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반지수; 정해진 목적 없이 발길 닿는 대로 아무 데나 산책하는 것을 즐기는 지은이는 다수의 책 표지 작업과 영화 포스터, 만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림 작업을 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애니메이터이다.
ex>지은이가 표지를 그린 책: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 황보름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구병모의 [위저드 베이커리], 오가와 이토의 [달팽이 식당], 김지혜의 [책들의 부엌], 가토 켄의 [여기는 커스터드, 특별한 도시락을 팝니다], 가와카미 데쓰야의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미우라 시온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등
※반지수 블로그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 저자
- 반지수
- 출판
- 위즈덤하우스
- 출판일
- 2021.12.01
1)[보통의 것이 좋아-나만의 보폭으로 걷기, 작고 소중한 행복을 놓치지 말기]|위즈덤하우스
- 지은이가 그린 책 표지 그림을 보면 인물보다는 주변 배경(특히 건물)이 두드러지는데 이 책은 대놓고 인물이 아닌 풍경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그림 수필집이다. 지은이가 그린 그림은 보통 사람들의 평온한 일상 풍경이라 주변 환경뿐만 아니라 사람도 있다. 그런데 배경 없이 인물만 그려진 그림은 희한하게도 대부분 뒷모습이었다.
- 지은이는 인구 5만의 소도시 경북 예천군 출신으로 대학 입학을 계기로 서울로 올라왔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전공은 미술이 아닌 정치외교학으로 대학에서 교양 과목으로 미술 수업을 들었을지언정 정식으로 미술 수업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지은이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한 것은 서울에 있을 때부터여서 그런지 이 책에 실린 풍경 그림의 장소 대부분이 서울이다.
ex>경의선 숲길, 후암동, 성산동, 염리동, 남산, 불광천, 연남동(지은이가 결혼 후 이사해서 그런지 연남동의 단골주점 요코쵸는 이 책에서 2번이나 등장. 그리고 지은이 남편이 운영하는 일본 라멘가게 사루카메도 연남동이 있다고) 등
서울 말고 지은이가 그린 장소로는 제주도와 일본 도쿄의 고서점 거리 진보초가 있으며 사진작가 MAZECT와 협업한 작품도 실렸다. 같은 장소의 풍경을 지은이는 그림으로 그리고 MAZECT는 사진으로 찍었다.
- 고양이 2마리를 키우는 지은이는 고양이를 주제로 한 그림만 따로 그리기도 했다. 고양이뿐만 아니라 지은이는 예스러운 주택, 상가 혹은 고층빌딩 같은 건물을 많이 그리기도 하지만 녹음이 우거진 초록 나무와 꽃 같은 식물 그리고 그냥 길도 많이 그렸다.
- 책에 '볕뉘'라는 낱말이 나왔다. 지은이는 나무 사이로 새어 나오는 햇볕이나 나뭇잎 그림자 사이의 빛을 표현하는 말을 찾다가 볕뉘라는 말을 알았다고 한다. 어학사전에서 볕뉘는 '①작은 틈을 통하여 잠시 비치는 햇볕, ②그늘진 곳에 비치는 조그마한 햇볕의 기운, ③다른 사람으로부터 받는 보살핌이나 보호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 저자
- 반지수
- 출판
- 정은문고
- 출판일
- 2024.02.29
2)[반지수의 책그림-베스트셀러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정은문고
- 책, 독서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과 경험을 이야기한다. 크게 1, 2부로 나누어지는데 1부는 지은이 자신이 읽은 책, 2부는 지은이 자신이 그림을 그린, 표지 작업을 한 책 위주다. 지은이 자신은 여백 없이 화려하게 꽉 찬 표지그림을 많이 그리지만 정작 좋아하는 표지 취향은 여백이 많고 화려하지 않으며 제목이 작고 글씨체는 독특하지 않은 거라고 한다. 덧붙여 표지그림 자체도 본인이 작업하는 것과 달리 진지하고 차분한 그림이 좋다고. 지은이는 그림 대신 사진을 표지로 쓰는 마음산책 출판사의 표지 디자인을 좋아한다고 한다.
- 지은이의 독서 취향도 인문이나 철학(마르크스, 프로이트, 하이데거, 니체), 정치사회, 예술(Art 화집, 그림책) 그리고 소설은 순수문학인데 표지 작업을 하는 책들은 지은이 본인의 독서 취향과 다른 드라마, 테마소설, 성장소설 그리고 일본문학(잔잔한 분위기의 치유계 소설)이라고 한다.
앞서 말한 지은이의 독서 취향 중 하나로 감독들이 직접 쓴 글이나 인터뷰집도 있다. 남편의 영향은 아니겠지만(지은이 남편은 라멘이 좋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일본으로 유학, 수련을 떠났고 현재 라멘 가게를 운영 중. 그래서 그런지 남편이 일본어를 잘한다고 하며 지은이의 목표 중 하나가 일본어 공부라고) 일본 감독이나 작가(그림책, 소설) 관련 책이 많이 언급된다.
ex>기타노 다케시, 구로사와 아키라, 고레에다 히로카즈, 미야자기 하야오 등(한국 감독으로는 박찬욱, 일본 아닌 외국 감독 이름도 나오기는 했다)
- 지은이는 정규 미술 수업을 받지 못하고 뒤늦게 그림일에 뛰어든 것을 꽤 신경 쓰는 것 같았다. 지은이는 그림이 업業인 것도 있고 출판사에 다니는 친구 때문에 그림책에도 흥미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지은이가 즐겨 보는 블로그 '그림책, 식물, 그리고 그린핑거(☞그림책, 식물, 그리고 그린핑거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는 북유럽 아동문학, 일본의 그림책과 그림책의 역사를 소개하는 곳이라고 한다.
ex>고미 타로, 니시무라 시게오, 히구치 유코, 하야시 아키코, 오가모토 요시로 등
그 밖에도 지은이가 읽었던 책 중 최혜진의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그리고 일본 후쿠인칸쇼텐 어머니의 벗이 엮은 [그림책 작가의 작업실]이 나왔는데 개인적으로 읽었던 책이라 어쩐지 반가웠다. 다만 개인적으로 작가들의 작업실과 작업 도구 쪽을 보는 데에 흥미를 느낀 것과 달리 지은이는 해당 그림책 작가들의 화풍이나 작품 성향에 관해서 관심을 보였다.
- 앞서 지은이가 그림책에 흥미를 갖게 된 계기 중 하나가 출판사에 다니는 친구라고 했는데 그 친구의 영향으로 지은이는 책은 사는 거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비록 사다 놓은 책을 다 읽지 못하고 혹은 아예 책장을 펼치지 못하더라도 일단 사서 쟁여두는 형태지만.
책이라는 게 물리적 형태와 부피가 있다 보니 지은이는 책장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기존 기성품 책장은 지은이 취향과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서 지은이는 여기저기 손품, 발품을 팔아 도잠이라는 가구 공방에서 맞춤 책장을 구매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도잠 말고 비초에라는 곳의 책장에도 눈길이 간다고.
유명 가구 브랜드 이케아의 책장도 사기는 했는데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고 한다. 지은이 취향이나 기준에 맞지 않을뿐더러 선반이 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이케아 책장은 별로지만 책이 늘어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샀다고.
개인적으로 이케아에 너무 열광하는 것 같다. 아니, 이케아가 제일 대중적이라서 그런가? 품질은 둘째치고 맥도널드나 스타벅스처럼 세계 여기저기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가구 회사가 이케아다 보니 주변에서도 어쩔 수 없이 이케아 제품을 사는 걸지도...
- 여느 아이들처럼 지은이는 어린 시절 만화잡지(순정만화 <파티>, 오빠가 봐서 같이 봤다는 소년만화 <점프>)를 즐겨 보다가 어느 순간 만화 대신 '해리 포터'나 '빨강머리 앤' 시리즈를 즐겨 봤다고 한다. 지은이가 인상 깊고 재미있게 읽은 소설로는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20세기 프랑스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이 모델)]과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이라고 한다. 소설은 아니지만 일본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丸山健二(まるやまけんじ/1943~)의 수필집을 읽는 것도 좋아한다고 한다.
- 1)보다 지은이 개인의 가정사에 대해서 좀 더 언급.
ex>부모의 이혼, 부친을 따라 조모와 생활, 노래방 도우미와 바람난 남자친구, 식을 올리지 않은 결혼 등
- 어린 시절 만화가를 꿈꾸고 현재 그림 그리는 일을 해서 그런지 지은이는 만화책 작업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만화가 마영신(이름 봐서는 여자 같았는데 실제로는 남자라고)이 글을 쓰고, 지은이가 그림을 그린 두 사람의 합작만화 [너의 인스타-마당 있는 집에서 살아볼래?]. 마영신 작가의 만화는 현실성 짙은 사회만화라는데 [너의 인스타]는 그런 마영신의 작품 성향과 좀 다른 듯. 줄거리는 마당 있는 집에 사는 어느 신혼부부의 소소한 일상을 다룬 거라고.
지은이는 크고 나서 만화책과 거리가 좀 멀어졌지만 최근 관심 있는 만화가를 언급. 그중 둘이 데즈카오사무문화상 대상 수상자인 타카노 후미코와 오카자키 쿄코라고 한다. 지은이 전공이 정치와 법이고 또 독서 취향인 인문철학, 정치사회라서 그런지 타카노 후미코와 오카자키 쿄코의 만화 그리고 마영신의 만화책은 거의 다 사회성이 짙다.
예외라고 하기는 뭐 하지만 지은이는 [고독한 미식가(쿠스미 마사유키 글)]의 작화를 맡은 만화가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 <산책>을 좋아한다고 한다. 구성도 구성이지만 지은이 본인이 산책하는 걸 좋아해서 이 만화도 좋아한다고. 당연히 [월든]으로 유명한 19세기 미국 사상가이자 문학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산책>도 언급. 1)도 다니구치 지로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산책'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듯. 지은이는 산책과 산책문학을 좋아하는 듯하다. 산책문학 하면 개인적으로는 박태원의 단편소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이 떠오른다.
- 개인적으로 지은이의 이야기 중 애니메이터 히라타 쇼고가 그림을 그렸다는 '교원 애니메이션 세계명작동화' 시리즈와 디자이너 호리우치 세이지 [그림책의 세계, 110인의 일러스트레이터]가 인상 깊었다.
- 저자
- 사쿠라이 미나
- 출판
- 빈페이지
- 출판일
- 2024.01.20
2. 사쿠라이 미나桜井美奈 [오늘, 가족이 되었습니다]|현승희 옮김|빈페이지(시사북스)|박지현 표지그림
- 개차반 아버지로 인해 가난에 시달리며 힘들게 살아가던 여고생 가에는 어느 날 사는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순간 외할머니로부터 유산을 물려받게 된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러나 유산을 상속받으려면 '다른 상속인들과 한집에서 살아야 한다'는 조건을 따라붙는다는 것을 알게 되고, 가에는 외할머니의 집에서 3명의 어른 그리고 고양이와 동거에 들어간다. 가에와 같이 살게 된 세 사람은 가에의 이모이자 외할머니의 의붓딸, 외할머니의 친아들이나 남장여자인 외삼촌 그리고 외할머니의 6촌 자매이자 유언집행인이었다.
- 지은이는 청춘 로맨스, 서스펜스 미스터리 같은 소설을 쓰고 냈다고 하는데 이 책은 청춘 로맨스도 서스펜스 미스터리도 그렇다고 법정물도 아니지만, 가족 관련 가사법이나 재산 관련 민사법 등의 소재로 유산 상속과 유류분 그리고 채무(빚)와 미성년의 독립과 후견인 같은 법 관련 이야기가 주요 소재로 많이 나온다. 다만 일본 사례라서 한국과는 조금 상이할 수는 있다.
- 책의 옮긴이는 도쿄에서 만화를 전공한 그림쟁이 번역가라고 소개되었는데 표지그림은 옮긴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렸다.
- 저자
- 사이먼 몰리
- 출판
- 안그라픽스
- 출판일
- 2023.06.29
3. 사이먼 몰리Simon Morley [장미의 문화사By Any Other Name; A Cultural History Of The Rose]|노윤기 옮김, 김욱균(한국장미회 회장) 감수|안그라픽스
- 지은이는 영국 태생의 미술가이자 작가로 단국대학교 미술대학 조교수로 부임하면서 2010~23년 한국에서 거주한 적도 있다. 책 끝 감사의 말의 보면 지은이의 배우자는 한국인인 듯. 책의 추천사를 쓴 감수자 김욱균도 지은이와 실제로 만난 일화를 소개했다.
- 책은 원예 같은 식물학이랑 생물학뿐만 아니라 예술과 문학, 신화와 종교, 사상철학과 경제, 심리학과 기호학 그리고 상징과 역사의 관점에서 본 장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장미의 생장 특성 같은 자연과학 분야 이야기도 나오지만 그보다는 예술과 인문사회 분야 관련 이야기가 더 많다(그래서 그런지 인간 시점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특히 아시아와 유럽 같은 동서양, 다신교와 일신교의 장미 관념을 대조하는 비교인문학 관점의 이야기가 많았다.
ex>장미의 수명, 개화반복성, 원산지, 품종{원종(순종, 재래종, 야생종)vs변종(혼종, 교배종, 하이브리드)}, 형태(꽃잎의 수와 모양, 관목형, 덩굴 등), 색깔(빨강, 분홍, 노랑, 흰색 등), 고전(정원)장미vs현대 장미 등
- 한국의 태극기나 무궁화처럼 세상에는 국기國旗, 국조國鳥, 국화國花 등 나라를 상징하는 여러 상징물이 있다. 다만 어느 나라이든지 꼭 있는 국기와 달리 국조와 국화는 없는 나라도 꽤 된다. 일본 하면 벚꽃과 국화가 많이 떠오르지만 사실 일본에는 국화가 없다고 한다. 영국 역시 일본처럼 국화가 없지만 이상하게도 장미를 영국의 국화로 아는 경우가 많다.
국화는 아니지만 장미는 영국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기는 하다. 15세기 영국에서는 '장미 전쟁'이라는 내전이 일어났다. 장미 전쟁은 왕권을 두고 요크York와 랭커스터Lancaster 두 가문이 벌인 싸움을 지칭하는데 이렇게 부른 까닭은 두 가문의 상징이 모두 장미였기 때문이다. 요크는 백장미, 랭커스터는 홍장미를 문장紋章으로 썼으며, 내전이 종식되어 두 가문이 혼인 동맹을 맺어 탄생한 게 튜더Tudor 왕조(헨리 8세, 블러드 메리, 엘리자베스 1세)였다. 튜더 왕조는 요크와 랭커스터의 결합으로 탄생한 터라 왕가의 상징 역시 두 가문의 문장을 합한 장미, 일명 튜더 장미를 만들어 썼다.
사족이지만 프랑스에는 국화가 있는데 그게 대중적으로 널리 인식된 백합이 아니라 아이리스Iris, 흰 붓꽃이라고 한다. 백합이 프랑스의 국화로 여겨진 것은 튜더 왕조만큼이나 파란만장했던 부르봉Bourbon(루이 14~16세) 왕조의 상징이었기 때문에 오인했던 것 같다. 그리고 장미를 국화를 삼은 나라가 있는데 바로 미국이다. 그 때문인지 미국 백악관에는 역대 영부인이 꾸미고 가꾸는 장미원이 존재한다고 한다.
- 이 책은 제목이 한국어판과 영어 원제가 상이하다. 한국어판 제목도 책 내용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지만 영어 원제에 나온 대로 책에서는 장미의 'Name이름, 명칭, 호칭'과 관련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나라별로 장미를 부르는 호칭과 더불어 품종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그에 따른 다양한 학명 그리고 또 장미 묘목에 붙인 개인 이름 같은 고유명사와 비유적 이름 등을 붙인 명칭에 대해서 자주 말한다.
'장미와 이름'하니 이탈리아 기호학자 움베르트 에코Umberto Eco(1932~2016)가 중세 수도원을 배경으로 쓴 추리소설 [장미의 이름Il nome della rosa]이 절로 떠오른다. 인터넷을 보면 소설 집필 당시 에코는 처음에는 제목을 사건이 일어난 장소나 서술자의 이름을 따서 불렀는데 이탈리아 출판사가 고유명사가 들어간 제목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지금의 이름으로 지었다는 설이 있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사용하는 기호와 상징의 유동적인 의미를 대상화하여 향유하는 언리미티드 세시오시스Unlimited semiosis인 에코가 '한 가지 해석만을 택하기 힘든 독자들에게 생산적인 모호함을 선사'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의미를 지녀 중의적 해석이 가능한 장미를 책 제목으로 쓴 거라고 한다.
cf)"Stat Rosa pristina nomine, nomina nuda tenemus(어제의 장미는 어제의 이름일 뿐, 우리가 가진 것은 공허한 이름뿐)."
*한국 김춘수의 시 <꽃>, 영국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
♧나라별, 언어별 장미 명칭
ex1>아시아와 아메리카의 장미 명칭; 중국-薔薇창웨이(한국의 장미와 같은 한자), 玫瑰메이꿰이(매괴), 月季花유에지화(월계화)/일본-薔薇바라, バラの花바라노하나, ローズ로주/페르시아-골گل(고대어 우르다وَرْدَة/아리아 방언 '가시덤불'이란 뜻을 가진 바르드호스Vardhos), 굴гул/튀르키예-귤Gül/아메리카 토착민-오기니미나가분Oriniiminagaawanza(작은 덤불의 어머니 과일이란 뜻)
ex2>유럽의 장미 명칭; 영국&프랑스-Rose로즈, 이탈리아&스페인-Rosa로사, 독일-Rosen로젠, 러시아-Pо́за(Róza)로자 등
서양의 장미 이름에는 유독 'Ro-'가 많이 들어간다. 아니 장미와 관련한 거의 모든 것에 로Ro-가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흔히 쓰이는 '종속과목강문계'의 생물분류단계, 학명은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é(1707~78)의 이명법二名法(Binomial nomenclature)에 기반한다고 한다. 이명법은 생물의 속명과 종속명을 나란히 쓰고, 그다음에 명명자의 이름(성)을 붙이는 방식인데 라틴어가 주로 많이 쓰인다. Ro-는 그리스어 로돈Rhodon에서 파생된 라틴어 '로사Rosa'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ex3>장미군=로사시에Rosaceae, 장미 애호가=로자리안Rosarian, 장미 연구가=로돌로지스트Rhodologist
학명 말고도 장미의 이름은 꽤 주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 책에는 환금작물換金作物(시장에 내다 팔기 위한 농작물)로서 장미와 관련한 여러 사업에 대해서도 소개하는데 향수와 향료, 오일 같은 화장품이나 약용으로 쓰이는 의약품, 식품 심지어 명품 의류 브랜드와 합작으로도 장미가 쓰이지만, 주 수익원은 관상용 화훼와 원예 묘목 그리고 기념일(조문이나 추도용으로도 쓰이지만 특히 밸런타인데이 같은 연애나 사랑, 축하용 등)의 절화 장미 등이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장미 묘목에 이름을 붙이는 산업이 꽤 흥한다는 점이다. 마치 새로운 별을 발견했을 때 그 별에 발견자와 관련한 이름을 붙이는 것처럼 신품종 장미 묘목에 특정인(유명인일 수도 있지만 별로 유명하지 않은 일반인일 수도 있다)의 이름을 붙이는 산업의 수익성이 꽤 좋다고 한다. 이 산업은 근대의 부유층이 장미 묘목에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사람의 이름을 붙여 기념하는 것에서 시작되어 지금도 돈을 주고 이름을 붙이는 산업으로 발달하게 된다.
이 산업의 발달은 화훼업자와 육종가가 유전학의 발전으로 인공 교배를 통해 다양한 수많은 장미를 탄생시키며 신품종 장미에 대한 특허와 저작권을 취득, 등록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현재 장미의 작명(이름 짓기), 식물명명(命名) 규약은 ICRA라는 국제품종등록기구International Cultivar Registration Authority가 관리한다고 한다. 이는 신품종 식물에 대한 특허와 그 식물의 이름에 대한 저작권을 ICRA에서 관리한다는 말이다.
- 기묘하게도 세상은 동물, 특히 곰과 사자 같은 맹수는 남자, 여자를 식물로 비유하는 경향이 짙다. 동양도 음양陰陽 사상을 비롯해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으로 비유하는 경향이 있다{음양 사상은 남자=양(해, 빛, 낮), 여자=음(달, 어둠, 밤)}. 아니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성은 하늘, 여성은 땅으로 공통으로 비유한다. 많은 사람이 장미를 '꽃의 여왕'으로 비유하지 '꽃의 왕'이라고 일컫지 않는다. 그에 반해 사자는 '백수百獸의 여왕'이 아닌 '백수의 왕'으로 부르고.
이런 경향 때문인지 장미는 주로 여성에 비유한다. 책에서는 다신교와 일신교의 장미를 비교하는데 둘 다 여성, 여신에 비유해 비교한다. 다신교(일신교에 따르면 이교도)의 장미는 여신들의 상징으로 여겨지는데 그 여신 대부분이 대지모신大地母神, 일명 마그나 마테르Magna mater로 묘사된다. 보통 대지모신하면 그리스의 가이아가 먼저 떠오르는데 이 책은 가이아 말고 바빌로니아의 이슈타르, 이집트의 이시스, 그리스의 레아(=로마의 키벨레)를 언급.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장미와 관련한 다신교의 대표 여신은 그리스의 아프로디테Aphrodite, 로마의 비너스이다(실제로 아프로디테를 상징하는 꽃 중에 장미가 있다). 아프로디테 하면 주로 미와 사랑을 주관한다는 인식이 강한데 책에서는 아프로디테를 무력을 가진 전사의 여신으로 보기도 한다. 아프로디테는 자신을 숭배하는 자에게는 보상, 기만하는 자에게는 확실하게 보복하는 여신이라고 한다.
다신교의 여신, 특히 아프로디테는 에로틱한 관능과 욕망, 쾌락을 관장하여 일신교, 특히 기독교 관점에서는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성적으로 방탕한 타락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사실 아프로디테를 비롯한 다신교의 여신들은 다양한 모호함을 갖추었을 뿐 악惡은 아니다. 앞서 말한 관능과 쾌락, 열정과 연관이 깊은 아프로디테이다 보니 술의 신 디오니소스(로마 바쿠스)와 엮어 절제하지 않은 인간의 욕망(애욕, 정욕)과 본능, 특히 성性과 폭력이라는 불안정한 힘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아프로디테가 지닌 양면적 특성(자웅동체)에 대해 우라니아 Οὐρανία(Urania)와 판데모스πᾶνδῆμος(Pandémos)라고 비유해 설명한다. 우라니아와 판데모스는 모두 아프로디테의 별칭(우라니아는 9명의 뮤즈 중 천문을 관장하는 여신의 이름이기도 함)인데 우라니아가 영적으로 이상화된 플라토닉한 사랑을, 판데모스는 관능적 욕정과 정욕, 갈망 그리고 인간의 과도한 욕구를 가리킨다고 한다. 좀 더 쉽게 말해 우라니아가 거룩하고 긍정적인 느낌이라면 판데모스는 세속적이고 부정적인 느낌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대역병大疫病을 팬데믹Pandemic이라고 일컫는데 이는 판데모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1856~1939)는 우라니아를 슈퍼에고Super ego(초자아), 판데모스를 리비도Libido(성욕)으로 치환해 설명했다.
스위스의 분석심리학자 칼 구스타브 융Carl Gustav Jung(1875~1961)은 자신의 원형이론Archetyp theory에 따라 여성, 대지모신에 대한 범주를 넷으로 나누었다. ①성적 행위의 대상이자 수태를 위한 대지의 여성 이브Eve, ②에로스가 지향하는 이상화된 성적 사랑, 낭만적 사랑을 뜻하는 달의 여인 루나Luna(달과 사냥의 신인 그리스 아르테미스=로마 다이애나도 위에서 말한 이교도 여신의 장미와 관련이 있다), ③②를 초월한 영적으로 고양된 거룩한 정신의 동정녀Divine virgin ④③을 초월한 신비로운 모습의 영묘한 사랑을 의인화한 성모Mother of God. *아니마Anima(라틴어로 '영혼'을 뜻함. 남성의 무의식 인격의 여성적 측면)&아니무스Animus(여성의 무의식 인격의 남성적 측면)
- 앞서 말한 대로 다신교와 일신교의 장미는 그 특성과 의미가 판이하다. 관능과 욕망, 열정을 나타내던 다신교 여신의 장미는 일신교(이슬람교와 개신교도 포함되지만), 특히 기독교에서 모성과 자애, 순결과 정숙, 고귀함을 뜻하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어찌 보면 다신교의 장미와 일신교의 장미는 서로 반대되는 성향을 지닌다. 주관으로 다신교 여신의 장미가 자유로운 데 반해 일신교 성모의 장미는 좀 답답, 억압된 느낌이다.
서양의 중세기(5~15세기)는 암흑시대Dark age라고도 불리는데 그때가 문명적으로 퇴보를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서양의 중세는 문명적으로 퇴보했다기보다 특정 권력인 종교, 교회의 힘이 너무 강했을 뿐이다. 이런 권력의 쏠림 현상은 비단 중세 서양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10세기 전후는 왕후귀족(부족장, 양반사대부, 사무라이 등) 등 일부 권력층에게 힘이 너무 몰려 있기는 했었다. 다만 중세 서양은 순결과 금욕의 기치 아래 자유연애를 죄로 여겨 이를 너무 심하게 억압하게 문제였지 싶다(뭐, 그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였지만).
- 장미는 감상주의, 낭만주의와 연관이 깊다. 13세기 유럽에서는 중세 궁전 로맨스, 이른바 로망Roman이 유행했다. 로망의 중점은 기사도 로맨스였는데 여기에 장미 설화(혹은 장미 로맨스)가 곁들여졌다. 가시 울타리가 둘러친 들장미 덤불The briar wood를 주제로 한 장미 설화는 샤를 페로의 '잠자는 숲속의 공주(혹은 미녀) Sleeping Beauty(프랑스어로는 La Belle au Bois dormant라 벨 로 부아 도르망)'로 익숙한 이야기의 원형이기도 하다. 이런 장미의 감상주의와 낭만주의는 18~20세기 모더니즘 문학에도 영향을 끼쳤다. 책에서 모더니스트 문학가들이 상업화된 대중문학 속 언어의 타락과 순수함의 회복을 장미와 연관지어 표현했다고 한다.
ex1>영국 라파엘 전파 화가 에드워드 번 존스Edward Coley Burne-Jones(1833~98|고대 그리스 신화나 중세 기독교 설화 및 제프리 초서의 영시를 주제로 삼은 그림을 많이 그림)의 '들장미 전설The Legend of Briar Rose' 연작 그림
ex2>오스카 와일드의 단편소설 <나이팅게일과 장미The Nightingale and the Rose>, W. B. 예이츠의 시 <비밀의 장미The Secret Rose>,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집 [장미Les Rose], D. H. 로런스의 장미 시 <디종의 영광Golire de Dijoin>,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젊은 예술가의 초상A Portrait of the Artist as a Young Man], T. S. 엘리엇의 시 등
장미와 연관된 작품
1. 일본; 피치핏의 만화 [로젠 메이든ローゼンメイデン], 이케다 리요코의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ベルサイユのばら], 콘노 오유키의 라이트 노벨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ベルサイユのばら], 비파파스ビーパパス의 TV애니메이션 <소녀혁명 우테나 少女革命ウテナ >
2. 미국; 케빈 스페이스, 아네트 베닝 주연의 영화 <아메리카 뷰티American Beauty>, 밀라 요보비치 주연의 영화 <파라다이스 힐스Paradise Hills>
3. 기타; 프랑스 에디트 피아프Edith Piaf(1915~63)의 샹송 <라비앙로즈La Vie En Rose(장밋빛 인생)>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éry(1900~44)의 소설 [어린 왕자Le Petit Prince], 유럽 설화 '미녀와 야수', 7세기 신라시대 설총의 '화왕계花王戒' 설화 등
- 하도 서양, 유럽과 장미를 관련지어 그런지 장미의 원산지가 유럽이라고 인식했는데 사실 장미의 원산지는 근동, 아시아라고 한다. 현대 장미 대부분은 중국에서 들여온 부모종과 교배한 거라고. 한국에도 야생 들장미로 분류되는 꽃이 있는데 바로 찔레꽃과 해당화라고 해서 놀라웠다. 찔레꽃과 해당화는 장미랑 다른 종인 줄 알았는데 린네의 생물분류체계에 따르면 사과, 배, 딸기도 장미과인 로사시에에 속한다고 한다... 빨강, 분홍이 우세인 서양 장미와 달리 중국의 장미는 노랑, 살구, 연보라 등 장미의 색이 보다 더 다양하다고 한다.
*로사 알바Rosa alba(알바Alba는 라틴어로 '흰색'을 뜻함)
식물인 장미와 별개로 인간의 역사에서 장미는 근대 제국주의의 전리품 중에 하나라고 한다. 영국이 자랑하는 큐왕립식물원Royal Botanic Gardens, Kew 그리고 영국의 왕립원예협회Royal Horticultural Society(RHS)와 보태니컬 드로잉Botanical Drawing(식물세밀화)의 탄생과 발달이 다 제국주의 식물학자의 수집욕에서 비롯된 거라고 한다. 식물원, 원예협회, 보태니컬 드로잉과 별개로 서양의 정원은 고대 로마의 정원사와 페르시아의 장식용 정원 문화에 영향을 어느 정도 받은 모양이다. 때때로 식용 채소를 위한 텃밭도 정원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책에서 나온 정원의 한 예로는 20세기 영국 비타 색빌웨스트의 시싱허스트가 나왔다.
-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여기는 인간은 동물 중에서 인간이 제일 잘났고, 식물이 동물보다 뒤떨어진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식물에는 뇌가 없어 동물보다 열등하다고 여기는데 사실 식물은 뇌가 없을 뿐이지 지능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책에서 식물의 지능은 동물처럼 집중적인 경향이 아닌 확산적인 경향이지만 신경의 전기신호를 통해 생각한다고 한다. 동물처럼 뇌가 없기에 식물은 크게 다칠 수는 있지만 뇌사腦死는 없다고 한다.
- 김별아의 역사소설 [미실]에서인가? "아름다움(美)은 힘(권력)이다(실제로 인터넷에 이 말을 검색하면 루바토출판사가 출간한 자기계발서가 나오는데 '아름다움의 힘'에 관한 명언들을 모아 영문과 번역문을 함께 실었다고 함)." 장미가 화장품뿐만 아니라 의약품이나 식품으로서 역할도 하지만 장미 하면 실용적인 쓰임이 그다지 떠오르지 않는다. 귀여움이라는 무기로 인간의 애정과 보호를 받는 자이언트 판다처럼 장미 역시 아름다움으로 인간의 관심을 받아 생존한 느낌이 짙다.
- 저자
- 박영희
- 출판
- 봄날에
- 출판일
- 2022.09.01
4. 박영희 [고딕 픽션-섬뜩하고 달콤한 로맨스(18~19세기)]|봄날에
- 제목처럼 18~19세기 서양 유럽(영미권 위주이기는 하나 프랑스 소설도 있다) 고딕소설 24편의 작품 줄거리와 등장인물 그리고 작가를 소개한다. 고딕소설Gothic fiction은 중세 건축물이 주는 폐허 분위기에서 비롯된 명칭으로 불가사의하고 초자연적인 사건을 통해 잔인하고 기괴한 공포와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유럽 낭만주의 소설 양식의 하나라고 한다.
악마, 마법사, 저주, 흡혈귀 같은 근현대 관점에서 비합리·비과학·초현실적인 현상을 주로 다루는 고딕소설은 특히 18~19세기에 크게 유행했는데 이런 성향의 고딕소설이 유행한 까닭은 '이성의 세기Age of Reason'로 불리던 근대 서양의 합리주의 사상의 강력한 영향(통제와 억압)에 대한 반동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고딕소설은 중세 배경을 주로 활용한다고 하지만 주관으로는 중세보다는 중세와 근대 사이 과도기적 혼란에서 비롯된 기묘한 분위기를 기반으로 한 듯싶다.
21세기에 이르러서는 이제 하나의 특정 장르로도 분류되지 않는 고딕소설이지만, 현대의 초현실적인 음울하고 기이한 상황을 다룬 오컬트 위주 공포물, 권모술수 같은 모략과 범죄가 판치는 미스터리나 서스펜스 장르 등 인간의 섬뜩하고 무시무시한 이상 심리상태와 오싹하고 무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작품들이 '고딕소설스러운 느낌'을 풍기는 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
- 책에는 최초의 고딕 소설로 평가받는 호레이스 월폴Horace Walpole(1717~97)의 [오트란토 성Castle of Otranto]을 시작으로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1809~49)의 <어셔가의 몰락The Fall of the House of Usher>, 너새니얼 호손Nathaniel Hawthorne(1804~64)의 [일곱 박공의 집 The House of the Seven Gables], 에밀리 브론테Emily Bronte(1818~48)의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R. L.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1850~94)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 헨리 제임스Henry James(1843~1916)의 [나사의 회전The Turn of the Screw],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1854~1900)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The Picture of Dorian Gray] 등이 실렸다.
- 재미있는 건 책에 실린 존 윌리엄 폴리도리John William Polidori(1795~1821)의 <뱀파이어Vampire>와 메리 셸리Mary Shelley(1797~1852)의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이 모두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이야기의 뼈대가 마련되었다는 점이다. 폴리도리와 셸리 부부 그리고 조지 바이런이 참석한 1816년 여름 소모임에서 4인은 심심풀이로 창작 괴담을 이야기했는데 이때 한 이야기를 기반으로 살을 붙여 탄생한 게 바로 소설 <뱀파이어>와 [프랑켄슈타인]이다.
- 앞서 고딕소설 하면 사악한 마법이나 악령, 괴물 같은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데 특히나 흡혈귀를 소재로 한 이야기가 많은 듯하다. 이 책에서는 앞서 말한 폴리도리의 <뱀파이어>는 물론 조지프 셰리든 레 파뉴Joseph Sheridan Le Fanu(1814~73)의 <카르밀라Carmilla>, 브램 스토커Bram Stoker(1847~1912)의 [드라큘라Dracula] 등 흡혈귀를 소재로 한 작품이 3개나 실렸다.
- 책에는 대체로 작가 1명당 작품 하나가 실렸으나 한 작가의 작품이 여럿 실린 때도 있었다. 2작품 이상 실린 작가로는 샬롯 브론테Charlotte Bronte(1816~55), 윌키 콜린스William Wilkie Collins(1824~89) 그리고 앤 래드클리프Ann Radcliffe(1764~1823)가 있는데 이 중 래드클리프의 작품은 3개로 최다다.
- 책에 실린 고딕소설 중 의외는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Jane Eyre], H. W. 웰스Herbert George Wells(1866~1946)의 [모로 박사의 섬The Island of Doctor Moreau], 빅토르 위고Victor Hugo(1802~85)의 [파리의 노트르담Notre-Dame de Paris(노트르담 드 파리 혹은 노트르담의 꼽추)] 그리고 제인 오스틴Jane Austen(1775~1817)의 [노생거 사원Northanger Abbey]이다. 전반적으로 음울하고 무서운 분위기를 담는 고딕소설은 모략이 판치는 작품, 추리소설과도 연관이 깊다. 여기 나온 고딕소설 대부분이 악당들이 막대한 재산과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면 주인공들이 그것을 파헤치는 형식이다.
셸리의 [프랑켄슈타인]과 웰스의 [모로 박사의 섬]처럼 SF 이야기가 고딕소설로 분류되는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제인 에어]나 [노생거 사원]이 고딕소설로 분류되는 게 신기했다. 약간의 음울함은 있을 수 있겠지만 [제인 에어]나 [노생거 사원(음울한 공포와 거리가 제일 멀다)]은 전반적으로 연애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이 책에 실린 7, 8할의 고딕소설 줄거리를 보면 연애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소설 속 악당들이 음모를 꾸미는 이유가 지위와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그 음모를 파헤치는 주인공의 동기는 거의 다 사랑 때문이다. 책에 실린 고딕소설 주인공 대부분은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이 곤경에 처하는 것을 보고 거기에서 구하기 위해 악당들의 지난 행적을 추적해 그들의 음모를 밝히고 자신들의 사랑을 이룬다(덤으로 악당들에게 뺏긴 막대한 부와 지위도 차지).
오스틴이 살던 시대에는 래드클리프의 소설이 인기라(앤 헤서웨이 주연 2007년 영화 <비커밍 제인Becoming Jane>에서는 오스틴과 래드클리프의 만남을 다루었지만, 동시대를 살았던 두 사람은 실제로 만난 적이 없는 듯하다) [노생거 사원]의 여주인공이 래드클리프의 팬으로 나온다. 이 책에는 실리지 않았지만 오스틴의 또 다른 소설 [엠마Emma]에서도 래드클리프의 소설이 언급된다고 한다.
- 책에 실린 고딕소설 줄거리를 보면 묘하게도 세라 워터스Sarah Waters(1966~)의 소설 [핑거스미스Fingersmith]가 떠오르는데 그 까닭은 아마도 [핑거스미스]의 작중 배경과 일어난 사건 구성이 고딕소설 느낌을 풍기기 때문인 것 같다. 워터스는 [핑거스미스] 를 포함한 이른바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 3부작을 집필, 출간했는데 딱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빅토리아 시대가 고딕소설이 한창 유행했던 18~19세인 게 [핑거스미스]가 고딕소설 같은 느낌이 들게 하는 것 같았다.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문학가로는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1812~70)를 꼽는데 [핑거스미스]는 묘하게 디킨스의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Oliver Twist]를 연상시킨다. 사실 이 책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디킨스의 소설들 역시 어떤 면에서 고딕소설의 분위기가 물씬 담겨있다고 한다.
- 저자
- 슈테판 볼만
- 출판
- 알에이치코리아
- 출판일
- 2015.07.31
5. 슈테판 볼만Stefan Bollmann [여자와 책-책에 미친 여자들의 세계사Frauen und Buecher]|유영미 옮김|RHK알에이치코리아
- 제목처럼 18~21세기 책과 여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단순히 여성작가가 쓴 여성소설뿐만 아니라 여성독자, 여성 비평가, 여성 편집인, 여성 출판업자, 여성 서적상을 모두 포함한다.
- 지은이가 독일인이라 본인 조국과 미국 그리고 프랑스의 독서층과 독서 경향, 문학에 대해 서술하기는 했지만 그보다는 새뮤얼 리처드슨, 메리 울스턴그래프트 Mary Wollstonecraft(1759~97)와 그녀의 딸 메리 셸리, 제인 오스틴, 제임스 조이스 등 영국과 아일랜드의 문학과 독서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았다.
- 시인 프리드리히 코틀리프 클롭슈토크Friedrich Gottlieb Klopstock(1724~1804), 철학자들의 아내이자 지성인 카롤리네 슐레겔 셸링Caroline Schlegel Schelling(1763~1809), 작가 E. 마를리트Marlitt(1825~1887) 등 독일 문학인이나 지식인이 언급되기는 하는데 솔직히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빼고는 잘 모르겠다. 다만 클롭슈토크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남녀주인공 사이의 암호로 언급되기는 했다고 나온다. 그래도 클롭슈토크는 한국어로 검색할 수 있는데 카롤리네나 마를리트는 영어 위키백과에서 검색해야 한다. 거기다 카롤리네는 본인보다 그녀의 남편들이었던 철학자 슐레겔과 셸링이 유명하고(솔직히 책에 나온 카롤리네와 영어 위키백과에 나온 카롤리네가 동일인인지 조금 헷갈린다).
- 장章을 막론하고 이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소설과 작가로는 [파멜라Virtue Rewarded Pamela]와 [클라리사 할로Clarissa Harlowe:the History of a Young Lady] 그리고 [찰스 그레디슨 경의 내력The History of Sir Charles Grandison]를 쓴 영국의 새뮤얼 리처드슨Samuel Richardson(1689~1791)이다. 리처드슨 외에도 종종 언급되는 작가와 소설은 앞서 말한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영국 토머스 하디Thomas Hardy(1840~1928)의 [더버빌 가의 테스Tess of the d’Urbervilles], 프랑스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1821~1880)의 [보바리 부인Madame Bovary], 아일랜드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1882~1941)의 [율리시스Ulysses]가 있다.
- 20세기 중후반까지 여성은 고등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 20세기 이전 무렵에 여성도 학교에 다닐 수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대학 이전까지였다. 한마디로 여성은 잘해야 고등학교까지만 다닐 수 있고, 대학교는 갈 수 없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신의 대학생 오빠와 남동생을 부러워하고 그들에게 열등감을 느끼며 대학에 들어갈 수 없는 자기 처지를 한탄, 자조하기도 했다고 한다. 울프나 울스턴그래프트, 카롤리네 같은 여성들한테 독서는 자신들이 받을 수 없는 고등교육에 대한 갈증과 공허를 메꾸기 위한 수단 중 하나였다.
여성은 대학에 갈 수 없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없다고 했는데 사실 초중등교육도 그리 썩 잘 받았다고 할 수 없다. 여성을 위한 학교는 적었고, 가르치는 과목도 대부분 교양과 가사 위주 수업이었다. 사실 많은 여성이 이런 학교에조차 가지 못했고 가정에서 교육을 받거나 심지어 가정에서조차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남성우월주의 가부장제가 만연한 20세기 이전 사회에서 여성이 교육을 받는 것을 경시했다. 여자는 똑똑해질 수 없고, 설령 똑똑해지더라도 당시 사회에는 부적합한 존재로 취급되기 일쑤였다. 그래서 그 당시 책을 읽는 여성은 그다지 환영받는 존재는 아니었다. 그러나 프랑스 혁명으로 대두된 자유와 독립에 대한 갈망과 더불어 프랑스 혁명 이전부터 존재했던 지식과 성性 그리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욕망이 여성한테 책을 찾고 읽게 했다.
- 이 책에서는 특이하게도 팬픽션Fan Fiction과 팬진Fanzine(=팬Fan+매거진Magazine) 문화에 대해 한 장을 할애한다. 팬핀셕과 팬진 문화가 '불완전한 독서'에 대한 갈망의 표출이라고 여긴 지은이는 이런 팬핀셕 문화가 특히 여성에게 두드러진다고 하는 데 사실 그건 긴가민가하다. 팬핀션이나 팬진에 여성이 조금 더 많을 수도 있겠지만 그게 여성만의 전유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다만 클롭슈토크의 시 낭송회를 시작으로 리처드슨과 플로베르가 여성 독자들과 주고받은 서신 교환이 확대된 게 팬픽션 문화가 아닐까 싶다(이 책은 팬픽션 문화가 미국 NBC방송국의 인기 TV 시리즈 '스타트렉Star Trek'에서 파생되었다고 말함).
성공한 팬핀션의 하나로 E. L.(에리카 레오너드) 제임스James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Fifty Shades]가 있다. 사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자체는 문학성이 그리 높지는 않다. 이 책에서도 지은이 역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비슷한 레퍼토리를 몇 번이고 지루하게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다만 문학성과 별개로 팬픽션은 시청각매체가 발달한 현대 미디어 산업에서 미디어 컨버전스Media Convergence(영상화, 출판물, 굿즈, 동인물 등)의 일종으로 여겨진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일단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영화화하기도 했다. 다만 문학성이 낮다 보니 단기간 폭발적으로 팔렸어도 소장 가치가 떨어져 나중에는 처치 곤란한 골칫덩어리가 되기는 했지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스테프니 마이어Stephenie Meyer의 10대 뱀파이어 로맨스 소설 '트와일라잇Twilight' 시리즈의 팬픽션인데 원작인 '트와일라잇' 시리즈 역시 영화화되어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세간에서 '트와일라잇'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보다 좀 더 낫다고 하지만 문학성이 엄청 높은 것은 아니다.
뭐, 지금의 평가는 그렇지만 나중에는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 조이스의 [율리시스]처럼 출간 당시 외설 혐의로 소송당하고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지만 현대에 와서는 문학성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고(개중 [율리시스]는 문학성이 너무 높다 못해 난해하다고 하지만), 아니면 일시적이기는 하나 단기간 폭발적인 인기와 수요로 특정 시기에 시선을 반짝 끌다가 더 언급되지 않을 수도 있기는 하다.
지은이는 문학성이 낮으나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대중문학을 '좋으면서 나쁜 책Good bad books'이라고 말한다. 사실 책 자체가 좋고 나쁜 게 어디 있냐 싶다. 책은 그저 책일 뿐. 책을 쓰고 받아들이는 것은 인간의 이성과 감성이고 책이 좋고 나쁘다고 느끼는 것도 책 자체가 아닌 거기 들어있는 내용이나 생각일 터인데. 좋거나 나쁜 책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책 자체가 아닌 인간의 생각과 마음 그리고 반응인 것 같다.
- 저자
- 류융화
- 출판
-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출판일
- 2024.03.10
6 . 류웅화刘永华 [중국 복식사 도감中国服飾通史]|김효진 옮김|AK커뮤니케이션즈
- 지은이는 상하이 희극학원 무대미술 주임 및 교수로 40년 이상 예술교육에 종사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책은 보통 역사나 혹은 미술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 쓰는 인식이 강해서 지은이의 이력을 보고 좀 의아했다. 뭐, 무대미술을 하는 업으로 하는 사람이니 그와 관련한 소품, 사극 의상 등에 관심을 가져 이런 책을 쓸 수는 있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조금 신기했다.
- 책은 박물관 수장품, 유적 출토품, 묘 부장품 등 400여 점의 사료를 바탕으로 기원전 중국의 상고시대(은, 주)부터 현대 중화인민공화국까지의 의복, 장식물, 신발, 화장법, 머리모양(여성의 계髻, 남성의 곤발)과 장식(관과 모, 비녀 같은 모자) 등의 변천사를 소개. 사진도 있지만, 고고학자와 면담 그리고 답사를 통해 파악한 것을 지은이가 직접 그린 그림도 꽤 된다. 책의 전반은 사진과 그림으로 채워졌다면 후반은 지은이가 쓴 칼럼으로 전반과 달리 그림이나 사진보다 글이 더 많았다.
- 이 책 앞부분에 '한국 관련한 역사적 사실은 몇몇과 다를 수도 있다'라는 출판사의 안내 문구가 기재. 묘하게도 책에 실린 명대(14~17세기) 복장 그림 중 일부, 관료와 여성의 옷차림은 조선시대 느낌이다. 뭐, 조선 의상이 명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도 책에 실린 몇몇 명대 복장은 중국다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 임진왜란을 비롯해 정치사회적으로 명과 조선이 나름 긴밀한 관계이기는 했으나 솔직히 명대 의복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임진왜란을 다룬 한국 사극에 나오는 명나라 사람들은 다 군인이라 군복 입은 모습만 봤고.
간혹 본 중국 사극 중 의상 인상 깊었던 시대는 대부분 7~10세기 수당, 13~14세기 원, 17~20세기 청 시대의 복장인지라. 게다가 청과 조선 복장은 차이가 확연해서 의상만 얼핏 보고도 어느 나라 옷인지 바로 구분 가능한데. 이 책에 그려진 명 복장 중 일부는 중화 대륙이 아닌 한반도풍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명 빼고 청과 명 이 전의 복장은 중국스럽던데...
- 지은이는 중국 복식이 상의하상上衣下裳, 상하의가 분리된 투피스 형식이 기본이라고 말하지만 주관으로 중국 복식은 상하의가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이어진 원피스 형식 같다. 실제로 책에서도 상하의가 연결된 원피스의 형식의 옷을 '심의深衣'라고 칭하며 자주 소개. cf)곡거포, 직거포
- 중국의 주요 민족은 한족漢族으로 그들은 자신 이외 이민족을 오랑캐라 여기며 업신여겼다. 그러나 원, 청과 같이 한때는 한족이 아닌 이민족이 중화 대륙의 지배자로 수백 년 군림하던 시기도 있었고 이로 인해 이민족의 문화나 풍습이 한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적도 많았다. 설령 이민족이 중화 대륙을 지배하지 않았던 시기에도 그들이 한족에게 끼친 영향은 컸다.
중국에서는 '호복胡服'이라는 옷이 종종 언급된다. 풀이하자면 '오랑캐의 옷'인 호복이 한족한테 미친 영향으로는 바지와 신발 그리고 허리띠를 들 수 있다. 한족 외 이민족은 대체로 너른 벌판을 돌아다니는 유목민으로 남녀노소 상관없이 원활한 이동을 위해 승마를 즐긴 기마민족이었다. 말을 타고 달리는 데에는 치마와 단화는 거치적거렸기 때문에 유목민족은 바지와 장화 등 편한 옷을 즐겨 입었다고 한다. 허리띠도 매듭이 헐거운 한족의 대구와 달리 이민족은 허리띠가 흘러내리지 않는 버클 형식으로 묶었다고 하고.
사족이지만 중화 대륙이 승마를 즐겨 호복이 유행한 시대에는 남장여인이 많았다고 한다. 사실 남장이라고 할 것도 없고 그저 승마를 편하게 하고자 입은 바지, 호복을 입은 여성을 남장여인이라고 멋대로 부른 것 같았지만. 서양은 모르겠지만 한족은 윗옷의 섶을 여밀 때 오른쪽으로 덮는 우임右袵을 주로 했는데 그와 반대로 여미는 좌임左袵은 오랑캐의 방식이라 멸시했다. 그러고 보니 한족이나 이민족은 왜 섶을 여미는 방식이 다른지 모르겠다.
- 현대 중국 하면 떠오르는 대표 의상은 중산복中山裝(북한 인민복 형태)과 치파오旗袍(기포)이다. 중산복은 중국의 국부國父 쑨원孫文(1866~1925)이 장려한 의복으로 쑨원의 호인 중산을 따서 이름 지어진 옷이다. 중산복은 19세기 중국의 옛 의복인 장삼마괘長衫馬掛를 변형한 것이라고 하는데 치파오도 그렇고 장삼마괘도 그렇고 묘하게 한족의 중국이 아닌 만주족의 청나라 의상을 따른 것 같다. 중국의 전통 의상 중 한푸漢服라는 게 있는데 이게 또 미묘하게 치파오, 장삼마괘란 좀 다른 느낌이다. 중산복도 그렇고 현대의 치파오도 사실 원래 형태와는 조금 달라지기는 했다.
- 의복뿐만 아니라 전족纏足(어린 소녀나 여성의 발을 인위적으로 묶어 성장하지 못하게 하는 풍속)의 궁혜弓鞋(작은 가죽신), 손톱 덮개인 지갑투指甲套 같은 신발이나 장식구. 그리고 액황額黃(이마를 노랗게 칠하던 것이 변하여 이마에 황금색 초승달 모양의 장식을 붙임), 화전花鈿(이마에 꽃무늬 같은 문양을 그리거나 붙임), 사홍斜紅(관자놀이 양쪽에 반원모양의 그려 넣음) 등의 화장법도 소개.
- 20세기 말 한국의 단발령처럼 중국도 변발령으로 인한 갈등이 있었던 모양이다. 17세기 청의 3대 순치제는 한족한테 만주족의 풍습을 따르라는 명령을 내렸는데 그중 하나가 앞 머리털을 밀고 뒤 머리털만 남기고 땋는 변발(혹은 곤발)이었다. 조선과 비슷하게 부모한테서 물려받은 육신을 소중히 여기던 한족은 순치제의 변발령에 반발, 저항했다고 한다. 다만 중화 대륙의 모든 남성이 변발한 것은 아니고 십종십부종十從十不從이라는 암묵적인 지침 아래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었던 모양이다. 예를 들어 남자는 만주족 풍습을 따라야 하지만 여자는 그렇지 않아도 되고, 관직에 진출하려면 변발을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놔둬도 된다는 거였다.
- 이 책은 군대 의상, 군복에 장을 따로 할애했다. 20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미늘이나 청동, 쇠갑옷 같은 갑주가 발달했는데 20세기 후에는 방어력이 현저히 떨어진 갑주 대신 계급을 표시하는 의장용 군복이 발달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빨간 군복도 있었다고 하는데 눈에 너무 띄어 은폐나 엄폐에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 현재의 녹색 군복으로 변했다고 한다.
- 중국의 마지막 왕조라서 그런지 아니면 인상이 깊어서 그런지 청나라를 배경으로 한 중국 사극이 기억에 남는다. 이유야 무엇이든 간에 청대 복장의 특징이나 개성이 확실히 강하기는 했다.
7. 회화 속 보석 이야기; 둘 다 회화, 특히 서양 회화에 그려진 보석에 대해 이야기. 2)가 1)보다 먼저 출간되었는데 1)의 참고문헌을 보면 2)와 함께 같은 출판사 J&jj에 나온 이정아의 [그림 속 드레스]란 책 역시 1)의 참고문헌 목록에 포함되어 소개.
- '회화 속 보석'이라는 주제를 다루어서 그런지 1)과 2) 모두 겹치는 이야기가 꽤 된다. 다만 1)이 그림과 보석상(주얼리 브랜드) 위주라면 2)는 그림보다 보석 위주로 이야기가 조금 더 많은 듯하다.
- 보석이라는 게 실용성보다는 장식, 과시의 목적이다 보니 그림 속에서 보석을 착용한 대부분의 사람은 왕족이나 귀족 같은 상류층 아니면 부유한 부르주아가 대부분이다. 앞서 보석은 장식이나 과시를 목적으로 한다고 했으나 장수, 건강, 안전, 사랑 등을 기원하는 부적용으로도 많이 소유하거나 착용했다고 한다.
- 위에서 말한 대로 보석 소유자나 착용자 대부분이 부유한 상류층이다 보니 그들을 그린 많은 초상화가가 궁정화가 출신이다. 밑에 소개되는 책 2권에서도 몇몇 궁정화가가 중복되어 나온다. 그러나 이들 궁전화가와 달리 부유한 상류층 전속이 아닌 화가들도 등장하는데 이들은 인물이 아닌 보석과 연관해서 더 유명하다. 네덜란드의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1632~75)는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Meisje met de pare>로 진주하면 자동으로 연상되고. 금 세공업자를 부친으로 두었던 오스트리아의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1862~1918)는 자신의 많은 그림을 금색으로 표현했다.
특정 보석, 실존 인물과는 연관이 없지만 플랑드르의 얀 반 에이크Jan van Eyck(1390?~1441)의 <켄트 재단화Ghent Altarpiece>는 종교화임에도 불구하고 그림 곳곳에 보석을 많이 그려 넣어서 그런지 책 2권에 모두 빠지지 않고 언급.
- 저자
- 민은미
- 출판
- 제이앤제이제이(디지털북스)
- 출판일
- 2024.05.30
1)민은미 [그림 속 보석 이야기-명화 속 주얼리가 말해주는 숨겨진 역사와 가치]|J&jj제이앤제이제이
- 지은이는 프랑스 까르티에Cartier, 미국 티파니Tiffany&Co.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현재는 주얼리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주얼리Jewelry(영국은 Jewellery)를 보통 보석 제품, 원석으로 취급하지만 서양에서 주얼리는 보석 원석(화학 물질) 그 자체보다 보석을 끼워 넣어 착용할 수 있는 금속 틀, 장식구=액세서리Accessory를 가리킨다고 한다. 서양에서 보석 원석은 주얼리가 아닌 젬스톤Gemstone(혹은 젬Gem이나 스톤Stone)이란 명칭으로 불린다고 한다(그런데 보석 원석을 주얼Jewel로 부르기도 하는 것 같았는데).
- 책은 15세기 말 르네상스부터 19세기 초 사진이 등장할 무렵까지 인물 초상화에 그려진 보석을 중점으로 소개. 책의 8할이 서양 그림 위주지만 2할 정도는 중국과 한국 인물화와 더불어 그들이 착용한 장식구도 언급. 한국은 신윤복申潤福(1758~?)의 <미인도> 속 삼천주 노리개를 비롯한 단작과 삼작 노리개, 중국은 청 초기의 옥(백옥=연옥, 경옥=비취) 장식을 소개.
희한한 건 책에 나온 청나라 황실 인물들을 그린 화가였다. 청 황실 인물화를 그린 화가는 랑세녕郞世寧으로 본명은 주세페 카스틸리오네Giuseppe Castiglione(1688~1766)라는 사람이었다. 본명에서 보듯 카스틸리오네는 이탈리아 태생으로 비록 외국, 거기다 만주족도 한족도 아닌 서양인이었지만 청의 3명의 황제(4대 강희제, 5대 옹정제, 6대 건륭제)의 궁정화가로 총애를 받으며 청나라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 지은이는 보석이 한국에서 사치품으로만 인식되는 점을 아쉬워했지만 사실 보석, 장식구는 실용성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옷이나 가방, 신발, 모자 같은 의류품도 사치품이 분명 존재하지만 그래도 원래는 신체를 보호 혹은 물건을 담는다는 실용적인 목적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 독일의 프란츠 빈터할터Franz Xaver Winterhalter(1805~73)는 유럽 왕가의 후원을 받는 인기 초상화가였다. 스페인의 디에고 벨라스케스Digeo Velázquez(1599~1660) 같은 유명한 궁정화가는 꽤 있지만 벨라스케스가 어느 한 나라 왕가만의 전속인 데 반해 빌터할터는 특정국이 아닌 유럽 왕가를 아우르는 화가였다. 책에서 나온 빈터할터가 그린 초상화의 모델로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 부부, 프랑스 나폴레옹 3세의 외제니Eugénie 황후, 오스트리아-헝가리 요제프 1세의 엘리자베스 황후(애칭 시씨Sisi)가 소개되었지만 실제로 빈터할터는 앞의 3왕가말고도 스페인, 러시아, 독일, 벨기에 등 유럽 여러 왕족뿐만 아니라 멕시코 황제의 초상화도 그렸다고 한다.
- 예술 소양이 뛰어난 화가들이다 보니 때때로 그들은 주얼리 디자인에 관여하기도 했다. 프랑스 루이 15세의 애첩 퐁파두르 부인의 후원을 받았던 프랑수와 부셰 François Boucher(1703~70)는 퐁파두르 부인이 직접 만든 장식구 문양의 그림을 디자인했고, 영국 헨리 8세의 궁정화가였던 한스 홀바인Hans Holbein(1497~1543)은 아예 '주얼리 북Jewellery book'이라는 보석 디자인 스케치 책을 내기도 했다(홀바인의 주얼리 북은 단순히 보석 장식구에 국한되지 않고 금속 제품에 응용할 수 있는 디자인 스케치 모음집). 2)에서는 체코의 화가 알폰스 무하Alphonse Maria Mucha(1860~1939)의 보석 디자인 이야기도 나온다.
cf)카메오Camero=양각, 인탈리오Intaglio=음각
- 책에서는 블루 호프Blue Hope, 피렌체 옐로Florentine, 상시Sancy, 리젠트Regent로 명명되는 4대 다이아몬드를 소개했는데 지은이는 4대 다이아몬드 모두가 특이하게도 어느 정도 프랑스 루이 16세의 비운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Marie Antoinette d'Autriche(1755~93)와 연관이 있다고 한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4대 다이아몬드의 연관성은 둘째 치고. 4대 다이아몬드가 유명한 이유는 다이아몬드 크기도 있지만 사실 거기에 얽힌 이야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4대 다이아몬드는 가지고 있던 소유자들을 불행한 삶에 내몰고 비극적 최후를 맞게 해 일명 저주받은 다이아몬드라고도 불린다. 저주받은 다이아몬드도 있지만 많은 보석이 애정을 기반으로 사랑하는 연인, 부부 사이에 주고받은 기념품이자 사랑과 신뢰의 상징으로 쓰이기도 한다.
- 붉은 보석 하면 루비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책에서 나온 그림의 붉은 보석은 실제로는 루비가 아닌 붉은 스피넬Spinel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중세, 근세에는 보석 감정 기술이 떨어져 루비랑 스피넬을 구분하기 어려워 붉은 스피넬을 루비로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한다(스피넬은 붉은색뿐만 아니라 푸른색도 있는데 푸른 스피넬은 사파이어로 오인했던 모양).
그때에는 감정 기술뿐만 아니라 보석 세공 기술도 떨어졌던지라 지금은 다양한 컷팅으로 여러 형태를 갖춘 다이아몬드지만 옛날 다이아몬드의 컷은 조금 제한적이라고 한다. 사실 다이아몬드는 보석 같은 장식용뿐만 아니라 산업용으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산업용 다이아몬드와 달리 장식용 보석 다이아몬드를 생산하는 나라가 10국 미만이라고 한다. 한국은 공업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지만 보석 다이아몬드 생산 기술에 이제 막 진입한 수준이라고.
- 진주하면 굉장히 동그란 원圓 모양을 떠오르지만 책에 따르면 사실 원형 천연 진주는 별로 없다고 한다. 조개 분비물의 부산인 천연 진주는 동그랗기는커녕 타원 심지어 원이 아닌 형태가 대다수라고. 그래서 원이 아닌 일그러진 불규칙한 형태의 천연 진주를 다른 말로 바로크 진주라고 한다고 한다. 요즘 나오는 매우 동그란 진주는 천연 진주가 아닌 일본 미키모토 고키치御木本幸吉(1858~1954)가 개발한 양식 진주, 즉 인위적으로 만든 진주가 대부분이며 책에 따르면 천연 진주는 전멸 상태라고...
- 앞서 지은이가 근무한 까르티예, 티파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석 매장, 고급 주얼리 브랜드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아는 고급 주얼리 브랜드는 저 2곳이 다였는데 책에서는 프랑스의 부쉐론Boucheron과 러시아의 파베르제Фаберже(대표 상품이 보석 달걀)도 꽤 상세히 소개했다. 부쉐론과 파베르제말고 오랜 역사를 지닌 유명한 보석상이 꽤 있는 모양인데 스치듯 언급된 거라 잘 모르겠다. 까르티예, 티파니, 파베르제말고는 이름 1번 못 들어봤다. 부쉐론은 처음 들어본 이름이고.
- 책에 나온 그림이나 보석 자체가 역사를 지닌 오래된 물건이니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소장, 전시되는 게 이상할 것은 없지만 유독 이 책에 실린 수많은 실물 보석 사진의 출처가 대체로 파베르제 그리고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거다. 루브르 박물관도 소장품이나 전시품은 많은데 프랑스 보석은 혁명 당시 왕족이나 귀족을 배척하는 기류가 극심해서 혁명 전후로 많은 왕실 소유 보석이 갈가리 해체되어 여러 곳에 팔렸다고 한다. 그래서 프랑스 보석은 자국인 프랑스보다는 다른 나라 소유인 경우가 많은 듯.
- 저자
- 원종옥
- 출판
- 이다미디어
- 출판일
- 2009.06.22
2)원종옥 [그림에서 보석을 읽다-과학자가 들려주는 명화 속의 보석 이야기]|이다미디어
- 지은이가 화화자라서 1)과 달리 장식구로서 보석이 아닌 화학의 꽃으로서 보석을 조명. 화학자답게 지은이는 보석 원석의 성질, 화학조성(원소기호), 결정구조(형태), 굴절률, 복굴절, 모스 경도 그 밖에 산지와 응용, 합성기술, 착용&보관 방법 등에 대해 소개. 사실 경도랑 산지, 응용, 착용이랑 보관 방법 말고는 잘 모르겠지만.
- 책 구성은 12달 탄생석(나라마다 분류되는 탄생석이 조금 다를 수 있다)을 기반으로 탄생석에는 속하지 않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인지도 있는 보석인 금, 은, 제트, 호박을 13월의 탄생석이라는 장으로 묶었다. 장은 13장이지만 소개하는 보석은 13개가 아닌 그 이상이며 각 보석에 얽힌 전설과 실화에 연관한 이야기와 그림을 소개. 1)이 15세기 이후 그림과 인물화를 기반으로 한다면 이 책은 고대 그리스나 로마, 이집트 이야기도 언급.
- 보석은 대체로 광물이나 돌 같은 무기물이 많지만 진주나 제트Jet(흑옥), 호박 같은 유기물 보석도 있다. 진주는 익히 알다시피 조개, 제트와 호박은 나무에서 만들어진다. 보석하면 단단하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물질의 굳고 무른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모스 경도Moh's hardness에 따르면 유기 보석의 경도는 대체로 2.5~4로 약한 편이라고 한다. 경도 2.5는 손톱이나 동전에 힘을 주어 누르면 긁힘 자국이 생기거나 모양이 변할 수 있을 정도다.
경도가 약한 보석은 살짝 건들면 바로 툭 하고 부서질 정도는 아니겠지만 사람이 힘을 꽤 주면 쉽게 형태가 바뀌거나 흠집이 생길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다만 이런 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해 유기 보석은 원하는 형태로 세공하는 게 비교적 수월하다고 한다. 제트나 호박 말고도 경도가 2.5인 보석은 금과 은. 경도 10의 보석은 잘 알다시피 다이아몬드지만 루비, 사파이어 같은 강옥鋼玉계 보석의 경도는 9라고 한다. 루비, 사파이어와 종종 혼동되었던 스피넬의 경도는 8.
- 책 서문에서 지은이는 대놓고 연필의 흑연과 고기 굽는 데 쓰는 숯(=목탄木炭) 그리고 다이아몬드는 모두 똑같이 탄소가 근원이라고 한다. 다만 탄생 과정의 차이로 인해 서로 다른 결정구조를 지녀 근원과 다른 성질의 결과물이 됐고 또한 희소성으로 인해 흑연과 숯 그리고 다이아몬드의 취급과 대우가 달라졌다고 한다. 비유하자면 같은 부모 아래 태어났으나 다른 직업을 갖고 서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자식들이라고 할까. 사실 취급의 차이는 희소성과 더불어 인간의 관점을 따랐지만.
흑연, 숯과 달리 비싼 취급을 받는 다이아몬드이지만 사실 다이아몬드 내에서도 대우가 상이하다고 한다. 1)에 따르면 다이아몬드의 2할은 보석, 8할은 공업용으로 분류되었는데 보석으로 취급받는 2할의 다이아몬드가 공업용 다이아몬드보다 더 귀하게 취급받는다. 뭐, 용도와 공급의 차이를 떠나서 다이아몬드 말고도 많은 보석 중 합성 인조 보석은 천연 보석보다 저렴하게 취급되기는 한다.
다이아몬드는 무색투명함을 특징으로 하는데 간혹 유색 다이아몬드도 존재한다고 한다. 팬시 다이아몬드Fancy color diamond로도 불리는 유색 다이아모드는 1)에서 말한 (저주받은) 4대 다이아몬드는 물론 호주산 핑크 다이아몬드가 유명한 듯. 무색투명한 보석 다이아몬드도 비싸기는 하지만 유색 다이아몬드는 그보다 더 희소하다보니 당연하게도 보통 다이아몬드 보다 더 비싸다. 물론 유색 다이아몬드라고 해도 그것이 모조가 아닌 천연일 경우 한해서지만. 아무리 유색이라도 합성기술로 탄생한 인조 다이아몬드(민은미의 [그림 속 보석 이야기]에서 언급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Laboratory Grown Diamond)는 유색이어도 저렴하다.
색과 희소성을 뺀다면 일반 다이아몬드 값어치를 판별하는 기준 중 하나가 컷Cut이라고 한다. 커팅 기술에 따라 다이아몬드의 반사면, 광채와 투명도가 달라지며 그로 인해 가격 역시 천차만별이라고. 옛날과 달리 커팅 기술이 발전한 요즘은 다양한 다이아몬드 컷이 존재한다. 다른 보석들도 일단 커팅, 세공은 하는 것 같은데 무색 투명이라서 그런가 다이아몬드는 유달리 컷에 신경을 쓰는 것 같다.
- 위에서도 말했지만 1)과 2)는 소재랑 주제가 같아서 겹치는 부분이 많다. 프랑스 나폴레옹 제정(1세, 3세)에 활약했던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Jean Auguste Dominique Ingres(1780~1867)는 1)에서도 언급되었지만 2)는 1)보다 앵그르의 작품을 더 많이 소개.
- 1)은 그래도 조선, 청 같은 동양 회화와 보석을 언급했지만 2)에 다룬 보석은 전부 다 서양 그림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서양 유럽과 달리 동양 특히 조선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그림이 굉장히 적다. 그나마 신윤복이 여성을 대상으로 한 그림을 꽤 그려서 조선 여인들의 모습 일부분을 어느 정도 볼 수 있었지만. 조선 후기 신윤복과 쌍벽을 이루는 풍속화가 김홍도金弘道(1745~1806?)도 그림에 여성을 그리기는 했으나 신윤복한테 밀리는 느낌이다.
애초에 조선시대에는 인물을 대상으로 한 초상화보다는 풍경을 대상으로 한 산수화山水畵(조선 전기와 중기에는 현실이 아닌 이상 세계를 그린 경우가 대다수.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야 한반도의 실제 자연 풍경을 묘사한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가 등장)가 대우받고 유행했다. 상류층인 조선 양반사대부가 즐겨 그린 문인화(사군자)나 산수화와 별개로 일반 백성이 그린 민화에도 사람보다는 동식물이나 물건을 대상으로 한 그림이 많았다.
cf)민화 주요 소재: 작호도鵲虎圖(까치와 호랑이), 초충도草蟲圖(풀과 벌레), 화조도花鳥圖(꽃과 새), 책가도冊架圖(책장과 서책을 중심으로 하여 각종 문방구와 골동품, 화훼, 기물 등) 등 *문자도文字圖(한문자와 그 의미를 형상화한 그림)
- 누차 말했지만 서양의 초상화 의뢰인과 모델은 주로 부유한 상류층이었다. 부유한 상류층에는 부르주아는 물론 귀족 그리고 당연히 왕족 특히 왕의 초상화도 꽤 많다. 사실 조선시대에는 도화서라고圖畵署 하는 그림 전용 관청이 따로 존재할 정도였다. 완전히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도화서는 서양의 궁전화가와 비슷하게 국가, 좁게는 왕가 전속 화가 조직인 셈이다.
그림과 관련한 국가기관의 부서를 따로 마련할 정도인 데 반해 조선 왕실 관련 초상화는 굉장히 적다. 특히나 어진御眞이라고도 칭하는 왕의 초상화는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다. 아무리 인물화를 잘 그리지 않았던 시기라고 해도 왕인데, 어진이 너무 없는 게 이상하다 싶었는데 그 이유가 20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있던 수많은 어진이 소실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선 이전의 어진은 시대가 너무 오래되어서 없어진 것도 있지만 고려 어진은 조선이 작정하고 일부러 없애버렸다고 하고, 조선 어진은 20세기 한국전쟁 때 불에 타 대부분이 소실되었다고 한다(어진과 달리 역대 왕조의 일을 기록한 왕조실록은 원본말고 복사본을 여럿 만들어서 소실되지 않고 현재까지 전해짐).
- 저자
- 마스다 미리
- 출판
- 북포레스트
- 출판일
- 2024.05.30
8. 마스다 미리 [런치의 시간ランチの時間]|이소담 옮김|북포레스트
- 지은이가 2023년 잡지 <소설 현대>에 연재한 만화 '런치의 시간'을 엮어낸 책. 연재 즈음에 코로나가 대유행이라 지은이가 밖에 잘 나가지 못해(귀향도 2년 만에 했다고) 집에 있었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나중에 상황이 나아져 마스크를 쓰고 밖에 나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책 속 에피소드는 시간순으로 나열한 느낌이 아니라 조금 뒤죽박죽인 듯.
- 원래 재택근무자로 집에서 일하는 게 많은 지은이였지만 집에 있는 동안 필리핀 강사와 화상영어회화 수업을 하고, 식자재나 음식을 주문, 배달받고 요리도 하는 듯 나름 알차게 모낸 것 같다. 묘하게 지은이가 집에서 많이 한 음식은 대체로 자국이 아닌 외국 음식이 많았던 듯. 여행을 즐겨서 그런지 밖에 나가지 못하는 동안 그리운, 먹고 싶은 요리를 직접 조리해서 외국에 대한 향수를 달랜 느낌이다.
- 1969년생인 지은이는 50대에 접어든 자신을 돌아보며 젊은이와 간극 그리고 노후의 요양이나 식문화에 대해 짧은 감상을 소개.
- 지은이는 간사이의 오사카 출신이지만 현재 거주지는 간토 도쿄인 듯. 은연중 간사이와 간토 음식 간의 차이를 언급. 바깥출입이 자유로워지면서 도쿄의 긴자, 오모테산도말고도 가루이자와, 교토, 나고야, 아오야마, 시코쿠(사누키 우동) 등 여러 지방에 다니며 먹은 음식에 대해서도 말한다.
- 책에 편집자들과 함께 식사하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직업이 직업이라서 그런지 편집자와 같이 간 식당이 유명 작가가 자주 가던 곳이었다고 한다. ex>튀김집-에도가와 란포, 돈가스 가게-미시마 유키오
- 저자
- 다다 유미
- 출판
- 므큐
- 출판일
- 2022.04.29
9. 다다 유미多田由美 [The 감각적인 아이패드 드로잉 with 프로크리에이트 테크닉-프로 작가의 작업 과정으로 배우는 일러스트×만화 기법マンガ.イラストの描き方]|일본콘텐츠전문번역팀 옮김|므큐(한국학술정보)
- 지은이는 일단 일본의 프로 만화가라고 하는데 솔직히 이 사람 작품은 잘 모르겠다. 본인 작품 소개도 나오기는 하는데 일부분인지라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겠고. 다만 저자 소개나 책 본문에 실린 이야기로 보아 주로 일본이 아닌 해외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그리는 듯하다. 지은이 스스로 미국 문화 특히 음식에 관심이 많아 자기 작품에 자주 쓴다고 하고.
ex>선명한 붉은 색의 레드벨벳Red velvet 케이크,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 가게 자니 로켓Johnny Rockets(주 메뉴는 햄버거),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 등
-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나 하드웨어 기기를 다루는 것 외에 만화가로서 이야기를 구상하는 방법과 그리는 법을 이야기하는데 여느 작가랑 조금 다른 게 인상이 남는다. 지은이는 콘티를 작성하지 않고 글 시나리오를 먼저 작성하고 바로 원고 작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다만 글만으로 상대를 이해시키기 어려워서 콘티랑 다른 레이아웃은 짜는 편이라고 한다. 그리고 손글씨가 엉망이라 효과음은 별로 쓰지 않으며, 영화적 구도와 연출을 좋아해 그런 방식으로 화면을 구성하려고 한다고 한다.
- 지은이는 프로크리에이트 말고도 클립 스튜디오랑 무료 3D프로그램을 이용해 만화를 그린다고 한다. 지은이가 프로크리에이트에서 활용하는 것은 그리드(격자) 가이드, 제스처 기능이라고. 다만 프로크리에이트는 클립 스튜디오처럼 만화 전문 드로잉 프로그램이 아니라 만화를 그리는데 약간 변칙적인 방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흑백만화는 스크린 톤 대신 그레이컬러를 사용하고, 납품은 구글 드라이브나 사파리앱 아니면 C-type로 파일을 전송한다고.
- 책 뒷부분에 지은이처럼 만화가이자 그림 관련 교육자(지은이 역시 학교에서 교수 혹은 강사로 재직) 아오키 도시나오와 대담이 실렸는데 두 사람 다 이제는 아이패드를 입시미술 도구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고보니 캐릭터 디자이너이자 사업가인 이공(스탠다드러브댄스STANDARD LOVE DANCE 운영/대표 캐릭터는 체리파이, 레빗걸)과 하얀오리(본명 윤혜지/대표 캐릭터는 몰랑, 피우피우)가 같이 출현해 이야기하는 동영상에서도 역시 아이패드를 미술교육에 한 과목으로 쓸 수 있게 인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던데...
10. 3D 토털 퍼블리싱Publishing 3dtotal [만화 스타일 작가로 성공하는 법-아마추어에서 프로로! 6명의 유명 작가가 들려주는 업계 성공 테크닉How to Become a Successful Anime-Style Artist]|곽영진 옮김|미술문화
- 책을 집필한 3D 토털 퍼블리싱은 톰 그린웨이란 사람이 1999년 CG 아티스트를 위해 설립한 웹 사이트 3dtotal.com의 자회사라고 한다. 책의 영어 원제를 직역하면 '아니메 스타일 아티스트로 성공하는 법'이라고 하는데 아니메 스타일하면 어쩐지 일본풍이다. 뭐, 책에 등장하는 6명의 작가가 확실히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 영향을 많이 받기는 했지만 일본인은 아니다.
ex>중국계 캐나다인 애니 요아이, 인도네시아의 메요코, 스페인의 카를레스 달머우, 미국의 로드 그리스, 독일의 미율리, 이탈리아의 시모네 페리에로
- 대놓고 입문이라고 써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는 애니 요아이를 제외한 작가 5명이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입지를 구축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
ex>포트폴리어 구성, 의뢰인과 팬 그리고 동료 작가와 소통, 자기만의 그림체 구축, 자신의 그림을 브랜드화(상품 제작과 판매/애나멜 핀, 열쇠고리, 의류, 강의 등), 마케팅과 홍보(돈 주고 홍보하는 것은 별로 소용이 없다며 차라리 그림을 많이 그려 스스로 올리는 것이 낫다는 게 작가들의 중론), 크라우드펀딩(패트리온, 텀블벅 등), 협업과 컨벤션(일러스트레이터 페어) 참여 등
- 그림체와 소재만 따지면 카를레스 달머우 빼고 나머지 작가들은 일정 부분 어느 정도 개인 취향에 부합. 시모네 페리에로는 그가 자주 쓰는 테마(현대 생활을 즐기는 마녀와 유령 동물), 미율리는 그림 기법을 가르쳐주는 게 마음에 들었지만 이야기나 그림 모두 메요코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애니 요아이를 포함한 작가 6명 모두 소셜미디어 특히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는데 그중 메요코가 유일하게 팔로워 100만이 넘었다. 나머지 작가들은 모두 100만 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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