이었던 여인. 이 책은 그 비타와 버지니아 울프, 두 사람의 삶과 사랑 그리고 그들 각자의 공간에 관한 이야기이다. 1920년대에 두 사람은 짧지만 열렬한 사랑을 나누었고, 그 친밀한 감정을 바탕으로 한 그들의 유대감은 1941년 버지니아가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언제나 비타의 귀족적인 면모를 좋아했다. “나처럼 고상한 체하는 사람에게는 500년 전의 세계에 대한 그녀의 열정을 따라가는 일이 무척 낭만적인 것으로 다가왔다. 마치 오래된 황금빛 와인처럼.”이라고 고백한 버지니아는 죽기 몇 달 전에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남편 레너드와 바네사 언니를 제외하고, 내가 진정으로 사랑했던 유일한 사람은 비타였다.”고 썼다. 전기 작가이자 영국 왕실 역사 전문가인 저자가 비타와 버지니아가 주고받은 500여 통의 편지를 비롯한 수많은 자료를 꼼꼼히 분석하여, 사랑과 우정으로 서로에게 행복과 위안을 준 두 사람의 내밀한 이야기를 아름다운 사진들과 함께 풀어냈다.
저자
세라 그리스트우드
출판
뮤진트리
출판일
2020.06.04

 1)세라 그리스트우드Sarah Gristwood [비타와 버지니아-버지니아 울프와 비타 색빌웨스트의 삶과 사랑 Vita&Virginia: The Lives and Love of Virginia Woolf and Vita Sackville]|심혜경 옮김|뮤진트리mujintree

- 책에는 비타와 버지니아 그리고 주변 인물의 흑백 사진이 많이 실렸다. 이 책은 나중에 차냐 버튼Chanya Button감독의 2018년 영화 <비타 앤 버지니아Vita and Virginia>의 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 지은이 그리스트우드는 영국 켄트주 출신의 전기 작가라고 한다. 전기 작가라는 직업과 더불어 켄트주 출신이라는 요소가 이 책을 쓰게 한 원동력이 되었을까? 이 책은 영국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국익을 위해 미적 또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토지 및 건물의 영구 보존을 촉진'한다는 목적으로 수립된 유산 보전을 위한 영국의 회원제 자선 단체로 귀족의 대저택(=컨트리 하우스Country house)과 거대한 장원莊園이나 유명인의 집이 주 대상이라고}의 지원 아래 쓰였다고 한다.

 
나, 버지니아 울프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처한 현실을 섬세하고 예리하게 포착해낸 버지니아 울프는 이후 수많은 작가에게 영향을 미치며 오늘날까지도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위대한 작가이다.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아니 에르노는 수상 소감 중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이 나의 삶을 바꾸었다”라고 말한 바 있으며, 울프가 작품 속에서 이야기하는 메시지들은 오늘날 우리가 고민하는 삶의 문제들과 여전히 맞닿아 있다. 《나, 버지니아 울프》는 평생 정신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날카로운 펜으로 남성 중심의 세계에 빛나는 발자취를 남긴 버지니아 울프의 삶을 아름다운 그림과 압축적인 글로 보여주는 그래픽 전기다. 작가 버지니아 울프가 걸어온 길뿐만 아니라 부모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딸, 다른 작가의 책을 펴내며 재미를 느꼈던 출판인, 연인과 남편을 모두 사랑한 한 여성의 모습 역시 마주할 수 있다. 울프가 지나온 삶의 장면들은 그의 수많은 명작들, 내밀한 일기와 에세이, 친구와 연인에게 쓴 편지 속 문장들로 재구성되어 독자들을 찾아온다.
저자
수사네 쿠렌달
출판
어크로스
출판일
2023.01.16

  2)수사네 쿠렌달Susanne Kuhlendahl [나, 버지니아 울프-한 사람의 인생이 모두의 이야기가 되기까지Virginia Woolf]|이상희 옮김|어크로스

- 독일 삽화가 쿠렌달이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를 수채화로 그린 전기 만화책(=그래픽 노블). 버지니아의 생애를 그리면서 버지니의 작품 구절을 자주 인용. 만화책이라 글보다는 그림이 더 많아서 책이 빨리 쉽게 술술 읽힌다.

- 편견이겠지만 독일 사람이 영국 문학 작품도 아니고 영국 소설가의 삶을 그린 게 묘하다. 유명한 독일 문호 괴테나 헤르만 헤세, 토마스 만 등의 등의 생애를 다룰 수 있었을 텐데. 역시 고정관념이지만 이상하게 독일의 유명한 여성 문인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국적을 떠나 쿠렌달은 버지니아 울프의 팬이거나 아니면 관심이 많은 듯. 차기작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올랜도]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 책 뒷장에는 버지니아의 생애 연표, 앞뒤 표지에는 인물관계도 마냥 버지니아의 주변인물(가족, 친인척, 친구, 연인, 지인)의 이름과 초상화가 있어 그녀의 생애와 인간관계에 대한 이해가 좀 더 쉬었다.

- 사족이지만 쿠렌달의 그림체는 내 취향이 아니다.

 
나의 비타, 나의 버지니아
시대를 앞서간 페미니스트 작가 버지니아 울프와 소설 ‘올랜도’의 모델 비타 색빌웨스트의 서간집 《나의 비타, 나의 버지니아》가 출간된다. 1923년부터 1941년까지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를 선별한 이 책은 기존에 다른 작품이나 일기에서 보지 못한 두 작가의 친밀한 대화와 일상이 녹아 있다. 버지니아와 비타는 1922년 12월 파티에서 처음 만난다. 이제 문단에 알려지기 시작한 버지니아와 이미 유명 작가였던 사포이스트(Sapphoist) 비타는 서로에게 강하게 끌린다. 이후 두 사람은 거의 20년간 연인이자 친구로 관계를 이어간다. 두 사람의 많은 대표작이 이 시기에 탄생하는데, 이들의 교류가 어떻게 문학작품으로 승화했는지를 편지에서 엿볼 수 있다. 특히 버지니아가 비타에게 바친 《올랜도》를 집필하면서 쓴 편지에는 비타를 향한 열정과 사랑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나의 비타, 나의 버지니아》에 담긴 두 사람의 편지는 긴 세월 친지의 죽음이나 전쟁, 사회적 사건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일상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서로를 반려견 ‘타우저’와 ‘포토’의 이름으로 사랑스럽게 부르는가 하면 비타는 자신이 가꾸는 정원 시싱허스트가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경과 세계 여행의 감상을 들려주고, 버지니아는 호가스 출판사를 운영하며 겪는 고충과 고민을 털어놓는다. 재치 넘치고 때론 도발적인 버지니아와 비타의 문장은 서로에 대한 마음의 변화를 직관적으로 드러내고, 복합적인 감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버지니아와 비타의 독특한 관계는 당시에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버지니아가 쓴 비타의 전기 소설 《올랜도》는 레드클리프 홀의 《고독의 우물》이 음란물 판정을 받는 사건과 맞물려 발표되면서 《등대로》보다 더 많은 판매 부수를 기록했다. 비타는 외교관 해럴드 니컬슨과 결혼했지만 동성 애인들과의 연애로 화제가 되었다. 비타의 아들 나이젤 니컬슨이 쓴 《어느 결혼의 초상》에서는 전통적인 결혼 관습에서 벗어난 비타 부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버지니아와 비타의 이야기는 1992년 아일린 앳킨스의 연극 《비타와 버지니아》로, 2018년 동명의 영화로 개봉되는 등 현재까지도 관심을 받고 있다. 20여 년간 두 사람이 나눴던 사적 기록은 그 자체로 문학이자 문학사이다. 이 기록을 담은 《나의 비타, 나의 버지니아》는 모더니스트로, 페미니스트로 한정돼 조명하던 두 작가의 생애와 작품을 좀 더 폭넓게 바라보고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나아가 국내에서는 《올랜도》의 매력적인 인물로만 소개되었던 비타 색빌웨스트의 삶과 작품을 조명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저자
버지니아 울프, 비타 색빌웨스트
출판
큐큐(QQ)
출판일
2022.08.20

 3)[나의 비타, 나의 버지니아-버지니아 울프와 비타 색빌웨스트 서간집 1923~1941The Letters of Vita Sackville-West to Virginia Woolf]|박하연 옮김|큐큐QQ

- 옮긴이 박하연이 비타와 버지니아가 주고받은 편지글(Louise A. Dasalvo·Mitchell A. Leaska, Cleis Press, 1984에 출간)을 선별해 엮어낸 책. 비교적 얇은 1)(276쪽)과 달리 이 책은 1)의 2.3배가량(640쪽) 되는 분량에 표지는 두꺼운 하드커버.

- 책은 총 3장章으로 '1부 만남-1923~1925, 2부 사랑-1926~1933, 3부 우정-1934~1941' 구성. 앞서 버지니아와 비타는 강한 교감을 나누었다고 하는데 두 사람 사이에는 우정뿐만 아니라 육욕肉慾을 포함한 동성애도 있었다. 

- 1부 만남과 3부 우정보다 2부 사랑에 수록된 편지의 분량은 엄청나다. 1부에 실린 편지글은 100쪽이 채 되지 않고 3부는 100쪽을 넘는데 반해 2부는 450쪽이나 이상 되는 분량의 편지글이 실렸다. 1926~33(2부 사랑)에서 두 사람의 애정은 절정에 이르렀다가 비타의 사랑이 먼저 식어가면서 연인으로서 사랑은 퇴색되었지만 1941년 3월 버지니아가 죽기 전까지 우정은 계속되었다고 한다. 

뭐, 책 자체가 옮긴이가 영어 원문을 바탕으로 한 Cleis Press사의 책에서 선별해 엮어낸 거라고 하니 어쩌면 이 책에는 실리지 않은 비타와 버지니아가 주고받은 다른 편지가 더 있을 수도 있다.

- 옮긴이가 의도한 것인지는 영어 원문(봐도 잘 모르겠지만)을 보지 못해 장담할 수는 없지만 번역된 한국어판에서 비타와 버지니아가 주고받은 편지글의 말투, 표현방식, 호칭의 변화가 흥미롭다. 1부만 해도 두 사람은 서로 '울프 부인, 니컬슨 부인'이라 부르며 격식체로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1부 후반부터는 서로 '자기(혹은 별명)'라고 부르며 말도 놓고 말투도 보다 친근하게 바뀌었다. 서로 격식체의 편지를 주고받다가 연인이 되고, 후에 애정이 식어 친구로서의 우정으로 변하는 와중에도 버지니아보다는 비타가 쓴 편지의 글이 길었다.

또한 비타Vita는 자기가 쓴 편지글에 자기 이름의 머리글자 'V.'를 썼지만 버지니아는 그렇지 않았다. 버지니아Virginia는 작가 버지니아 울프 필명의 머리글자이자 동시에 본명인 미들네임의 머리글자였다. 비타의 V와 헷갈릴 수 있어 버지니아는 'V.'를 쓰지 않은 걸까? 어쩌면 그냥 쓰기 귀찮아서 안 썼던 건지도 모른다.

- 하도 비타 색빌웨스트라고 해서 비타가 처녀적 성姓을 고수한 건가 싶었는데. 작가로서는 색빌웨스트라는 성을 썼지만 사회인으로서는 니컬슨이라는 성으로 불렸던 듯. 1)[비타와 버지니아]에 따르면 비타는 자기를 니컬슨 부인(Lady Nicolson, Mrs. Nicolson)이라고 부르는 걸 싫어했다고 한다.

- 외교관으로 일한 남편 덕분에 비타가 편지를 보내거나 받는 주소로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미국, 페르시아(현재 이란), 이라크, 러시아 등 여러 나라가 등장. 하지만 비타의 주소로 주로 언급된 곳은 영국 잉글랜드 남동부 켄트주 세븐오스크 월드 롱반과 놀 그리고 시싱허스트다. 비타보다 해외여행을 덜한 버지니아는 런던 타비스톡 광장 52번지(블룸즈버리 그룹이 위치했던 곳 주변)와 잉글랜드 남부 서식스 로드멜의 멍크스 하우스Monks house('수도사의 집'이란 뜻) 주소가 주로 나왔다.

- 사족으로 비타가 주고받은 편지글 중 버지니아 말고도 남편 해럴드, 동성 애인 중 하나인 바이올렛 드레퓨시스(1894~1972/영국 사교계의 명사로 결혼 전 성은 케펠. 바이올렛의 모친 앨리스 케펠Alice Keppel은 영국 국왕 에드워드 7세의 마지막 정부였다고 함)와 주고받은 서신이 서간집으로 출간되었다. [Vita and Harold: The Letters of Vita Sackville-West and Harold Nicolson], [Violet to Vita: The Letters of Violet Trefusis to Vita Sackville-West 1910–1921].

 

15. 장영은 [글 쓰는 여자들의 특별한 친구-문학적 우정을 찾아서]|민음사

- 지은이는 여성의 자기 서사 특히 글 쓰는 여성에 대해 관심이 많은 문학 연구자라고 한다. 확실히 지은이의 저서에는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 [변신하는 여자들] 같은 분류의 책이 많았다. 2020년 6월~2021년 12월 민음사 출판사의 격월간 문예지 <릿터>에 '여성, 우정을 발명하다'란 제목의 연재글을 엮은 듯. 

총 2부로 구성된 책에서 등장 분량이 많은 이는 3장章을 차지한 영국 작가 버지니아 울프였고, 프랑스 작가 시몬 드 보부아르와 독일 작가 한나 아렌트가 2장,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이 각각 1장씩 챕터를 차지했다.

- 표제는 글 쓰는 여자들이지만 울프, 보부아르, 아렌트 같은 전업 작가 외에도 기자 서적상과 출판업자, 학자(인류학, 철학), 음악가(작곡가, 피아니스트), 사진작가, 화가, 패션 디자이너 그리고 후원자 등 본업이 작가가 아닌 여성들의 글과 그들의 연대와 우정 이야기도 나온다.

- 사실 울프, 보부아르, 아렌트, 비타 색빌웨스트, 페기 구겐하임과 코코 샤넬 그리고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외 나머지 사람들은 잘 몰랐다. 다만 인물의 이름은 몰랐어도 그들이 남긴 것 중에는 1번쯤은 들어본 것들이 있기는 했다. 바로 책 [국화와 칼-일본 문화의 틀 The Chrysanthemum and the Sword ]과 프랑스 파리에 있는 영어 서적 전문 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Shakespeare and Company(Shakespeare&Co)다. [국화와 칼]의 저자는 미국의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Ruth Fulton Benedict(1887~1948)이고,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창립자는 미국인 실비아 비치Sylvia Beach(1921~62)다. 

- 위 사람들 말고 인상 깊었던 또 다른 사람으로는 수많은 예술가의 모델이자 후원가로 코코 샤넬의 친구였던 파리 사교계의 명사 미시아 세르Misia Sert(1872~1950/피아니스트). 같은 시대를 살지 않아서 직접 대면한 적은 없었지만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1906~75)가 "100년 동안 죽은 듯이 있었지만 나의 가장 절친한 친구."라고 말한 라헬 파른하겐Rahel Varnhagen(1771~1833)가 있다. 아렌트는 [라헬 파른하겐: 어느 유대인 유성의 삶The Life of a Jewess Rahel Varnhagen]이란 책을 집필하면서 파른하겐이 지닌 '독일에 살았던 유대계 여성'이라는 정체성과 소외감에 동질감과 친밀함을 느꼈던 모양이다.

- 그 외에 인상 깊었던 사람들은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1908~86)와 관련된 인물로 시몬의 여동생 엘렌 드 보부아르와 시몬과 동시대를 살았던 여성 시몬 베유였다. 보부아르의 장에는 두 사람의 시몬 베유가 나오는데 1명은 보부아르 또래의 철학자이자 사상가 Simone Weil(1909~43), 다른 1명은 1975년 1월 '프랑스 여성의 임신 중단권을 보장(낙태 합법화)'하는 베유법의 주창자이자 보건부 장관을 역임했던 Simone Veil(1927~2017)이다.

그리고 보부아르 관련 인상 깊었던 또 하나의 인물로는 바로 작가 비올레트 르뒤크Violette Leduc(1907~72)가 있다. 르뒤크와 보부아르의 이야기는 2013년에 프랑스 마르탱 프로보스트Martin Provost 감독이 <바이올렛: 그녀의 뜨거운 삶Violette(엠마뉴엘 드보스Emmanuelle Devos, 상드린 키베를랭Sandrine Kiberlain 출연)> 영화화했다.

- 팟캐스터 김하나가 이 책의 추천사를 섰는데 추천사 첫 문장이 "여자들에게도 우정이 있습니까?"란 말로 시작된다. 이 말은 김하나가 어느 커다란 강연장에서 강연할 때 당시 청일점靑一點이었던 남성 진행자한테 받았던 질문이라고... 이 질문을 실언失言이라고 생각한 김하나는 당시 진행자에게 한소리 했다고 한다. 김하나가 겪은 이야기를 보면서 문득 그럼 "남자들에게도 사랑이 있습니까?"란 말이 떠올랐다. 밑줄 친 사랑은 동성애만을 가리키지 않고 가족애, 동료애, 사제지간의 정 같은 것을 포함한다. 

고대 그리스의 사랑 분류법에 따르면 아가페agapē(거룩하고 헌신적이며 무조건적인 사랑, 박애와 자연애)까지는 아니더라도 에로스Ἔρως(연애, 성애性愛)와 스토르게'στοργή(부모자식 사이의 사랑), 필리아φιλία(형제애와 자매애 같은 가족애, 친구와 우정, 전우애 등)을 포함하는 사랑 말이다. 한국식으로 한다면 정情(오리온 초코파이 광고에 나온 그 정)이라고나 할까.

주관으로 남자 진행자가 김하나에게 한 질문은 진행자 본인의 고의나 악의는 없었을지 몰라도 얼핏 들으면 "여자들한테 정과 의리義理가 있냐?"는 비아냥이 될 수도 있는 굉장히 무례한 질문이었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사랑(우정, 친애, 의리, 정)이 존재한다. 우정과 의리는 남성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나이, 성별을 떠나 끈끈한 연대를 자랑하며 오랫동안 서로의 애정을 유지하고 의리를 지키는 사람들도 많다. 뭐, 반대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의리와 우정, 헌신을 하찮게 여기며 멀리 내다 버린 비정한 파렴치한도 있기는 하지만. 단, 그것은 성별이나 연령의 문제가 아니고 그 사람 자체의 문제다.

 cf>여자들의 우정과 의리 그리고 연대를 다른 영상물; 미국 리들리 스콧Ridley Scott 감독의 1991년 영화 <델마와 루이스Thelma&Louise(수잔 서랜드Susan Sarandon, 지나 데이비스Geena Davis 출연)>, 오기가미 나오코荻上直子(おぎがみなおこ) 감독의 2006년 영화 <카모메 식당かもめ食堂{고바야시 사토미小林聡美(こばやしさとみ), 가타기리 하이리片桐由美(かたぎりはいり), 모타이 마사코罇真佐子(もたいまさこ)}>, 박찬욱 감독의 2016년 영화 <아가씨(김민희, 김태리)>, 민규동 감독의 2018년 영화 <허스토리Herstroy(김희애, 김해숙, 문숙, 예수정, 이용녀)>, 프랑스 셀린 시아마 Céline Sciamma감독의  2019년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Portrait de la jeune fille en feu(아델 에넬Adèle Haenel, 노에미 메를랑Noémie Merlant)>, 이종필 감독의 2020년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고아성, 이솜, 박혜수)> 등

- 근래 버지니아 울프와 비타 색빌웨스트의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어쩐지 이 책에도 눈길이 갔다. 앞서 이 책은 버지니아 울프한테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고 했는데 버지니아 울프의 특별한 친구로는 비타 색빌웨스트 말고도 캐서린 맨스필드, 에설 스미스 그리고 버지니아의 남편 레너드 울프가 각각 비중 있게 나온다. 버지니아 울프 장에서는 버지니아 울프 본인과 해당 인물들의 회고록이나 저서가 실렸는데 그중에는 위 14의 1)과 3)도 있었다.

사실 지은이 장영은이 버지니아 울프 장에서 가장 많이 참고한 것은 허마이오니 리의 [버지니아 울프-존재의 순간들, 광기를 넘어서(정명희 옮김/책세상)]와 루이즈 디살보의 <동성애의 불꽃(from [위대한 예술가 커플의 10가지 이야기]/휘트니 체드윅, 이자벨 드 쿠티브론 엮음/최순희 옮김/푸른숲)> 그리고 조지 스페이터, 이안(혹은 아이언) 파슨즈의 [누가 사랑을 두려워하랴-버지니아 울프의 생애(류자효 옮김/모음사)]와 [나의 사랑 버지니아 울프(한영탁 옮김/동문출판사)]였다.

- 이 책은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야기 주인공 본인의 저서는 물론 다른 사람들의 저작물을 많이 참고했다. 실제로 책 뒷부분에 미주로 해당 인물 본인이나 그들 주변 인물의 회고록이나 그들의 창작물 혹은 해당 인물들의 연구한 2차 저작물의 출처가 수록되어 있다.

- 지은이는 한국인이지만 책 본문에서 소개하는 이들은 죄다 서양인이다. 그나마 프롤로그(머리말)와 에필로드(맺음말)에 박경리와 그녀의 고교동창 최혜순, 박완서, 화가 천경자, 수녀 이해인이 잠깐 언급되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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